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고객의 금융 비서가 되는 시대가 열렸다.”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지난달 17일 공개한 ‘신한 슈퍼SOL’은 국내 금융산업이 맞이할 새로운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은행과 증권, 카드, 라이프의 경계를 허물어 하나의 플랫폼으로 통합한 데 이어 고객의 질문을 이해하고 스스로 업무를 수행하는 ‘에이전틱(agentic) 금융’을 전면에 내세우며 금융 서비스의 패러다임 전환을 선도하고 있다.
에이전틱 금융은 생성형 AI를 금융 서비스에 접목한 다음 단계다. 기존 AI가 질문에 답하거나 상품을 추천하는 조력자였다면 에이전틱 AI는 고객의 목표를 이해하고 스스로 계획을 세워 업무를 수행하는 능동적 대리인(agent)으로 진화한다.
예컨대 고객이 “주택담보대출을 갈아타는 것이 좋을까”라고 묻는다면 단지 대출 상품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고객의 소득 변화와 자산 현황, 금리 전망, 중도상환수수료, 세금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가장 유리한 시점과 방식을 제안한다. “3000만 원을 어떻게 굴리면 좋을까”라는 질문에는 투자 성향에 맞는 포트폴리오를 제시한다.
투자와 보험, 자산관리를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하며 고액 자산가들이 프라이빗뱅커(PB)를 통해 받아온 초개인화 금융 서비스를 AI가 대중화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이는 금융산업의 경쟁 방식 자체가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과거에는 얼마나 많은 영업점을 확보했는지가 경쟁력이었고 모바일 시대에는 얼마나 편리한 앱을 제공하느냐가 승부를 갈랐다. 이제는 고객의 의도를 얼마나 정확히 이해하고 먼저 행동하느냐가 새로운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금융이 고객을 기다리는 시대에서 고객을 먼저 이해하는 시대로 전환되는 것이다.
디테일에 강한 현장형 리더
1961년생인 진 회장은 덕수상고를 1981년 졸업하고 한국방송통신대 경영학과, 중앙대 대학원 경영학 석사를 거쳤다. 학구파인 그는 이러한 금융 환경 변화를 누구보다 빠르게 준비해왔다.
특히 이번 신한 슈퍼SOL 개편 과정에서 직접 서비스 화면과 고객 동선을 점검하며 고객 경험 개선에 공을 들였다. “같은 신한금융인데 고객이 여러 문을 찾아다녀야 했다”는 기존 금융의 불편을 해결하는 게 핵심 과제라는 판단에서다. 지난달 10일 사장단 회의에서는 “잠이 오면 안 되는 시기”라며 위기의식을 강조하고 기존 목표를 뛰어넘는 혁신을 주문하기도 했다.
그의 AI 철학은 기술 중심이 아니라 사람 중심에 있다. 1일 열린 ‘제12회 신한 29초 영화제’ 시상식에서는 홀로 사는 노인과 AI의 교감을 그린 수상작을 소개하며 “기술은 외로움을 덜어주고 생명을 지키는 친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AI를 비용 절감 수단이 아닌 고객의 삶을 돕는 동반자로 바라보는 시각이 신한금융 디지털 전략에도 그대로 반영돼 있다.
진 회장이 슈퍼SOL에 공을 들이는 배경에는 그룹의 성장 전략도 자리하고 있다. 신한금융은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 1조6226억 원을 기록했고 비은행 부문 순이익은 6109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2.2% 증가했다.
특히 신한투자증권은 순이익이 167% 급증하며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신한금융은 2030년까지 비은행 이익 비중을 50% 수준으로 확대한다는 목표 아래 은행 중심의 수익 구조를 종합 금융 플랫폼 중심으로 전환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이 같은 전략의 중심에는 슈퍼SOL이 있다. 슈퍼SOL은 단순한 통합 앱을 넘어 은행 고객을 증권과 보험, 카드 고객으로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그룹 시너지 플랫폼이다. 2023년 12월 처음 출시된 뒤 신한투자증권 비대면 계좌 개설이 월 1000건 수준에서 9000건 안팎으로 늘어난 만큼 이번 개편에서도 고객 접점을 확대하는 기폭제 역할을 톡톡히 해낼 것으로 보인다.
