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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영의 청년문화 돌아보기] 위태로운 질주, 청소년 ‘픽시 문화’
금지보다 안전한 멋을 가르쳐야
최창영 필진페이지 + 입력 2026-03-30 00:02:55
 
▲ 최창영 인공지능 언어기반 인문학연구소장신한대 명예교수
도심 도로나 공원 산책로에서 브레이크 없는 자전거를 타고 질주하는 청소년들을 목격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소위 ‘픽시(fixed-gear)’라 불리는 고정 기어 자전거 탑승 질주다. 구조가 단순하고 외형이 수려해 젊은 층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지만, 그 이면에는 심각한 안전 불감증과 보행자 위협이라는 부작용이 도사리고 있다. 특히 제동 장치를 의도적으로 제거한 노브레이크 픽시는 도로 위를 달리는 시한폭탄과 다름없다.
 
왜 청소년들은 사고 위험을 무릅쓰고 브레이크 없는 자전거에 열광하는가. 단순히 철없는 행동으로 치부하기보다는 청소년기의 독특한 심리적 역동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심리학적 관점에서 픽시는 청소년들에게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닌 ‘자아 표현의 도구’다. 청소년기는 타인의 시선에 민감하며, 또래 집단에서의 소속감과 인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정 브랜드의 픽시를 소유하고 화려한 색상으로 커스텀하는 일은 집단 내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수단이다. 특히 브레이크 없이 뒷바퀴를 미끄러뜨리며 멈추는 ‘스키딩(skidding)’이나 남들이 못하는 위험한 기술을 성공시켰을 때의 도파민적 쾌감과 주변의 환호는 청소년들에게 위험에 대한 공포보다 훨씬 크게 다가온다.
 
문제는 이러한 심리적 만족이 공공의 안전을 위협한다는 점이다. 현행 도로교통법상 자전거는 전·후륜 모두 제동 장치를 갖춰야 하며, 이를 어길 시 도로 주행이 금지된다. 그러나 많은 청소년은 브레이크가 있으면 멋이 없다는 이유로 이를 제거한다. 돌발 상황 발생 시 픽시의 제동 거리는 일반 자전거보다 수 미터 이상 길어지며, 이는 곧 인명 사고로 이어진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조건적 단속과 금지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청소년들의 과시 욕구와 에너지를 안전한 방향으로 전환하는 입체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현재 SNS상에서는 브레이크 없는 주행을 영웅시하는 경향이 팽배하다. 이를 정면으로 반박할 수 있는 안전한 커스텀 문화를 확산시켜야 한다. 유명 인플루언서나 프로 선수들이 브레이크를 장착하고도 멋진 주행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캠페인이 인식 변화를 이끌 수 있다. 청소년들의 기술을 연마하고 싶은 욕구 자체를 억압할 수는 없다. 지자체는 청소년들이 일반 보행자와 섞이지 않고 마음껏 기술을 연습할 수 있는 전용 스케이트 파크나 안전 교육장을 확충해서 욕구를 분출할 출구를 마련해 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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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판매 단계에서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 자전거 매장에서 제품을 판매하거나 수리할 때 브레이크 장착의 의무와 법적 책임을 명확히 고지하도록 계도해야 한다. 가정과 학교에서도 픽시의 기계적 원리와 물리적 위험성을 시각 자료를 통해 교육함으로써, 막연한 호기심이 아닌 실질적인 공포와 책임감을 느낄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픽시 문화는 죄가 없다. 기계와 인간이 하나가 되어 달리는 순수한 즐거움은 존중받아야 한다. 하지만 그것이 타인의 생명을 위협하거나 자신의 미래를 앗아가는 도박이 되어서는 안 된다. 어른들의 역할은 청소년의 질주를 멈추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도착할 수 있도록 브레이크라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그들의 마음에 달아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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