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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요희의 작가노트] 불쾌한 골짜기
임요희 필진페이지 + 입력 2025-07-07 06:30:56
▲ 임요희 시인·소설가
불쾌한 골짜기(uncanny valley)는 일본 로봇공학자 모리 마사히로(森政弘)의 가설로 로보틱스 분야에서 로봇과 인간의 상호작용을 이야기할 때 자주 거론된다.
 
로봇이나 인공 생명체는 어느 시점까지는 인간과 비슷해질수록 호감도가 증가하지만 선을 넘어 너무 닮아 버리면 그 호감이 급격하게 불쾌감으로 변하게 된다. 너무 비슷해서 호감도가 뚝 떨어지는 이 구간을 불쾌한 골짜기라고 한다.
 
가령 서빙 로봇에 그려진 두 개의 눈은 기계에 인격을 부여해 로봇과의 친밀감을 증대시킨다.
 
반면 애니메이션 ‘폴라 익스프레스’(2004)에서는 정반대의 현상이 나타난다.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이 연출한 이 영화는 산타클로스를 믿지 않는 소년이 북극행 특급열차에 탑승해 벌어지는 사건을 다루고 있다.
 
영화 속 등장인물은 인간과 외모도 흡사하고 당시 첨단이던 모션캡처 기능을 도입해 동작도 더할 수 없이 자연스러웠다. 그런데도 이 영화에서 불쾌감을 느꼈다는 사람이 많았다.
 
영화의 등장인물들을 보면 현실성을 강조한 나머지 너나 할 것 없이 표정이 사나운데 이목구비마저 묘하게 틀어져 있다. 관객은 등장인물의 움푹 들어간 눈과 일그러진 표정에서 어떤 불유쾌한 것을 떠올렸음이 틀림없다. 가령 질병이나 기형, 죽음 같은 것 말이다.
 
그러니까 불쾌한 골짜기는 서정주의 시구 ‘이별이게, 그러나 아주 이별은 말고 어디 내생에서라도 다시 만나기로 하는 이별이게’를 변주해 ‘인간과 비슷하게 그러나 아주 똑같이는 말고 가짜인 줄 알아볼 만큼 비슷하게’가 될 것이다.
 
진화생물학에는 ‘진화적 미학’이라는 가설이 있다. 인간의 미적 선호가 생존과 번식에 유리하도록 진화했다는 이론이다.
 
균형 잡힌 얼굴과 온화한 표정, 건강한 신체는 유전적으로 우수한 자식을 낳을 가능성을 높이는 요소로 인식된다. 반면 비대칭의 얼굴과 어두운 안색, 일그러진 이목구비는 질병과 기형을 연상시켜 본능적으로 피하게 된다는 것이다.
 
1980년대 후반 일본 지브리 애니메이션의 캐릭터들은 단순하고 귀여운 느낌으로, 불쾌한 골짜기와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21세기 접어들면서 컴퓨터 그래픽 기술이 발달하게 되었고 애니메이션 속 등장인물은 점점 사람과 비슷해졌다. 그러나 비슷할수록 비슷하지 않은 점도 두드러지기 마련이다. 이것이 불쾌감을 유발한다. 
 
한편 ‘언캐니 밸리(불쾌한 골짜기)’는 프로이트의 용어 ‘언캐니’를 떠올리게 한다. 언캐니(Uncanny)는 심리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저서 운하임리히(Unheimlich)의 영문 표기다.
 
여기서 ‘heim’은 ‘home(집)’을 뜻하는데 편안함이라는 뜻도 있다. 편안함에 ‘un’이 붙어 ‘불편함’ ‘섬뜩함’ ‘으스스함’이 됐다.
 
 
▲ 영화 ‘폴라 익스프레스’의 스틸컷.
 
프로이트에 의하면 친숙했던 것이 억압되었다가 다시 나타날 때 으스스한 것으로 느껴진다고 한다. 언캐니의 대표적인 예로 ‘거세 불안’ ‘친부 살해 욕망’이 있다.
 
인류 문명은 인간 내면의 거친 욕망을 다스리는 과정에서 탄생했다. 이렇게 강제로 정리된 욕망(성기)이 ‘거세 불안’으로 회귀한다는 것이다.
 
또 법(아버지)에 의해 욕망을 다스림 받아 온 인간의 무의식 속에는 아버지(법)를 살해하고자 하는 ‘개또라이’가 똬리를 틀고 있는데 그것은 ‘지랄 총량의 법칙’에 따라 언젠가 겉으로 드러난다는 게 정설이다.
 
너나없이 스트레스를 억누르고 사는 시대, 사회 안정을 위해 인간의 지랄발광을 받아 줄 ‘안 불쾌하게 생긴’ 반려 로봇 출시가 시급하다.
 
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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