밑에 깔린 개라는 뜻의 언더독(underdog)은 경기에서 약자를 뜻하는 말이지만 사회 기저층을 가리키는 이름이기도 하다. 단적으로 가난하고 못 배운 사람을 뜻한다.
우리나라 정치가 중에서 주로 진보 계열 인사가 언더독 서사를 공유해 왔다. 대표적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있다. 그는 1975년 제17회 사법시험 전체 합격자 60명 중 단 둘뿐인 고졸 합격자였다.
대통령이 된 후에는 리버럴 좌파 정치인으로 불렸다. 취약 계층을 위한 복지 정책을 강화하는 한편 정리해고·구조조정·민영화에 대해서는 너그러웠다. 보수들은 그를 사회주의자로 몰아세웠고 좌파들은 그를 신자유주의자로 분류했다.
노무현은 영원한 언더독으로 어느 쪽에서도 ‘우리 편’ 대접을 받지 못한 사람이다. 그는 ‘진보의 미래’라는 책에서 신자유주의를 터부시하는 진보 측 행동을 교조적이라고 비난하며 “노동 환경이 변화하니까 노동운동도 변화해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에게도 기막힌 언더독 서사가 있다. 그에겐 평생 흙수저 소년공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중학교도 다니지 못한 그는 대입검정고시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중앙대에 입학했다.
대졸이긴 하지만 다른 대선 주자인 김문수(서울대)나 이준석(하버드대)에 비하면 한미(!)한 학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사람이 사법고시에 합격해 변호사가 되고 시장·도지사를 거쳐 기호 1번 대권 후보로 선출됐으니 이보다 더 드라마틱한 언더독 서사도 없다.
그런데 이 ‘언더독’이 알고 보면 굉장히 이데올로기적인 단어다. 언더독은 단순한 약자를 뜻하지 않는다. 이 단어에는 약자라고 여겨지는 대상에 대한 응원의 마음이 묻어 있다.
약자가 이기길 바라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인류는 극적인 것을 사랑해 왔다. 그런데 이재명 후보가 아직도 약자인가 하는 문제는 차치하고 언제까지 언더독 서사를 우려먹을 것인지 우려스럽다. 좋은 것도 지나치면 독이다.
한편 우리나라 보수 인사에게는 언더독 서사가 부족하다. 사실 어울리지도 않는다. 그런 점에서 보수는 출발선이 20m쯤 뒤처져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 해도 실망할 일은 아니다. 전략은 많다.
보수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명철한 현실 판단 능력과 통솔력을 갖추는 것이다. 현실은 생각보다 힘이 세다. 사람들은 결정적인 순간에는 늘 현실을 택했다.
임요희 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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