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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프리즘] 앵무새 길들이기
맹세희 필진페이지 + 입력 2025-07-14 00:02:50
▲ 맹세희 디지털뉴스부 부장·오피니언팀장
“너는 아직 나에게 아무것도 아니야. 나도 너에게 아무것도 아니야. 하지만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우리는 서로에게 특별한 존재가 될 거야.”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가 여행 중 여우를 만났을 때 여우가 어린왕자에게 한 말이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아닌 것에서 서로에게 유의미해지는 관계가 되는 것을 생텍쥐페리는 ‘길들이기’라는 표현으로 설명했다. 이것은 아름다운 길들이기라고 할 수 있다.
 
‘길들이기’ 하면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사례가 있다. 셰익스피어의 ‘말괄량이 길들이기’이다. 이탈리아 한 도시의 갑부의 딸 캐서린은 모든 구혼자들이 외면하는 말괄량이지만 그녀의 그 기질을 여장부다운 기질로 본, 피사에서 온 신사 페트루치오는 그녀와 결혼해 그녀를 ‘길들인다’. 결국 정숙하고 순종적인 아내로 만드는 데 성공한다.
 
이렇게 문학에 표현된 ‘아름다운’ 길들이기가 있다는 걸 우리는 안다. 그러나 보통 ‘길들이기’라는 건 인간이 동물을 인간의 말에 순종하도록 가르치는 과정을 말한다. 요즘처럼 반려동물로 키우는 개나 고양이에게 대소변을 가리게 하고 말을 잘 들으면 맛있는 간식을 주고, 귀여운 장기를 가르치는 과정이 모두 길들이기다.
 
그 길들이기의 사례 중 하나가 흔히 모방하는 새로 불리는 앵무새 길들이기다. 앵무새는 사람이 하는 말을 흉내 내는 특기를 가졌다. 조련 과정을 거쳐 동물은 조련자와 특별한 관계를 맺게 된다. 특히 앵무새는 조련자에게 배운 말을 따라 하는 능력을 보이게 된다. 그것이 아름다운 것은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인간과 동물이 지난한 노력과 시간을 들여 소통에 성공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이런 경우를 상상해 보자. 인간이 인간의 말을 똑같이 반복하는 경우가 있다면 어떨까. 일단 예술의 경우 창작자의 말을 허락 없이 똑같이 반복하는 걸 우리는 ‘표절’이라 부르며, 지적 재산권 침해로 본다. 다행히 권리를 찾아 인정받기도 하지만 뺏기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슬픈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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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것 못지않게 세상에 해악을 끼치는, 그러나 허락받은 짬짜미에 의한 따라 하기가 있다면 어떻겠는가. 예를 들어, 의회 권력을 쥔 다수당에 의해 국정이 마비되어 행정부의 수반이 헌법상의 권한인 비상계엄을 선포했다고 치자. 그에 대해 다수당이 ‘내란’이라고 ‘네이밍(naming)’하자 매스 미디어가 일제히 ‘내란’이라고 따라 하고, 이젠 북한에 드론을 보냈다고 ‘외환’이라고 외치자 이제 또다시 ‘외환’이라고 따라서 외친다. 
 
정당한 언론이라면 왜 이런 사태가 촉발됐는지 원인에 대해 따지고 그 적절성과 부적합성을 논해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이런 모든 과정과 절차가 무시되고, 오로지 다수당의 표현을 ‘반복’했다면, 이는 언론 미디어가 아니라 이미 길들여진 ‘앵무새’일 뿐이다. 이건 바람직한 인간 활동의 범주에 해당하지 않는다. 살아 있는 존재라기보다 좀비에 가깝다.
 
목숨 걸고 진실을 전하는 저널리스트가 시대의 영웅이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권력이 좌표 찍은 데로 몰려가 그의 말을 똑같이 ‘베끼고 따라 하기’ 하며 홍위병 노릇한다면 그것은 언론도 미디어도 아니다. 모방하는 앵무새가 되어 버린 미디어는 사회의 공기(公器)가 아니라 흉기가 될 수 있다.
 
언론이란 자기 목소리를 낼 때 그 존재 의미와 가치가 있다. 언론이 권력의 소리를 대변할 때, 그 사회는 몰락의 길을 갔다. 소련을 예로 들 수 있다. 그 사회가 무너질 수 있었던 건 그나마 행운이고, 최소한의 지성이 살아 있던 덕이다.
 
갈대는 바람부는 방향대로 눕는다. 생존의 방법이다. 그런데 권력의 소용돌이를 따라 휩쓸리는 언론이라면 존재 의미가 있을까. 누구를 위해 길들여지고, 누구를 위해 앵무새가 되려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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