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경쟁력의 근간은 눈에 잘 드러나지 않는 ‘소재 기술’에서 시작된다. 반도체와 배터리, 모빌리티, 우주·국방까지 첨단 산업의 기반 역시 소재에 있다. 이 같은 인식은 올 1월 모교 연세대학교 신소재공학과에 100억 원을 기부한 한 기업인의 결단으로 이어졌다.
그 주인공은 장창현 한맥중공업 회장이다. 1978년 자본금 500만 원으로 출발한 한맥중공업은 현재 세계 70여 개국에 철구조물을 수출하는 글로벌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특히 2012년 ‘2억불 수출의 탑’을 수상하며 전 세계에 한국 철강 기술의 위상을 높였다. 산업 현장에서 일궈낸 평생의 결실을 학문과 인재 양성으로 환원하겠다는 결단 그것도 전액 현금 기부라는 방식은 철강보국이라는 그의 남다른 신념을 보여준다.
이 같은 선택은 그가 사는 곳에서도 이어진다. 한맥중공업 본사가 자리한 서초동 생활권을 중심으로 이동해온 그는 서초동 최고급 주거지 더미켈란에 안착했다. 서리풀공원 자락의 저밀도 구조와 대형 평형, 실거주 가치에 집중한 공간은 본질을 중시하는 그의 경영 철학과 맞닿아 있다.
은사의 가르침이 만든 100억 결단
1950년생인 장 회장은 1960~70년대 산업화의 한복판에서 성장한 철강 1세대 엔지니어다. 1969년 광주고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금속공학과에 입학한 그는 가난한 나라를 일으키기 위해선 철강이 필요하다는 확신으로 학업에 매진했다.
대학 시절 “현장을 먼저 알아야 한다”는 은사의 조언에 따라 포항제철과 대한중기공업에서 약 4년간 직장생활을 하며 실무 감각을 익히고 사업 자금을 마련했다. 동시에 경영대학원 과정을 병행하며 기술과 경영을 함께 체득했다. 현장과 이론을 축적한 경험은 이후 그의 경영 방식의 토대가 됐다.
1978년 자본금 500만 원으로 창업한 한맥산업은 이후 한맥중공업으로 성장한다. 스타디움, 공항, 플랜트 등 대형 철구조물을 제작하며 세계 70여 개국에 진출했고 2012년 ‘2억불 수출의 탑’을 수상하며 글로벌 경쟁력을 입증했다.
그의 기업 철학은 단순하다. “싸게, 좋게, 빠르게.” 그러나 이 간명한 원칙 뒤에는 합리주의와 인간주의, 부단한 학습이 결합돼 있다. 공대생 시절 인문학 독서모임 자유교양회를 만들고 철학과 예술을 탐구했던 경험은 그를 기술자이면서 사유하는 경영자로 만들었다.
한맥중공업이라는 이름에도 그의 철학이 담겨 있다. ‘한(大)’과 ‘맥(정신)’. 그가 대학 2학년 시절 직접 만든 단어다. 영어로 번역하면 ‘Great Spirit’이다. 기업은 단순한 이익 창출 조직이 아니라 인간의 큰 정신을 구현하는 도구라는 것이다. 이 철학은 첨단 대공간 철구조물 기술로 구현됐다. 세계 각지의 인프라에 그의 기술이 스며들었다.
그의 경영 철학의 출발점에는 소재가 있다. 철구조물 산업의 경쟁력은 외형이 아닌 소재의 물성, 가공 기술 그리고 이를 구현하는 공정 역량에서 결정된다. 그는 “결국 산업의 격차는 소재에서 벌어진다”는 것을 현장에서 체득했고 그 인식이 모교 신소재공학과에 대한 100억 원 기부로 이어졌다.
장 회장의 이런 선택은 기술이 곧 국가 경쟁력이라는 신념에 기반해 있다. 그는 소재 연구 성과를 산업 현장으로 연결하는 생태계야말로 우리 경제를 지탱할 실질적인 힘이라고 본다. 개별 기업의 투자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대학이라는 공적 시스템을 통해 장기적인 기술 축적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는 게 그가 거액의 기부를 택한 이유다. 그의 판단은 명확하다. “기술은 질문에서 시작되고 질문은 교육에서 나온다.” 즉 산업 경쟁력의 뿌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대학과 연구 생태계에 대한 투자부터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기부 방식 또한 이례적이다. 통상 거액 기부가 수년에 걸쳐 분할되는 것과 달리 전액을 한 번에 현금으로 출연했다. 산업과 교육을 연결하는 구조를 앞당기겠다는 실천적 의지의 표현이다. 여기에는 본인이 마중물이 되어 성공한 동문들이 후배들을 위한 기부 행렬에 동참하기를 바라는 마음도 담겼다.
