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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규진 칼럼 ] 좌파에게 사죄의 큰절 올리는 국민의힘
심규진 필진페이지 + 입력 2025-07-08 00:02:59
▲ 심규진 스페인IE대 교수·정치평론가
국민의힘은 좌파에 굴복한 것도 모자라 지지층에게도 버려지고 싶은가. 
 
요즘 ‘계엄 옹호론자’라는 표현이 난무한다. 묻고 싶다. 계엄 옹호론자란 누구를 말하는가. 계엄을 계몽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인가. “차라리 제대로 했어야 했다”는 평가나 계엄이 준비 부족이었지만 헌법상 대통령 권한이었다는 해석도 옹호인가. 혹은 일부 위헌적 요소가 있더라도 국가와 헌정 질서 유지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시각도 포함되는가. 
 
나아가 “계엄은 무리한 판단이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은 여전히 지지한다”는 입장도 계엄 옹호인가. 탄핵은 반대하지만, 계엄엔 비판적이었던 이들도 옹호자인가. 이러한 질문들 자체가 ‘계엄 옹호론자’라는 프레임이 얼마나 모호하고 정치적으로 악용되는지를 보여준다. 개념 정의도 없이 이 프레임을 휘두르는 자들은 결국 탄핵 반대자 전체를 숙청 대상으로 몰고 있다.
  
정치적 이견을 법적 죄목으로 삼는 풍토야말로 비민주적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개념 정의와 정치적 토론이지 낙인찍기와 마녀사냥이 아니다. 더 한심한 것은 ‘계엄 옹호론자’라는 프레임을 휘두르며 대통령을 ‘내란 수괴’로 몰았던 것이 자당의 대표라는 사실이다. 무죄추정의 원칙도 모르는 이가 여당 대표였다니 참담하다. 
 
최근 한국갤럽 여론조사를 보면 이재명 대통령 지지율은 65%, 국민의힘 지지율은 22%다. 이 대통령의 지지층이 급증한 것도 아니고, 야당의 실책이 누적된 것도 아니다. 윤 대통령의 탄핵에 반대하며 거리로 나갔던 시민들이 실망하고 분노해 결국 국민의힘을 외면하기 때문이다. 
 
좌파는 김어준과 문재인이 브로맨스적 정서로 뭉쳐 있다. 반면 국민의힘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지지층이 울고 있는데, 좌파에게 사죄하고 큰절하며 투항하고 있다. 이런 사과 정치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고 보는가. 
 
지금 우파의 위기는 분노의 결핍이 아니라 위안의 부재에 기인한다. 탄핵 반대에 에너지를 쏟은 국민은 허탈함에 빠져 있다. 김어준은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시작으로 대선·지선에서의 잇단 패배로 자괴감과 패배의식에 빠진 지지층을 달래고 결속시켰다. “기죽지 마, 총수가 있잖아.” 이 한마디로 그는 진지전을 버티며 결국 조롱과 모욕으로 선동하고 정치적 동력 삼아 윤석열정부를 끌어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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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파 지지자들은 말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자국민 우선주의 미국이 부럽다"는 말뿐 아니라, 심지어 "왜 우리에겐 김어준 같은 인물이 없느냐” “이재명이 우리 편이었다면 더 나았겠다”는 말까지 나온다. 그런데 좌파에게 굴복하고 아첨 떨며 대통령을 내란 수괴로 몰고, 헌법에 명시된 대통령의 통치 행위와 판단을 조롱하며, 이제는 탄핵 반대 당론을 소급해 뒤집자고 태세 전환을 하며, 당내 권력을 위해 지지층의 희생을 요구하는 기회주의 정치인들이 야당의 얼굴을 하고 있다. 
 
광화문에서 김일성 만세를 외쳐도 괜찮아야 한다고 말하는 이들이 집권한 나라에서, 두 시간짜리 계엄 시도는 ‘내란 수괴 자백’으로 둔갑했다. JTBC 기자는 풀려나고, 간첩 혐의를 받던 민노총에겐 무죄가 선고되고, 한국대학생진보연합은 무법 침입을 해도 구속되지 않는다. 반면 서부지법 앞에서 끌려간 청년들의 인권은 묻힌다. 
 
계엄 선포는 헌법에 명시된 대통령의 통치 권한이다. 그것이 어설펐든 실패했든, 그것을 내란으로 단죄하는 것은 무죄추정의 원칙에도 어긋나며 정치적으로도 위험성이 따른다. 그것이 사익을 위한 것이 아니었고, 좌파의 전복 시도에 맞서 국가 시스템을 지키려는 것이었다면, 그것은 정치적 책임의 대상이지 형사적 단죄의 대상이 아니다. 정치 행위를 법으로 단죄하려는 순간 우리는 민주주의를 포기하게 된다. 
 
국민의힘은 정체성을 상실하고 있다. 좌파 권력자와 집권 세력에게 사죄하고, 지지층을 조롱하며, 원칙 없는 정치로 내부 균열만 키운다. 언론은 침묵하고, 의원들은 당권만 탐할 뿐 책임지지 않는다. 윤석열정부를 무너뜨린 것은 외부 공세가 아닌 내부의 기회주의와 지지층에 대한 배신이었다. 
 
이제 지지자들이 묻는다. “우리가 왜 이 정당을 지켜야 하느냐.” 이 물음에 답하지 못한다면, 국민은 그 정당을 버릴 자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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