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숙의 휴대폰 진동벨이 울렸다. 다시 변태 새끼였다. 희숙은 가소로운 표정으로 휴대폰 화면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받지 않았다. “씨발, 변태 새끼가 또 무슨 잔소릴 하려고!” 희숙은 아예 휴대폰을 엎어 놓았다. 희숙은 승연의 이야기에 집중할 때와 다르게 행동했다. 화난 얼굴이었지만 불안한 기색도 있었다. 전화를 받고 싶지 않으면서도 안 받으면 안 되는, 변태 새끼라고 저장해 놓을 만큼 저주하면서도 저주의 후유증을 두려워하는 듯했다.
변태 새끼라 저장한 것은 소심한 복수였다. 그녀가 현실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복수였다. 안 받아도 괜찮겠어요? 승연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분이 안 풀렸는지 희숙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나가자. 나가서 얘기하자. 여긴 답답해. 술 한잔 해야겠어. 희숙이 승연을 데리고 나간 곳은 카페에서 100m쯤 떨어진 편의점이었다.
“아까 담배 피우러 이렇게 멀리 갔던 거예요?”
희숙은 그럴 리가 있겠냐며 일축했다. 그건 아닌데, 요즘은 바깥에서도 담배를 피우려면 담배 금지 경고장이 눈에 띄더라고. 그리고 난 바람 부는 곳에선 담배 안 피워. 갇힌 공간이라야 내 폐에서 나온 연기를 확인하지. 연기가 바람에 흩날리면 짜증 나. 여긴 바람이 안 부네. 편의점은 코너에 있어서 바람이 덜했다. 녹색 파라솔 탁자에 플라스틱 의자 네 개가 널브러져 있었다. 희숙은 편의점 안으로 들어가 맥주 네 캔과 오징어 안주 한 봉지를 사 왔다.
그녀의 행동이 생소하고 불편했지만 승연은 아무 말 하지 않았다. “2개만 사려 했는데 3+1개에 만 원이라네. 남겨, 내가 갖고 가지 뭐. 게다가 이 시간에 술집 연 데가 없어서. 우리가 너무 일찍 만났나 봐. 이런 얘기 할 거였으면 좀 늦게 술집에서 만날 걸.” 희숙은 맥주를 따기 전 승연에게 담배를 권했다.
승연이 고개를 젓자 “이 나이롱 같으니라고. 너 어디 가서 운동권이었단 얘긴 절대 하지 마라. 성적 자기 결정권 이전에 담배야, 자기 폐를 괴롭혀야 견딜 수 있다고, 가슴이 썩어 문드러져야 또 다른 가슴이 태어난다고.” 희숙은 아무래도 불안한지 휴대폰을 들여다봤다.
변태 새끼로부터 부재중 전화가 네 번이나 울렸다. 한 번 안 받았다고 맞나, 네 번 안 받았다고 맞나 그게 그거지. 희숙은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뇌까렸다. 전화 안 받았다고 때려요? 그럼 안 때려? 때리는 이유도 다양해, 기분 좋아 때리고 기분 나빠 때린대. 기분 좋아도 그 생각이 나고 기분 나쁘면 더 생각이 난다나. 개새끼, 지가 상납했지 내가 수청 들었나.
승연은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했지만 물어보지 않았다. 희숙의 상처를 건드릴까 봐, 승연이 감당하기 힘든 내용일까 봐 되묻지 않았다. 희숙은 맥주 한 캔을 따서 벌컥벌컥 들이켰다. 그러곤 자학하듯 담배를 깊이 들이마셨다. 희숙은 다시 휴대폰을 들여다봤다. 받을까 말까 망설이는 것 같았다. 휴대폰 만지작거리는 걸 봐서 전화 안 받은 게 마음에 걸리는 듯했다. 알 수 없는 건, 불안한 표정을 짓다가도 될 대로 되라는 식의 태도였다.
[글 박선경 일러스트 임유이]
후원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