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 답사가 잦고 쓸 이야깃거리가 많다 보니 또 일본 이야기다. 지난 12월이니 좀 지난 인문예술미식답사기인 셈이다. 그때 겨울에 오사카와 교토 등 일본 간사이 지역을 답사했다. 이번 답사도 시인이자 도시인문학자인 조동범 작가가 짠 ‘믿고 가는 동범로드’다.
오사카는 도쿄에 이은 일본 제2의 도시권(케이한신)의 중심지다. 케이한신이란 교토(京都), 오사카(大阪), 고베(神戸) 세 도시를 주축으로 형성된 도시권을 말한다. 가장 큰 도시인 오사카가 가운데에 있고 동쪽과 서쪽에는 각각 교토와 고베가 연담화된 형태로 배치돼 있다. 연담화란 도시가 확대, 팽창되면서 다른 행정구역의 시가지와 맞닿는 것을 말한다. 케이한신 중 교토와 오사카를 묶으면 '케이한'(京阪), 오사카와 고베를 묶으면 '한신'(阪神)이라고 한다.
오사카는 맛의 정수 ‘우마미’ 탄생지
오사카는 역사적으로 '천하의 부엌'이라 불린 상업과 미식의 도시다. 긴키 지방의 핵심 거점인 동시에 도쿄와 함께 일본 경제와 문화를 양분하는 서일본 최대의 경제, 유통, 관광 중심지다. 간사이 지방을 대표하는 종주도시로서 오사카부 내에 인구 약 870만 명이 거주하며 일본 전체 인구의 7% 이상이 밀집해 있다.
‘먹다 망한다(쿠이다오레)’는 말이 있을 정도로 식도락이 유명한 미식도시다. 어원은 식(食い, 먹다)+망함/쓰러짐(倒れ)의 합성어다. 에도 시대부터 상업 중심지였던 오사카의 풍부한 식재료와 음식 문화를 상징하는 관용구다.
오사카 도톤보리 지역의 유명한 북 치는 인형 '쿠이다오레 타로'가 이 문화를 대표하는 마스코트다. 관광 성수기 도톤보리는 보행이 어려울 정도로 관광객이 몰려든다. 오사카의 장점은 간사이국제공항이 가까이 있고 교토, 나라 등 주변 도시로 이동하기 편리한 데 있다.
오사카의 맛은 에도시대 홋카이도에서 수확된 다시마가 ‘다시마 로드’를 통해 오사카 사카이로 전해지면서 유래한다. 세계인이 알고 있는 ‘우마미’의 기원은 바로 ‘다시’다. 일본의 식문화의 근간인 다시는 오사카에서 태어났다. 다시는 다시마와 가다랑어로 낸 육수다. 다시마의 글루타민산과 가다랑어의 이노신산 결합으로 감칠맛이 풍부하다.
북유럽 덴마크 풍 오픈샌드위치 유명
오사카 도착 첫날 일행은 고풍스러운 외관으로 유명한 오사카 부립 나가노시마도서관을 둘러보고 내부에 있는 ‘스뫼레브뢰드’에서 다양한 덴마크풍 오픈 샌드위치를 경험했다. 스뫼레브뢰드란 말 자체가 덴마크를 비롯한 북유럽식 오픈 샌드위치를 뜻한다.
버터를 바른 호밀빵 위에 절인 청어, 얇게 썬 고기, 야채 등 다양한 토핑이 올려져 제공된다. 1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도서관 건물 내부에 있어 고풍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식사와 커피를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식후 일본 국가 중요 문화재인 나카노시마 중앙공회당을 둘러봤다. 오사카 시민 이와모토 에이노스케가 기부한 건축물이다. 다쓰노 킨고가 설계했고 1918년 준공했다. 이후 1세기 이상에 걸쳐 국제적인 일류 아티스트의 오페라나 콘서트를 비롯해 아인슈타인이나 헬렌 켈러 등 각계 저명인사들의 강연회도 다수 개최되는 등 오사카 문화와 예술 발전에 토대가 됐다. 2002년 공회당 건축물로서 서일본에서는 최초로 국가중요문화재로 지정됐다. 지상 3층, 지하 1층의 철골벽돌건물로 네오르네상스 양식을 도입했다.
오사카가 한눈에 들어오는 압도적 뷰
저녁 식사는 오사카 아트호텔 베이타워 ‘스카이뷔페51’에서 주류 무한 제공 플랜을 이용해 즐겼다. 제공되는 주류는 맥주, 와인, 위스키, 칵테일, 소주 등으로 칵테일을 잘 만든다. 이 식당은 호텔 최상층, 지상으로부터 200m 위에 위치한 51층으로 시시각각 달라지는 오사카의 야경을 한눈에 조망하실 수 있는 공간이다.
