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라벨은 와인의 얼굴이자 와이너리의 이미지를 대표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와이너리들은 자신들만의 특성을 잘 살린 독특한 와인 라벨을 디자인하는 데 애를 쓴다.
와인 라벨은 매우 중요하다. 와인 라벨은 단순 장식이 아니라 와인의 성격과 생산자의 철학을 담고 있는 브랜드 아이덴티티이기 때문이다. 와인 초보자들은 맛보다 라벨 디자인에 끌려 구매하는 경우도 많다. 즉 소비자 선택의 기준이 될 수 있다. 또한 일부 라벨은 수집가들 사이에서 예술품처럼 거래되기도 해 예술적 가치를 지니기도 한다.
독특하거나 유명한 와인 라벨로는 프랑스 ‘샤토 무통 로칠드(Château Mouton Rothschild)’가 가장 대표적이다. 매년 세계적인 미술가에게 라벨 디자인을 의뢰해 만들고 있는데 그동안 거쳐 간 화가들은 파블로 피카소(1973), 마르크 샤갈(1970), 살바도르 달리(1958), 호안 미로(1969), 앤디 워홀(1975) 그리고 제프 쿤스, 데미안 허스트 등 현대 미술가들도 참여하였고, 한국 작가로는 이우환 화백이 2013년 빈티지에 자주색 점 하나로 표현된 단색화 작품을 라벨에 담았다.
스페인의 ‘마츠(Matsu)’ 와인은 라벨에 실제 포도 재배자들의 얼굴을 담아 라벨을 만들었다. 사진작가 벨라 아들러와 살바도르 프레스네다가 촬영한 작품인데 수확한 포도나무 수령에 따라 청년·중년·노년 농부의 얼굴을 사용해 숙성 정도를 직관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Matsu’는 일본어로 ‘기다림’을 뜻하며, 포도가 가장 적절히 익을 때까지 기다린다는 철학을 담고 있다.
미국 ‘오린 스위프트(Orin Swift)’ 라벨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스토리텔링의 도구다. 와인을 마시는 경험을 넘어, 라벨을 감상하는 순간까지 예술적이고 감각적인 즐거움을 제공하고 있다.
실제로 라벨 아트 전시회가 열릴 정도로 와인과 예술의 경계를 허무는 브랜드로 평가받고 있다. 그중 ‘빠삐용(Papillon)’은 두 손가락에 ‘PAPL’이 새겨진 라벨로 유명한데 강렬한 이미지와 함께 나파 밸리 카베르네 소비뇽의 힘을 담아낸 와인이다.
오스트리아 ‘구트 오가우(Gut Oggau)’와인은 가족 구성원 얼굴 캐릭터를 형상화한 라벨로 독특한 느낌을 준다. 유명 아티스트 융 폰 마트(Jung von Matt)가 그린 일러스트로 가족 구성원의 이미지를 라벨로 만들었다. 각 와인은 하나의 인물로 설정되어 있으며, 이들이 모여 ‘가족’을 이루는 콘셉트로 소비자에게 강렬한 스토리텔링을 제공한다.
호주의 ‘19 크라임스(19 Crimes)’와인은 실제로 유배된 죄수들의 얼굴이 라벨에 등장하는데 각 병은 그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19 Crimes’의 의미는 18세기 영국에서 지정한 절도, 위조, 반역, 탈옥, 방화 등 19가지 범죄에 해당하면 호주로 유배되는 형벌을 받았다.
‘리빙 와인 라벨(Living Wine Labels)’ 앱으로 라벨을 스캔하면 인물이 살아 움직이며 자신의 사연을 직접 들려주는 AR(Augmented Reality; 증강현실)을 경험할 수 있다.
이렇게 독특한 라벨을 만드는 가장 큰 이유는 마케팅 효과 때문이다. 독특한 라벨은 소비자 관심을 끌어 구매를 자극할 수 있다. 유명 아티스트가 만든 라벨은 시간이 지나면 희소성이 높아져 와인보다 라벨 자체가 더 가치 있는 일도 있다. 하지만 프랑스, 이탈리아 등은 법적으로 표기해야 할 정보가 많아 디자인을 자유롭게 하는 데 한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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