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SNS 피드는 손바닥만 한 크기에 초록빛 피스타치오와 중동식 면인 카다이프가 꽉 찬, 이른바 ‘두바이 쫀득 쿠키(두쫀쿠)’가 그 자리를 채웠다. 개당 8000원에서 1만 원을 호가하는 이 비싼 과자를 사기 위해 MZ세대는 추위 속에서도 오픈런을 마다하지 않는다. 단순한 유행을 넘어 식재료 수입 시장의 판도를 뒤흔든 이 현상은 MZ세대의 소비 파급력이 산업계 전반에 얼마나 큰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국내에서 카다이프(Kadaif)는 중동 음식점이나 소수의 베이커리에서나 찾던 생소한 식재료였다. 그러나 두쫀쿠의 핵심인 바삭한 식감이 입소문을 타면서 카다이프 수입량은 폭증했으며, 한때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카다이프 대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피스타치오 시장 역시 기록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원료 특유의 고소한 맛과 초록색 색감이 두쫀쿠의 정체성을 형성하면서, 피스타치오 페이스트와 분태의 수입액은 가파르게 상승했다. 특히 저가형 대체재보다 풍미가 깊은 고가 프리미엄 원료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디저트 단가 상승을 견인하는 '그린 인플레이션' 현상까지 관측되고 있다. 이 지나치리만큼 뜨거운 열기 현상의 이면엔 한국 사회의 고착된 불황과 청년층의 결핍 심리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가장 먼저 짚어야 할 원인은 스몰 럭셔리(small luxury)의 변주다. 장기화된 경기 침체와 고물가로 집이나 자동차 같은 거대 담론의 희망이 요원해진 MZ세대는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즉각적인 효능감을 줄 수 있는 디저트에 집중한다. 한 끼 값과 맞먹는 쿠키 한 조각은 나를 위한 정당한 보상이자, 무력한 일상에서 누릴 수 있는 가장 저렴하고도 화려한 사치가 된 셈이다. 이는 1930년대 대공황기 소비자들이 저렴한 립스틱으로 만족감을 얻었던 ‘립스틱 효과’의 21세기형 버전이라 할 수 있다.
사회적 동조 현상인 ‘디토(Ditto) 소비’도 강력한 추동력을 제공한다. 특정 인플루언서나 아이돌의 취향을 무비판적으로 추종하는 디토 소비는 정보 과잉 시대에 결정 장애를 겪는 세대에게 효율적인 선택지가 된다. 특히 숏폼 콘텐츠에 최적화된 두쫀쿠의 바사삭하는 식감과 화려한 단면은 디지털 원주민인 그들에게 시각과 청각을 아우르는 놀이로 소비된다. 단순히 먹는 행위를 넘어, 인증샷을 통해 내가 트렌드의 최전선에 있음을 증명하고 소속감을 느끼는 사회적 생존 방식으로 작동하는 것이다.
나아가 이는 희소성 경제가 만든 성취감의 발로이기도 하다. 재료 수급의 어려움으로 인한 품귀 현상은 역설적으로 구매의 난이도를 높여 획득했을 때의 쾌감을 극대화한다. 구하기 힘든 쿠키를 손에 넣었다는 경험은 작지만 확실한 승리의 기록이다.
결국 두쫀쿠 열풍은 달콤한 맛보다는 현실의 투영에 가깝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현재의 감각적 만족에 몰입하는 경향은 짙어질 수밖에 없다. 한 조각의 쿠키 뒤에 숨은 청년들의 고립된 갈망과 보상 심리를 읽어내야 한다. 우리는 이 초록빛 디저트에서 무엇을 보아야 하는가. 그것은 단순한 과자가 아니라, 살아있음을 외치는 한 세대의 처절하고도 화려한 몸짓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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