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을 지켜보면서 많은 사람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목표가 어디까지인지 잘 알지 못하며, 그가 가진 출구전략을 궁금해한다. 적지 않는 사람들이 첨단 공군력과 무기를 앞세운 미국이 1만5000개 이상의 목표물을 파괴하는 ‘전장(戰場)에서의 전술적 승리’를 기록하고 있음에도 정권 교체, 신정체제 붕괴 등 ‘전략적 성과’가 나오지 않는 현실에 답답함을 토로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적 승리’를 선언한 4월1일 자 대국민 연설도 이런 답답함을 해소하지 못했다.
그런 중에 호르무즈 해협 사태는 새로운 사태를 유발하는 불씨가 될 수 있어, 또 하나의 놓치지 않아야 할 관전 포인트로 급부상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문제는 이란이 통제권을 주장하는 가운데 미국이 개방을 압박하고 동맹국들에게 동참을 요구하면서 폭발력을 키워왔다. 그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잦은 말 바꾸기에 동맹국 정부들, 증권가, 석유시장 등은 일희일비(一喜一悲)해야 했다. 나토(NATO) 및 아시아 동맹국들이 선뜻 동참하지 않자, 트럼프 대통령이 격노하여 나토 탈퇴설을 언급하면서 77년 전통의 대서양 동맹은 다시 한번 흔들리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이란은 ‘선별적 통과’ ‘통행료 징수’ 등을 선언하면서 해협 통제권을 주장한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해, 이란이 전쟁 중에 또는 종전 이후 통제와 통행료 징수를 강행한다면, 이는 국제해양법 체제의 근간을 흔드는 사태가 되어 예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파장을 불러올 수 있다.
튀르키예에 있는 보스포루스 및 다르다넬스 해협의 경우, 유엔해양법협약(UNCLOS)에 우선하는 특별법의 지위를 가진 1936년 몽트뢰 협약(Montreux Convention)에 의해 규율된다. 이 협약에 따라, 평시 상선의 자유로운 통항이 보장되는 가운데 튀르키예가 보건 검색, 위생 검사 등을 시행할 수 있으며, 군함의 출입은 전평 시 모두 다양한 규제를 받는다. 하지만, 호르무즈 해협은 특정국의 내해가 아닌 국제수로여서 유엔해양법협약 제3부(37~44조)에 명시된 통과통항권(Right of Transit Passage)이 적용된다.
즉, 군함을 포함한 모든 선박과 항공기는 자유롭게 통과하며 연안국은 이를 방해하거나 정지시킬 수 없다. 국제수로의 자유 통항은 제국주의 시대 이후 관습법으로도 정착되어 있다. 이에 더하여, 제2부(17~21조)는 모든 선박에 연안국의 평화와 안보를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영해를 지날 수 있는 무해통항권(Innocent Passage)도 인정하며, 이 경우에도 제26조에 의거하여 도선, 예인 등 특정 서비스에 대한 대가는 받을 수 있어도 타국 선박이 영해를 통과한다는 이유만으로는 수수료를 부과할 수 없다. 요컨대, 적어도 국제법상으로는 호르무즈 해협을 막고 거액을 징수한다는 것은 ‘봉이 김선달의 대동강물 팔아먹기’와 다르지 않다.
그동안 이란 의회가 해협 통제를 위한 결의를 채택한 적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있었지만, 정부가 실행한 적은 없다. 이번에도 그러리라 믿고 싶다. 그러나, 만약 이란이 유엔해양법협약에 서명했지만 비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폐쇄, 차별적 통과, 통행료 징수 등을 강행한다면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나 유엔안보리 결의는 물론 더 큰 화(禍)를 불러올 수도 있다.
나토를 다시 결속시키는 빌미가 될 수 있고, 석유 수출입국들의 집단적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 최악의 경우, 나토군이나 다국적군의 군사적 대응을 초래할 수도 있다. 해로 봉쇄가 전쟁으로 이어진 사례는 많다. 제1차 대전시 영국의 독일 해상보급로 차단은 독일의 무제한 잠수함 작전을 초래했고, 1941년 연합국의 일본 석유 보급로 차단은 태평양전쟁의 불씨가 되었으며, 1967년 이집트가 이스라엘의 유일한 홍해 쪽 출구인 티란 해협을 봉쇄하자 곧바로 제3차 중동전쟁이 터졌다.
수입 원유의 70%와 LNG의 30%를 중동에서 들여오고 대부분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해야 해야 하는 한국은 ‘가장 취약한 당사국’이다. 그래서, 우선은 사태를 객관적으로 보고 국익의 향배와 경중(輕重)을 가려야 한다. 예를 들어, 미국의 개전으로 한국과 같은 나라들이 어려움에 부닥쳤다고 원망할 수 있지만,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이란이 지금까지 ‘이스라엘과 미국에게 죽음’을 외치며 대리 세력들을 키워 중동의 판도를 바꾸려 해왔다는 사실도 잊지 않아야 한다.
한국을 위시한 많은 나라가 미 해군이 지켜주는 해양 질서 아래에서 번영해 왔음도 기억해야 한다. 중동 석유에 크게 의존하는 국가들이 호르무즈 해협의 개방을 위한 미국의 분투를 방관만 한다는 것도 논리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 결국, 한국은 동맹을 지키면서도 이란이라는 중요한 파트너와의 불필요한 적대관계를 피하고 원활한 원유 수급을 담보하는 묘안을 찾아야 하지만, 까딱하면 양쪽 모두에서 낭패를 당할 수 있는 어려운 상황이어서 고심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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