금융 경쟁의 중심도 상품에서 고객 경험으로 옮겨가고 있다. 진옥동 회장이 추진하는 에이전틱 금융 역시 고객을 더 깊이 이해해 적절한 순간에 필요한 서비스를 먼저 제안하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경희궁자이 명품 주거지 호평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경영 철학이 그의 생활 공간 선택에서도 자연스럽게 드러난다는 사실이다. 진 회장이 거주하는 서울 종로구 홍파동 경희궁자이는 조선의 궁궐과 광화문 금융 중심이 맞닿은 곳이다. 과거의 품격 위에 새로운 미래를 쌓아 올리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전통적 신뢰를 기반으로 AI 금융 혁신을 추진하는 그의 경영 철학과도 맞닿아 있다.
경희궁자이는 GS건설이 돈의문1구역을 재개발해 2017년 상반기 준공한 2533가구 규모의 대단지다. 지하 2층~지상 최고 21층, 30개 동으로 조성됐으며 모두 4개 단지로 나뉜다.
진 회장이 거주하는 곳은 2단지로 알려졌다. 전체 4개 단지 가운데 가장 큰 1148가구 규모로 ‘왕의 정원’을 콘셉트로 한 조경과 자이안센터를 중심으로 피트니스센터, 실내 골프연습장, GX룸, 독서실, 라운지 등 다양한 커뮤니티 시설이 집중돼 있다. 경희궁자이의 중심 단지로 꼽히는 이유다.
그가 거주하는 전용면적 138.6533㎡(약 42평) 호실은 단지 내에서 21세대밖에 없는 가장 큰 평형이다. 올해 4월 동일 면적이 38억5000만 원에 거래됐으며 지난해 말에는 전세 19억 원, 올해 초에는 보증금 8억 원에 월세 500만 원 수준의 반전세 계약이 체결되는 등 시장에서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진 회장이 이 주택을 소유가 아닌 임차 형태로 거주하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권에서는 최고경영자들이 거액의 자금을 부동산에 묶기보다 금융자산 운용의 효율성과 거주 유연성을 고려해 임차를 선택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 양도소득세 등 세금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점도 임차를 선호하는 이유다.
경희궁자이의 경쟁력은 입지에서 드러난다. 단지는 3호선 독립문역과 5호선 서대문역을 모두 걸어서 이용할 수 있는 더블 역세권이다. 광화문과 시청, 여의도 등 주요 업무지구 접근성이 뛰어나고 서울역과 강남권으로 이동도 편리하다.
무엇보다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와 외국 공관, 대기업 본사, 주요 금융기관이 밀집한 업무지구와 인접해 전문직과 기업 임원들의 임차 수요가 꾸준하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사대문 안을 단 한 걸음에 누리는 1000가구 이상 대단지의 희소성과 직주근접성을 동시에 갖춘 주거지로 평가한다.
생활 인프라도 풍부하다. 단지 앞 영천시장에서는 정겨운 서울의 로컬 감성을 경험할 수 있고 조금만 걸으면 경희궁과 덕수궁, 한양도성길, 정동길, 서대문독립공원 등 역사문화 체험 공간이 이어진다. 오피스와 궁궐, 재래시장과 글로벌 금융회사가 공존하는 풍경은 경희궁자이만 가진 독보적인 경쟁력이다.
이러한 공간적 특성은 진 회장이 강조하는 경영 철학과도 닮아 있다. 그는 금융의 본질인 신뢰를 지키면서도 AI와 디지털 기술을 통해 고객 경험을 혁신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전통을 버리는 혁신이 아니라 오랜 가치 위에 새로운 기술을 더하는 혁신이다.
현재 신한금융이 추진하는 에이전틱 금융과 슈퍼SOL 역시 같은 방향을 향한다. 고객이 금융회사의 여러 서비스를 직접 찾아다니는 대신 AI가 고객의 의도를 이해하고 은행과 증권, 카드, 보험을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하는 새로운 금융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금융의 본질이 신뢰라면 AI의 본질은 연결이다. 진옥동 회장이 경희궁자이에서 그리고 있는 미래 역시 다르지 않다. 조선의 궁궐과 대한민국 금융의 중심이 맞닿은 공간에서 그는 전통 위에 혁신을 쌓고 있다. 신뢰라는 금융의 오래된 가치를 지키면서 AI를 통해 고객 경험을 새롭게 정의하는 것, 그게 바로 진 회장이 에이전틱 금융을 통해 그리고 있는 신한금융의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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