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마두로 대통령을 단박에 잡아간 것은 그렇다 치고 미국이 이란 하메네이 최고 지도자를 폭사시킨 것을 비난하는 이들이 꽤 있다. 타국 지도자는 살해하지 않는다는 미국 정부의 오랜 방침을 깬 것이기도 하고 이란이 미국 안보에 급박한 위협도 아니기 때문에 불법이라는 말도 옳을 수 있다.
그러나 미국 기습 5일 전 이스라엘 네타냐후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2월28일 오전 하메네이와 혁명수비대 등 정치·군사 분야 수뇌 회의 개최 정보를 알려줬고 이 다시 못 올 기회를 미국은 놓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1979년 이란 회교혁명 이래 47년간 미국민의 트라우마를 없애버리기로 한 것이다.
트럼프가 가장 존경하는 레이건 대통령 시절, 이란이 사주한 베이루트 해병대 트럭 폭탄 테러(241명 사망), CIA 지부장 살해, TWA 847 납치 사건 등의 악몽을 잊지 않고 난제의 고르디우스 매듭을 칼로 단번에 끊었다. 불구대천의 숙적(nemesis) 이란 혁명정권 붕괴를 통해 트럼프는 미국민들에게 레이건 행정부 때보다 더 ‘위대한 미국’을 어필하고자 결단한 것이다.
지난 주말 트럼프 대통령은 CNN 인터뷰에서 “쿠바도 곧 무너질 것”이라면서 다음은 쿠바 차례임을 밝혔다. 쿠바는 미국이 19세기 말 스페인과의 전쟁에 이겨 독립시켜 준 나라다. 헤밍웨이가 20년간 머물면서 ‘노인과 바다’를 집필했던 쿠바다. 수도 아바나는 ‘라틴 라스베가스’로 불릴 정도로 인기였다. 그런데 카스트로가 1959년 공산혁명에 성공하며 반미 노선을 결었다.
1961년 취임 석 달도 안 된 케네디 대통령이 CIA로 하여금 쿠바 망명자 1500명을 이끌고 픽스만(Bay of Pigs)을 침공했으나 궤멸되었다. 이듬해 미국은 소련이 SS-4 탄도 미사일을 배치하면서 벌어진 쿠바 미사일 위기를 가까스로 넘겼다. 쿠바는 미국에 60년 넘게 박혀 빠지지 않은 가시였다. 트럼프는 쿠바 옭매듭도 단칼에 잘라버릴 심산이다. 카타르시스다.
그 다음은 북한 차례? 글쎄다. 한국전은 미국에 ‘잊혀진 전쟁’으로 회자된다. 북한은 지리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이란이나 쿠바만큼 악몽은 아니다. 북한 주민들은 못 먹어 ‘아사’할 지경인데 지도자는 찐 살을 주체하지 못해 ‘급사’할지 모른다니, 폭탄 한 발 안 쓰고도 북한이 무너질 참인 것을 미국은 안다. 게다가 김정은은 핵과 미사일을 잔뜩 쟁여놨다. 미국이 잘못 건드려 핵탄두를 탑재한 변칙 기동 미사일을 마구 쏘고 그중 한 발이라도 새면 대한민국에는 재앙이다. 셈이 빠른 트럼프 대통령은 리스트에서 제쳐놨을 것으로 본다.
그렇다고 김정은과 당 간부들이 안도할 상황은 아니다. 인민의 운명을 책임지고 보살피는 진정한 어머니당으로부터 쌀 한 톨 배급받아 본 일 없는 북한 MZ 세대들이 커간다. 이들은 허구적 드라마가 아닌 ‘러닝맨’ 등 예능 프로그램을 보며 자각적 사고를 한다. 날이 갈수록 북한 사회 내 현실 개변 에너지는 늘어만 갈 것이다. 게다가 탈북민 대상 TV프로나 유튜브 중 국정원 조사과정에서 수사관이 당신은 태어나면서부터 대한민국 국민이었다는 헌법 조항을 들어 인권을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는 말을 하는 뭉클한 장면이 계속 퍼져나갈 텐데 이를 조선 노동당이 감당할 수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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