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팬들은 오랫동안 ‘감독 박지성’을 기대했다. 국가대표 주장으로 그라운드를 진두지휘했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명장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신임을 받았던 그다. 은퇴 후에도 현장을 떠나지 않았기에, 그의 감독 데뷔는 당연한 미래였다. 그러나 박지성은 신중했다.
최근 그는 유튜브 채널 ‘캡틴 파추호’에서 그 속내를 직접 털어놨다. “개인적으로 나는 지도자를 잘할 수 없을 것 같다.” 전술적 역량이 부족해서가 아니었다. 감독은 때로 선수에게 상처를 주는 말도 해야 하고, 저마다 다른 성향을 읽어 팀 전체를 장악해야 하는데, 자신은 그런 모진 결단력과 통제력이 부족하다는 고백이다.
이 말은 감독의 본질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많은 사람은 감독의 능력을 전술에서 찾는다. 그러나 감독의 본질은 결국 용병(用兵)이다. 누가 칭찬을 받아야 더 성장하는지, 누가 질책을 들어야 각성하는지, 누가 기다려 주어야 제 기량을 발휘하는지를 판단하는 사람이다. 감독의 가장 어려운 일은 작전이 아니라 사람을 움직이는 일이다.
퍼거슨 감독의 사례는 이를 잘 보여준다. 퍼거슨은 골을 넣은 웨인 루니를 하프타임에 크게 질책하곤 했다. 루니가 그런 자극을 받을수록 더 좋은 경기력을 보이는 선수라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반대로 멘털이 약한 선수에게 같은 방식을 썼다면 경기 자체를 망칠 수도 있었다. 감독은 모든 선수를 똑같이 대하는 사람이 아니라, 선수마다 다른 그릇에 맞춰 물을 담아내는 존재다.
축구만 그런 것이 아니다. 친근한 ‘황 사장’ 이미지로 화제를 모은 엔비디아의 젠슨 황도 회사 안에서는 전혀 다른 리더다. 직원들이 그의 거침없는 공개 질책을 '황의 분노'라고 부를 정도다. 그는 실수를 그냥 넘기지 않고, 치열할 정도로 높은 기준을 요구한다. 쉽게 사람을 해고하지 않지만, 강한 피드백을 통해 그 기준에 기어이 도달하게 만든다. 리더의 역할은 조직의 기준을 세우고 사람의 잠재력을 끌어내는 데 있기 때문이다.
이런 리더십은 이미 2500년 전 손자병법에서도 강조됐다. 손자는 “병법에는 일정한 형세가 없고, 물은 일정한 모양이 없다(兵無常勢, 水無常形)”라며, “적의 변화에 따라 함께 변화해야 승리할 수 있다(能因敵變化而取勝)”고 했다. 상황이 달라지면 대응도 달라져야 한다는 뜻이다. 이 원리를 조직 관리와 사람을 다루는 용병술에 대입하면 바로 퍼거슨의 방식이 된다. 상대에 따라 접근법을 유연하게 바꾸는 물과 같은 ‘무정형(無定形)의 리더십’이다.
박지성의 고백은 단순한 겸손이 아니다. 감독이라는 자리의 본질을 정확히 이해한 자가 진단이다. 좋은 주장은 솔선수범으로 팀을 이끌 수 있다. 그러나 좋은 감독은 직접 뛰지 않는다. 대신 사람을 읽어내고, 적재적소에 배치하며, 저마다의 잠재력을 깨워야 한다.
결국 감독에게 가장 어려운 과제는 전술이 아니라, 선수마다 다른 가능성을 끌어내는 일이다. 그 무거운 책임을 알았기에, 박지성은 섣불리 벤치를 탐하지 않았을 것이다. 어쩌면 이런 그의 선택이 앞으로의 박지성을 더 기대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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