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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에서 통일에 대한 열망이 급속히 식어가고 있다. 20일 통일연구원(KINU)의 ‘2025 통일의식조사’ 결과 보도자료에 따르면 “통일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49%로 조사 이래 처음 절반 아래로 떨어졌다. 반면 “통일이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은 51%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번 조사는 2014년 첫 시행 이후 12년 만에 처음으로 국민 다수가 통일의 필요성을 부정한 결과를 보여준다. 연구원은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 남북 대화 단절, 국내 정치 불신 등 복합 요인이 작용했다”며 “이제 통일 인식은 단기 변동이 아니라 구조적 변화의 단계에 들어섰다”고 분석했다.
세대별로 보면 모든 연령층에서 통일 필요성 인식이 하락했다. 특히 20~30대의 냉소가 두드러졌다. 연구원은 “젊은 세대일수록 ‘전쟁만 없으면 굳이 통일할 필요가 없다’는 현실주의적 태도가 강하다”며 “이는 불확실한 변화보다 현상 유지를 선호하는 사회심리가 반영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실제로 “남북이 전쟁 없이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다면 통일은 필요 없다”는 응답은 63.2%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북한에 대한 무관심도 최고치에 달했다. “북한에 관심이 없다”고 답한 국민은 68.1%로, 10년 전(50.8%)보다 17.3%포인트 증가했다. 연구원은 “북한 위협이 일상화되면서 위기감이 무뎌진 결과”라며 “남북관계의 부침과 관계없이 무관심이 고착화되는 추세”라고 진단했다.
대북 심리전 수단에 대한 여론도 달라졌다. 대북전단, 라디오방송, 확성기 재개 등에 반대한다는 응답이 61%로 지난해(44%)보다 급증했다. 연구원은 “전임 윤석열 정부의 무인기 대응, 오물풍선 보복 등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이 반복되며 국민의 피로감이 커진 영향”이라고 풀이했다.
남북경제협력에 대해서는 과반(53.8%)이 찬성했지만, 인도적 지원은 처음으로 부정(39.5%)이 긍정(36.8%)을 앞질렀다. 개성공단 재개에는 반대 44.6%, 찬성 36.2%로 반대가 우세했다. 정당별로는 더불어민주당 지지층(49.1%)이 찬성 비율이 높았고, 국민의힘 지지층(26.1%)은 뚜렷한 반대 기류를 보였다.
이재명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 추진에 대해서는 69.4%가 찬성해, 정치적 이념 대립 속에서도 대화 재개의 필요성은 비교적 넓은 공감대를 보였다.
한미관계에 대해서는 “향후 5년 내 나빠질 것”이라는 응답이 20.4%로 3년 전보다 4배 증가했다. “미국이 한국의 이익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응답도 65.7%로 트럼프 2기 정부의 일방주의가 반영된 결과로 분석됐다.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에 대해서는 “철수하지 않을 것”이 35.6%로 2023년 대비 10.9%p 하락했다.
외교 노선에 대해서는 절반 이상(54.5%)이 “미·중 사이 균형외교”를 선호했고, “미국과의 동맹 강화”는 전년 대비 11%p 오른 32%로 나타났다.
힌편, 이번 조사는 통일연구원이 7월10일부터 8월13일까지 전국 성인 1000명을 대면면접 방식으로 조사한 결과로,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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