일식, 양식 약 80종류의 풍부한 메뉴와 라이브 키친에서 셰프가 눈앞에서 조리하는 최고의 요리를 만끽할 수 있다. 창가가 아닌 안쪽 손님들에게 풍경이 가리지 않게 단차를 높여서 조망권을 확보해 준 것이 특징이다.
나카노시마미술관서 만난 ‘비너스’
이튿날은 국립국제미술관 오픈런을 시작으로 오사카 나카노시마미술관,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나카노시마 어린이도서관, 장미원, 기타하마 카페 거리 등을 둘러봤다. 국립국제미술관에서는 앤디 워홀과 폴 세잔 등의 작품을 무료 관람할 수 있는 행운이 따랐다.
2022년 개관한 오사카 나카노시마미술관은 서양화, 일본화, 해외의 근대 회화, 현대 미술, 판화, 사진, 조각, 디자인 등 다양한 컬렉션을 자랑한다. 이날은 마침 ‘새로운 시대의 비너스! 아르데코 100년전’이 열리고 있어서 의미 있는 관람 시간을 가졌다.
오사카 간사이 엑스포 개최해인 2025년으로부터 정확히 100년 전 프랑스 파리에서는 예술사상 매우 중요한 ‘현대장식 및 산업미술국제박람회’ 즉 아르데코 박람회가 개최됐다. 이번 전시회는 박람회 개최 100주년을 기념해 열린 것이다. 테마는 ‘여성’으로 이들과 연관이 깊은 보석, 향수병, 드레스, 자동차 등 100년 전 시대를 상징하는 수많은 작품과 자료를 보여줬다.
건강한 맛 추구하는 미쉐린 셰프 식당
점심식사는 미술관 내에 있는 ‘뮤제 카라토(Musée KARATO)’에서 스페셜 런치를 경험했다. 뮤제 카라토는 ‘아름다움과 건강, 맛’을 모토로 하는 카페로 12년 연속 미쉐린가이드 1스타를 획득한 셰프 카라토를 앞세우고 있다.
다양한 종류의 채소를 사용한 런치 플레이트가 한정 판매되고 있다. 플레이트 구성은 메일 디시와 수프, 빵, 차 등으로 깔끔하면서 건강식 느낌을 준다. 높은 천장과 넓은 공간으로 개방감이 우수해 파리의 카페에 있는 듯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일본 답사를 하면서 매번 느끼는 것은 박물관, 미술관 내에 상당한 수준의 식당들이 입점해 있다는 사실이다. 예술 문화를 즐긴 후 지인들과 식탁에 앉아서 담소하는 모습에서 일본인들의 문화예술을 대하는 자세와 정신이 엿보였다. 부러울 정도는 아니지만 우리나라도 당장 서울시립미술과 같은 공간에 식당 하나 있으면 좋겠단 생각을 해본다. 물론 찬반양론이 갈리겠지만 필자는 찬성에 한 표를 던진다.
도톤보리 킷사텐 마루후쿠 커피 추천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식사를 마친 일행은 요도야바시에서 어반크루즈를 타고 물길로 오사카성 등지를 돌아봤다. 저녁 무렵에는 드디어 인파로 북적이는 도톤보리로 접어들었다. 100년 넘은 오래된 킷사텐 ‘마루후쿠커피’ 센니치마에 본점에서 커피와 달달한 디저트로 야간 답사에 필요한 에너지를 채웠다. 도톤보리의 상징인 ‘글리코’ 전광판 앞은 인증샷을 남기려는 관광객으로 인산인해다.
글리코상은 1935년 제과회사 에자키가 1922년 출시된 영양 캐러멜 ‘글리코’의 홍보를 위해 창업주 에자키 리이치가 설치한 34m 높이의 옥외 광고판에서 유래했다. 달리기하며 골인 지점에서 양손을 든 모습은 창업주가 아이들의 건강과 달리기 마라토너의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다. 또 한편으론 오사카 전역을 돌고 돌아 도톤보리로 골인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저녁은 도톤보리 야끼니꾸 식당에서 음식, 주류 무제한을 경험했지만 큰 인상을 받지 못한 곳이다. 추가되는 고기 질이 점점 나빠지면서 나중에는 비계가 많아서 잘라내고 먹느라 애를 썼다. 다음 회는 답사 3일째 방문했던 교토 편으로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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