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은 1997년 이상문학상 우수작이다. 보통 모모한 상의 대상 수상작에 우수작을 여러 편 같이 싣곤 한다. 출판사들의 뻔한 상업적 전략이지만, 그 덕분에 독자들은 여러 작품을 음미할 수 있게 된다. 세상은 항상 매개적으로 움직이고 그래서 진실은 빠르게 관철되지 못하는 수가 많다. 어떻게든 대가를 치러야 하는 것이 세상이다.
‘식성’은 한 젊은 여성의 구토증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여성은 가부장적 가족 메커니즘 속에서 자란 자매 중 언니 쪽이다. 어떤 체질을 타고났는지 이 여성은 어려서부터 육식주의로 일관했다. 이 육식주의는 이념이 아니라 체질이다. 아기 때부터 우유만 먹었고, 크면서 고기만 탐식했다. 아이가 고기만 먹으려 하는 경우도 없지 않지만, 이 여자 아이의 유난한 식성은 일관되고도 철저하다. 대학생이 되어 서울로 올라와서도 이 언니는 끔찍이도 육식을 ‘지킨다’.
소설은 언니의 ‘육식주의’를 이념이 아니라 체질로 그린다. 어쩔 수 없는 ‘생리’로서 육식은 언니의 삶을 지배한다. 그런가 하면 동생 쪽은 자신은 ‘평범하다’고 생각한다. 남들처럼 고기도 먹고 남자도 만나고 시대가 시대이니만큼 운동권 이념에도 휩쓸렸다, 이제 그런 ‘잔치’의 시대는 끝났다고도 생각한다. 동생은 그러니까 세상 돌아가는 모양 그대로 살아가는 것 같다.
언니가 극적인 변화를 보이는 것은 유학을 갔다 와서다. 김포공항 이야기가 나오는 걸로 봐서 아직 세상이 지금처럼 ‘개명’하기 이전이었다고도 할 수 있다. 언니는 미국 루이지애나로 가는데, 미국은 우리가 알다시피 고기가 넘쳐나는 나라. 이제 언니는 ‘낙원’ 같은 곳으로 이동했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런데 어느 날, 언니가 고백하기에, 어떤 남자가 자기 정액을 받아 먹으라 해서 그렇게 하기는 했고, 그때부터 육식 ‘알러지’가 돌연 ‘발생’한다. 이 체질적 육식주의자는 이념의 차원 아니라 생리의 차원에서 어느 날 갑자기 ‘육식’ 세상에 대한 거부 반응을 앓기 시작한다. 사람들에게서 육식 냄새, 피 냄새가 난다. 치밀어 오르는 구토증 때문에 참을 수가 없다.
언니는 3년 만에 어쩔 수 없이 귀국한다. 자식의 변화를 이해할 수 없는 어머니와 아버지는 동생을 언니가 숨어 살다시피 하는 대전 근방의 사찰로 내려가게 한다. 귀국해서 일주일 집에 꼼짝 않고 박혀 있다가 승려가 되겠다고 세속 세상에서 모습을 감추어 버린 것이다. “너 오늘 뭘 먹고 왔나 알아맞혀 볼까? 너도 지금 참기 힘든 괴상한 냄새가 나.” 언니는 예민한 후각으로 자신을 찾아 내려온 동생에게서도 구토, 구역질을 유발하는 냄새가 난다고 한다.
이 소설의 구성은 한강의 ‘채식주의자’와 아주 흡사하다. 자매가 있다. 그런데 동생 아니라 언니가 문제다. 소설은 ‘육식주의’ 세상을 이야기한다. ‘채식주의자’는 육식주의자의 반대말이다. 이 자매의 집안은 아주 유난하지는 않지만, 전통적으로 가부장적이다. 가끔 이렇게 우연의 일치를 보이는 소설들이 있다. 세상은 우리가 알 수 없는 ‘우연’으로 가득 차 있다. 요즘 학계에서도 이런 우연이 가끔 발견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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