이러한 배경에는 학창 시절 은사의 가르침이 자리한다. 대학 2학년 때 만난 고(故) 양훈영 교수는 강의 첫날 ‘싸게, 좋게, 많이’라는 문장을 칠판에 적으며 철강 기술자의 사명을 강조했다. 기술은 효율로 완성되고 효율은 결국 산업 경쟁력으로 이어진다는 통찰이었다. 장 회장은 이 원칙을 평생의 기준으로 삼았다고 한다.
이러한 축적은 한맥중공업의 성장으로 이어졌다. 회사는 설계·제작·시공을 아우르는 통합 역량을 구축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넓혔다.
직주근접 원칙, 하나의 생활권 통합
장창현 회장의 주거 이동은 하나의 기준으로 설명된다. 직주근접이다. 일과 삶의 거리를 좁히고 하나의 생활권 안에서 시간을 압축하는 방식이다.
그의 동선은 특정 지역을 벗어나 이동하기보다 방배동과 서초동 일대를 아우르는 동일 생활권 안에서 이어졌다. 2000년대 방배동 신동아아파트를 시작으로 방배현대멤피스2 아파트로 거처를 옮겼고 이후 같은 권역 내에서 주거 환경을 개선해왔다.
이 일대는 행정구역상 방배동과 서초동으로 나뉘지만 실제 생활에서는 하나의 권역으로 작동한다. 한맥중공업 본사가 위치한 서초동과도 거리가 가까워 주거와 업무를 연결하는 데 유리하다.
이러한 흐름의 연장선에서 선택한 곳이 현재의 거주지인 더미켈란이다. 본사까지 약 3km, 차량으로 10분 이내에 닿는 거리다. 법조타운과 교육 인프라, 강남 접근성을 동시에 갖춘 이 일대는 효율과 안정성을 중시하는 그의 기준에 부합했다. 장 회장의 주거 이동의 키워드는 압축이었다. 생활 반경을 넓히기보다 하나의 권역 안에서 완성도를 높여가는 방식이다.
더미켈란, 조용한 럭셔리 추구
그 종착점인 더미켈란은 서초동에서도 성격이 분명한 주거지다. 2005년 준공된 14층 단일동, 67세대 규모 저밀도 단지로 전 세대가 80~90평대 대형 평형으로 구성된 소수 정예형 고급 주거지다. 외형적 화려함보다 프라이버시와 거주 밀도를 낮추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입지 역시 남다르다. 서리풀공원 자락에 인접해 숲세권 환경을 누리면서도 지하철 2호선 서초역과 방배역을 동시에 이용할 수 있는 더블역세권 입지까지 갖춰 도심 접근성 또한 탁월하다.
단지 설계 역시 치밀하다. 전 세대를 45도 사선으로 배치해 채광과 조망을 확보하면서도 세대 간 간섭을 최소화했다. 여기에 세대당 약 4대 수준의 넉넉한 주차 공간, 대형 평면 중심 설계는 실거주 만족도를 높이는 요소로 꼽힌다.
장 회장은 2013년 4월 아내와 공동명의로 공급면적 265.99㎡(약 80.5평), 전용면적 219.44㎡(약 66.4평) 규모의 한 호실을 23억7000만 원에 매입했다. 이후 동일 면적이 2025년 39억 원대에 거래되며 약 16억 원의 시세 상승을 보였다. 거래 빈도는 낮지만 희소성을 기반으로 가치가 형성되는 구조다.
중요한 것은 겉으로 드러나는 가격보다 그 안에 담긴 내실이다. 르네상스 시대의 거장 미켈란젤로의 예술적 혼을 계승한 이름처럼 더미켈란은 불필요한 요소를 덜어내고 간섭을 최소화하며 본질적인 거주 가치에 집중했다. 과도한 과시보다 실질적인 가치를, 화려함보다 안정을 중시하는 절제된 태도가 공간 곳곳에 녹아 있다.
미래를 만드는 힘
이 같은 선택은 그의 산업 철학과 정확히 맞닿는다. 장 회장은 산업 경쟁력의 본질을 보이지 않는 기술 특히 소재에서 찾는다. 그리고 그 인식은 모교 연세대학교 신소재공학과에 대한 100억 원 기부로 이어졌다.
최근 산업 환경은 탄소 중립, 에너지 전환, 공급망 재편이라는 구조적 변화 속에 놓여 있다. 이 과정에서 친환경 공정, 재활용 소재, 고효율 구조물 등 소재 기술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장 회장이 강조해 온 기초의 힘이 다시 부각되는 이유다.
그는 후배 공학도들에게 “현장을 이해하는 연구자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론에 머무르지 않고 산업과 연결된 기술이 진짜 경쟁력이라는 뜻이다. 소재 기술에 대한 투자, 인재 양성에 대한 환원 그리고 삶의 방식까지 일관되게 이어지는 그의 선택은 하나의 질문을 던진다. 지속 가능한 경쟁력은 어디에서 오는가라는 물음이다.
서초동의 조용한 주거지에서 이어지는 그의 일상은 그 답을 암시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투자하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본질을 쌓아가는 것. 삶을 관통하는 이 원칙이야말로 그가 만들어 온 가장 견고한 경쟁력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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