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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용기의 건축 이야기] 모두를 위한 ‘유니버설’ 디자인(1)
양용기 필진페이지 + 입력 2025-06-26 00:02:50
▲ 양용기 안산대 건축디자인과 교수
모두를 위한 디자인으로 불리는 ‘유니버설 디자인’은 단순한 설계가 아닌 인문학적 가치를 담고 있는 개념이다. 이는 특정한 집단이 아니라 모든 연령과 세대를 위한 보편적인 디자인을 추구한다. 과거에는 휴대전화를 단순히 ‘핸드폰’이라고 불렀지만 지금은 다양한 기능을 갖춘 ‘스마트폰’이라 부른다. 유니버설 디자인도 이처럼 단일 기능을 넘어서 다양한 계층의 요구를 포용하는 설계 철학이다.
 
예를 들어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는 책상은 각기 다른 신체 조건을 고려한 제품이고, 인체공학적 의자는 등받이 탈부착이 가능하며 위생과 편안함을 동시에 만족시킨다. 바닥 패턴은 시각장애인이 쉽게 방향을 인지할 수 있도록 설계되며, 자기 유도식 가열대는 조리 기구를 제거하면 자동으로 경고음을 낸다. 자주 쓰는 물건을 넣는 별도 문이 달린 냉장고, 청각장애인을 위한 비상 경고 시스템, 파워핸들이 장착된 자동차 등도 모두 유니버설 디자인의 좋은 사례다.
 
10여 년 전부터 몇몇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유니버설 디자인이 관심을 받았지만, 최근엔 그 관심이 줄어들고 있다. 한국 사회에 처음 도입될 때만 해도 장애인을 위한 특수 기능 정도로 이해되어, 전체 사회 구성원을 위한 보편적 디자인이라는 본래 목적은 크게 부각되지 못했다. 그 결과, 관련 제품의 단가 상승과 일반화의 실패가 이어졌고, 이는 곧 생산 기업의 소극적인 태도로 나타났다.
 
현실은 여전히 불편하다. 안내 표지판의 위치, 자동문 설치, 램프 경사도, 가구 높이 등은 아직 규격화되어 있지 않다. 건축에서도 유니버설 디자인은 법률 테두리 안에서 형식적으로만 도입되고 있다. 
 
예컨대 휠체어 사용자를 위한 화장실 회전 공간은 1.5m 이상이어야 하지만 실제로는 이런 규정이 형식적으로 마련되어 있을 뿐이고, 계단에는 손잡이가 설치되어 있지 않거나 손잡이와 벽 사이의 간격이 적절하지 않아 급한 상황에서 사용이 어렵다. 램프는 경사가 가팔라 오히려 위험하고, 세탁기나 가전제품은 조작부가 너무 높아 노약자나 휠체어 사용자에겐 불편하다. 또한 레버식 문고리는 화재 시 뜨거워져 위험하지만 여전히 사용되고 있고 미끄럼 방지, 화장실의 변기 간격, 승강기의 손잡이 등도 표준화되어 있지 않다.
 
근본 원인은 유니버설 디자인에 대한 인식 부족이다. 이는 장애인만을 위한 기술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필요한 ‘일상의 배려’로 보아야 한다. 어린이도 사회적 약자이며 고령화 사회에선 누구나 약자가 될 수 있다. 즉, 이는 특정 계층이 아니라 우리 모두를 위한 설계다. 유니버설 디자인은 장애인에게는 ‘기본 조건’이지만 비장애인에게는 ‘추가 편의’가 되며 사회 전체의 삶의 질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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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사례를 보면 일본·노르웨이·네덜란드 등은 유니버설 디자인을 공공 정책과 교육으로 정착시켜 왔다. 일본의 경우 지하철 출입문은 높낮이를 고려해 설계되고, 거리의 안내 표지판은 색각 이상자도 구분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북유럽에서는 공공 공간 설계 시 어린이, 노인, 임산부, 휠체어 사용자 등 다양한 사람의 시선에서 검토하는 단계를 거치는 것이 필수다.
 
이제 우리도 단순히 ‘의무 조항’을 넘어서 유니버설 디자인을 모두의 권리이자 일상의 표준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이를 위해선 통합된 규격과 실질적 지침이 필요하고, 이를 사회 전반이 공유하는 인식 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 교육, 건축, 공공 정책 등 모든 분야에서 유니버설 디자인이 일관되게 적용되어야 하며,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에서 ‘모두를 위한 사회’를 만드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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