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대통령정책실장이 최근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을 “한국 경제가 새로운 차원으로 도약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수반되는 성공의 비용”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25일 SNS에 ‘성공의 비용’이란 글을 올리고 “기업 실적은 사상 최고치를 갱신하고 수출은 넘쳐나는데, 금리는 오르고 환율은 불안하고 집값은 다시 들썩인다”며 “혼란의 근원은 경제 자체가 아니라 경제를 바라보는 인식의 틀에 있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원·달러 환율 상승에 대해 “외환위기 때와 같은 외화 부족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코스피 급등에 따라 외국인 투자자들이 “막대한 평가 차익을 일부 회수하는 과정에서 환전 수요가 환율을 밀어 올렸다”며 “한국 경제의 성공이 만들어 낸 역설적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금리 상승에 대해선 “유가 발(發) 인플레이션 우려와 성장률·물가 전망 상향 등이 겹친 결과”라고 평가했다. 고물가의 원인으론 중동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식품·물류 전반의 비용 상승을 지목했다.
학계는 ‘3고 위기’가 성장통이라는 인식이 안이하다고 우려한다. “현재의 고물가는 유가 상승에 따른 비용 인플레의 성격이 강하다”며 “성장이 잘 돼서 수요가 물가를 견인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성공의 비용’으로 설명하긴 어렵다”는 지적이다. 성장과 수출도 반도체 등 일부 품목에 집중된 착시효과가 크다.
최은석 국민의힘 의원은 "3고 현상은 늘 경기 침체와 복합위기의 전조였다"며 "이를 '성공의 비용'이나 '성장통'으로 미화하는 것은 대응의 골든타임을 놓치게 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고금리는 기업 투자 위축을, 고물가는 가계 소비 여력 잠식을, 고환율은 원자재 및 수입물가 상승을 유발한다고 지적했다.
논란이 되자 청와대는 “정부는 현재 경제 상황의 부담을 엄중하게 보고 있다”며 진화에 나섰다. 김 정책실장은 얼마 전에도 반도체 초과 세수를 활용한 ‘국민배당금’ ‘저(低)신용자에게 저금리 적용’ 등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가 쏟아내는 주장의 바탕에는 지금의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한국의 기술적 우위를 바탕으로 상당히 오랜 기간 이어질 것이라는 믿음에서일 것이다. 그는 “한국이 ‘기술독점경제’로 전환할 가능성이 있고” 그로 인해 발생한 초과 세수로 국민에게 돈을 나눠주면(배당금) 불평등 문제도 해소할 수 있다는 논리다. 실제 적어도 내년까지는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이어진다는 데 이견은 적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전망치를 토대로, 두 회사가 올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반기마다 합산 50조 원씩 법인세를 납부할 것으로 본다.
그러나 이런 초호황은 항상 있는 게 아니다. 언제 구글의 메모리 사용량 절감 기술인 ‘터보퀀트’가 나타날지, 빅테크 기업들이 투자를 줄일지 예측하는 것 자체가 힘들기 때문이다. 메모리 산업이 기술독점 산업으로 진화하고 있는지 여부도 아직 불분명하다.
지금은 ‘넘쳐나는 반도체 초과 세수를 어떻게 쓸 것인가’ 고민하기보다 미래를 위한 투자를 어떻게 지속할 것인가 숙고할 시점이다. 반도체 초호황이 글로벌 인공지능 붐에서 왔기 때문에 초호황 열차가 급정거할 때의 충격에 대비하고 미래 산업에 투자하는 것이 정부의 정책 방향이 돼야 한다. 정책실장직은 SNS에 가볍게 개인 의견을 올려 문제를 일으키는 자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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