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과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가진 70분 만남은 한국의 기술·산업 구조가 지금 어디에 서있는지를 되돌아보게 했다. 손 회장은 초인공지능(ASI)이 가져올 미래를 “인간 지능보다 1만 배 높은 존재가 등장하는 시대”라고 단언했다. 인간의 인지 능력, 문제 해결 능력, 창의력 등을 훨씬 능가하는 인공지능 개념이다. 현재 AGI(범용 인공지능) 단계를 넘어선 미래 기술로 여겨진다. 인간이 금붕어처럼 느려지고, AI가 인간 이상의 판단 능력을 갖는 시대가 도래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이 변화가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인류의 번영을 위한 국가적 전략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손 회장이 던진 핵심 메시지는 다른 곳에 있다. ASI 시대의 전략 요소인 에너지·반도체·데이터·교육 가운데 한국의 가장 치명적인 약점은 에너지라는 지적이다. 글로벌 기업들이 잇따라 한국에서 데이터센터 구축을 검토하고 있지만 규모가 작고, 그마저도 전력 확보가 우선되지 않는다면 실현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ASI는 ‘전기 먹는 하마’라는 표현이 과장이 아닐 정도로 막대한 전력을 요구한다. 오픈AI·마이크로소프트·소프트뱅크가 추진 중인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는 무려 7GW, 즉 도시 하나가 쓰는 전력량을 필요로 한다. 한국이 엔비디아로부터 확보한 GPU 26만 장을 돌리는 데만 1GW, 대형 원전 한 기에 해당하는 전력이 필요하다. ASI를 본격적으로 운용하려면 GPU 100만 장 이상이 필요하다는 전망을 고려하면 전력 수요는 지금의 두세 배가 아니라, 구조적으로 ‘차원이 다른’ 규모로 확대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한국이 이러한 수요를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태양광·풍력 중심의 재생에너지는 출력 변동성이 커 초대형 연산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가동하기 어렵다. ASI는 한순간의 전력 불안정도 허용하지 않는 초정밀 산업이다. 그러나 국내 전력망은 이미 수도권·충청권 일부 지역에서 계통 여유가 바닥나 신규 전력 수요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마당에 정부가 신규 원전 두 기 건설을 “공론화 후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은 국가적 판단으로 보기 어렵다. 원전 정책을 둘러싼 정치적 논쟁이 계속되면서, 오히려 시급한 산업 전력 확보는 뒤로 밀리고 있다. 지자체 반대로 수년째 멈춰선 송전선로 사업은 기업 투자를 가로막고, 데이터센터 입지 경쟁에서도 한국을 점점 뒤처지게 하고 있다.
대통령이 “AI 기본 사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지만, 전력 인프라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이는 공허한 선언에 그칠 수밖에 없다. AI는 상하수도, 도로, 통신망과 같은 국가 인프라의 핵심이 될 것이며, 전기는 그 인프라를 작동시키는 근간이다. 에너지 전략을 건너뛴 AI 전략은 기초가 무너진 건물과 같다.
ASI 시대의 경쟁력은 결국 전력 확보 능력에서 갈린다. 에너지는 국가의 기술 주권이자 산업 생태계의 혈관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원전 건설 지연이 아니라 새로운 에너지 마스터플랜이다. 신규 원전 추진, 송전망 확충, 데이터센터 전용 전력체계 구축 등 국가 차원의 결단이 요구된다.
우리가 지금 에너지 전략을 재정립하지 않는다면, AI 3대 강국이라는 목표는 꿈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ASI 시대의 미래를 누가 주도할지 결정짓는 질문은 단 하나다. “우리는 충분한 전력을 준비했는가?” 지금 우리의 답은 아직 ‘아니다’이다. 한국이 미래의 경쟁력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이 ‘아니다’를 ‘예’로 바꾸는 일이 가장 먼저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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