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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용기의 건축 이야기] 건축의 유니버설 디자인 (2)
양용기 필진페이지 + 입력 2025-07-03 00:02:50
▲ 양용기 안산대 건축디자인과 교수
 
사회적 약자를 비롯해 보다 많은 사람이 접근하기 쉬운 건축은 지금 시대에 왜 중요할까. 접근하기 쉬운 건축은 언제나 중요했다. 
 
시대의 성격은 그 시대 사람들에게 익숙하다. 오래전 과거가 감성적인 시기라면 지금은 이성적 시대다. 과거는 이해보다는 습관에 의존하는 시기였지만, 지금은 많은 것을 이해하지 못한 채 대처해야 하는 상황이 빈번하다. 
 
새로운 환경에서는 더 쉽게 경직되고 긴장감이 생긴다. 세대 간 큰 문화 차이를 보이지 않던 과거와는 달리 지금은 연령별 정보 접근 수준의 격차가 크다. 정보기술(IT)의 발달로 우리는 사람보다 시스템에 의존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로 인해 사회적 약자의 범위는 단순한 신체적 장애를 넘어 정보와 지식의 격차, 기술 격차로 인해 생기는 디지털 약자까지 포괄하게 된다. 따라서 건축의 접근 방식에 대한 정보 체계에 대해서는 더 높은 안정성과 보편성이 요구된다. 
 
건축은 사람을 위한 행위다. 새로운 기술이나 시스템을 건축에 적용할 경우, 그 시스템이 누구에게나 쉽게 접근 가능한지를 반드시 테스트해야 한다. ‘약자를 위한 배려’라는 표현보다는 ‘모두에게 용이한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다. 현대 사회는 세분화되고 복잡해졌기 때문에 누구에게나 접근 가능한 구조를 갖춘 건축이 더욱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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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접근은 단순히 기술의 문제를 넘어 인문학적·정치적 과제로 확장된다. 르네상스 이전의 건축이 종교 중심이었다면, 근세 이후의 건축은 인간 중심의 인문학적 시도로 전환되었다. 그러나 산업화와 기술 중심의 시대가 되며 인간은 다시 주체에서 객체로 밀려났고, 기술이 모든 것을 주도하는 구조가 되었다. 
 
그러나 1980년대 이후 기술의 한계가 드러나면서 우리는 다시 인간 중심의 건축을 추구하게 되었고, 이는 정신적 만족까지 고려하는 건축 디자인으로 발전했다. 잘먹고 잘사는 삶, 즉 육체적 안정보다 ‘잘’에 담긴 정신적 가치에 좀 더 무게를 두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경제 수준에 비해 도시 속 디자인의 질이 낮은 데는 시스템 중심의 설계, 기득권 중심의 결정구조, 젊은 디자이너에 주어지는 기회 부족 등 복합적인 원인이 있다. 앞으로는 국회의사당이나 대법원 같은 위계적 형태가 아닌, 시민 중심의 열린 공간을 지향해야 한다. 
 
유니버설 디자인은 모든 사람을 위한 것이며, 생애 전 주기에 걸친 인간 중심 디자인이다. 이는 최소 기준을 만족시키는 것이 아니라 가능한 한 많은 사람을 고려한 최대 적용 기준을 뜻한다. 디자인은 형태가 아니라 문제 해결의 도구이며, 프로페셔널에겐 언행일치를 바탕으로 사회를 변화시키는 힘이 있다.
 
건축은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중요한 수단이기도 하다. 히틀러 시대나 스탈린 시대의 건축물이 교훈적 위치에 있지 못한 이유는 그것들이 권력의 수단으로 존재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도 정부 주도하에 지어진 권위적인 건축물은 많다. 그러나 앞으로는 각 분야가 자율적으로 일할 수 있어야 하고, 건축도 예외가 아니다. 법은 건축을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돕는 존재여야 하며, 유니버설 디자인의 4원칙 중 ‘안전성’에 대한 것은 법이 맡되 ‘기능성·수용성·접근성’은 디자이너의 영역이어야 한다.
 
정부의 과도한 개입은 창의성과 실용성, 나아가 자유롭고 평등한 건축의 가능성을 제한할 수 있다. 결국 진정한 민주주의 건축은 그 분야의 전문가에게 자율성을 부여할 때 가능하다. 기술과 법, 디자인과 사람 사이의 균형을 통해 모두를 위한 공간은 더 나은 사회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
 
 
▲ 유니버설 디자인은 모두를 위한 디자인이다. 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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