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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영의 청년 문화 돌아보기] ‘집단’에서 ‘취향’으로… 청년들이 만드는 새로운 겨울 풍속도
최창영 필진페이지 + 입력 2025-12-29 00:02:55
 
▲ 최창영 인공지능 언어기반 인문학연구소장 신한대 명예교수
 오늘날 한국 청년들의 성탄절과 신년 문화는 기성세대의 그것과 궤를 달리한다. 기성세대가 기억하는 크리스마스가 명동 거리의 인파 속에서 캐럴을 듣거나 대규모 종교 행사에 참여하는 것이었다면, 2025년 청년들에게 이 시기는 개인의 취향으로 꾸민 공간에서 프라이빗한 만족을 극대화하는 사적인 미학의 장으로 탈바꿈했다. 그들은 각자 좋아하는 와인과 직접 만든 음식을 가져와 나누는 영미권의 ‘포트럭(potluck)’ 파티를 즐기며, 군중 속의 소외감보다 내가 선택한 사람들과 소중한 시간을 느긋하게 소비하는 작은 크리스마스를 선호한다.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공간의 사유화’와 ‘비주얼 중심의 소통’이다. 고물가와 고금리가 지속되는 경제 상황 속에서도 청년들은 호텔의 ‘크리스마스 패키지’나 감성적인 ‘에어비앤비’ 숙소에 아낌없이 지갑을 연다. 이는 단순한 과시가 아니다.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운 독립된 공간에서 자신들만의 세계를 구축하려는 욕구의 반영이다. SNS에 올릴 한 장의 인증샷을 위해 세심하게 소품을 배치하고 조명을 조절하는 행위는, 기성세대에게는 사치로 보일지 모르나 이들에게는 자아를 표현하는 중요한 창작 활동이다.
 
성탄절을 대하는 태도의 변화는 ‘솔로 크리스마스(솔크)’에 대한 인식에서도 나타난다. 과거에는 크리스마스에 혼자 있는 것을 부끄럽게 여겼으나, 최근에는 혼자서 고급 디저트를 즐기거나 자신에게 고가의 선물을 주는 ‘셀프 선물(Self-gift)’ 문화가 당당히 자리 잡았다. 억지로 타인과 맞추기보다 오롯이 나 자신의 행복에 집중하는 ‘미코노미(Me-conomy)’적 성향이 연말 문화에도 깊숙이 침투한 것이다.
 
이러한 경향은 신년 파티 문화로 이어진다. 과거의 신년이 제야의 종소리를 들으며 가족과 떡국을 먹거나 직장 상사와의 해돋이 산행으로 시작되었다면, 지금의 청년들은 ‘프렌즈기빙(Friendsgiving)’과 ‘갓생 파티’에 열광한다. 이는 신년을 단순히 먹고 즐기는 시간이 아니라, 자신의 정체성을 재정립하고 삶의 방향성을 설정하는 ‘갓생(God-生)’ 트렌드와 맞닿아 있다.
 
사회학적으로 분석하자면, 이러한 문화적 변화의 기저에는 ‘집단주의의 해체’와 ‘디지털 원주민성’이 자리 잡고 있다. 기성세대가 수직적 위계질서 속에서 소속감을 확인하며 안정을 얻었다면, 청년들은 수평적 관계 속에서 자신의 취향이 존중받을 때 효능감을 느낀다. 디지털 기기를 통해 전 세계의 미학적 기준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이들에게, 연말연시는 자신의 감각을 증명하는 일종의 ‘포트폴리오’가 된다.
 
결국 2025년의 크리스마스와 신년 풍경은 한국 사회의 가치관이 ‘우리’라는 거대한 서사에서 ‘나’라는 구체적이고 감각적인 서사로 이동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다. 기성세대는 이들의 문화를 ‘파편화된 개인주의’라고 우려 섞인 시선으로 바라볼지도 모른다. 그러나 청년들은 그 파편화된 공간 안에서 이전 세대보다 훨씬 더 치열하게 자신의 색깔을 찾고, 취향이 같은 이들과 더 깊고 밀도 있는 관계를 맺고 있다.
 
눈에 보이는 화려함 뒤에 숨겨진 진정한 의미는, 타인의 기준이 아닌 ‘나만의 행복’을 정의하기 시작했다는 점에 있다. 올겨울, 청년들이 켜놓은 작은 캔들 하나는 우리 사회가 다양성과 개인의 가치를 존중하는 시대로 한 걸음 더 나아갔음을 알리는 작은 신호탄으로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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