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 전쟁이 점입가경이다. 중국이 ‘희토류 패권’을 휘두르자 트럼프 대통령이 발끈했다. 10월9일 중국 상무부는 포괄적인 희토류 수출 통제를 선언했다. 중국산 희토류를 사용하는 외국의 제품이나 기술에 대해서도 중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밝혔고, 사안별 승인제도도 도입한다고 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11월1일부로 중국산 제품에 대해 현재 부과 중인 55% 관세를 155%로 높이고 핵심 소프트웨어들의 중국 수출을 통제하겠다고 발표했다. 현재로서 트럼프발 관세·무역 전쟁의 끝이 언제일지는 알 수 없지만, 희토류 문제로 미국이 날 선 반응을 보이는 이유나 이를 바라보는 많은 나라들이 난감해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희토류는 첨단산업과 국방에 긴요하게 쓰이는 전략 자원인데다 중국이 세계 생산량의 70%를 그리고 가공품까지 합치면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희토류는 다양한 산업에 쓰이는데 특히 전자·군사·우주항공·친환경 에너지 산업 등에 활용도가 크며, 대표적인 희토류로는 디스프로슘·이트륨·사마륨·루테튬·테르븀·가돌리늄 등이 있다. 이들은 고성능 자석·전기차 모터·하드디스크·스피커·반도체·재생에너지·광학기기·배터리· 디스플레이·의료기기·발사체의 유도 시스템·레이저 장비·로켓 추진체의 산화 방지제 등을 만드는데 들어가며, 제트엔진 부품의 내열성을 높이는 소재로도 쓰인다. 미국도 연 4만5천 톤을 생산하는 세계 2위의 생산국이지만, 중국의 1/6에 불과한 데다 워낙 소비량이 많아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에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는 미국의 첨단산업과 무기생산에 큰 차질을 줄 수 있다.
사실, 희토류 수입국들은 몇 년 전부터 중국의 수출 통제에 대응하기 위해 분주한 움직임을 보여왔다. 미국은 국방물자생산법(DPA)을 발동하여 희토류를 국가안보 자산으로 지정하고, 국내 생산 확대, 수입선 다변화, 대체재 개발 등을 통해 대중국 의존도를 줄이는 중이다. 일본은 희토류 수요의 90%를 중국에 의존하던 중에 2010년 센카쿠에서 발생한 일·중 해상 충돌 사태 시 중국이 ‘희토류 수출 전면 중단’ 조치를 취하자 크게 당황해야 했다. 그러나, 일본은 공급망 다변화, 호주 현지 생산 투자 등을 통해 의존도를 58%로 낮추는 데 성공했고, 대체재 개발, 재활용 등에 있어서 세계 최고의 기술을 가진 나라가 되었다. 즉, ‘희토류 쇼크’가 일본이 자원안보 구조를 강화하는 계기가 된 것이다.
당연히, 한국에게도 ‘강 건너 불’이 아니다. 한국은 현재 세계 5위의 희토류 소비국이지만 국내에는 소량의 매장량만 확인되었을 뿐 경제성이 증명되지 않은 상태여서,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며 95%가 중국에서 온다. 공급망이 붕괴한다면, 전기차, 반도체·2차전지·스마트폰· 풍력발전 등이 금방 타격을 받게 되고, 수출 효자 방산도 비틀거릴 수밖에 없다.
요컨대, 희토류는 미래 산업의 ‘비타민’이자 ‘엔진 오일’과 같은 존재다. 한국도 그동안 비축량 증가, 해외 광산 투자, 재활용, 대체재 개발 등을 노력해왔으나, 이번에 불거진 미·중 ‘희토류 공방전’을 계기로 현재의 노력을 한 차원 더 끌어 올리기 위해 희토류의 안정적 공급을 국가생존 및 안보 차원의 목표로 삼아야 한다. 대중(對中) 의존도를 20% 이하로 낮춘다는 각오 아래 ‘비축과 재활용’을 지속하면서 호주·베트남·인도·캐나다·남아프리카공화국 등 희토류 보유국들과의 경제협력을 통해 수입 다변화 및 현지 생산을 시도해야 하며, 동시에 추출·분리·가공 및 폐기물 처리 기술을 선제적으로 개발하여 국내 생산을 앞당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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