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폭염으로 농·축·수산물 값이 천정부지다. 요즘 장 보는 사람들은 선뜻 집지 못하고 망설이다 되돌아 나오는 경우가 적잖다고 한다. 서민 가계의 ‘주름살’이 굵어지고 있다.
주민 삶이 이렇다면 세금으로 영위하는 공직자는 합리적 수입 및 지출에 힘써야 한다. 납세자의 피와 땀, 눈물로 만든 혈세(血稅)의 의미를 되새길 때다.
다산 정약용은 목민관의 덕목에 대해 이렇게 제시했다. “목민을 잘하는 자는 반드시 인자해야 한다. 인자하게 하려는 자는 반드시 청렴해야 하고, 청렴하게 하려는 자는 반드시 검소하고 아껴 쓰니 절용이란 곧 목민관이 먼저 힘써야 하는 것이다.”
현실을 보자.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는 열악해지고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자체가 직접 살림을 꾸리기 시작한 1995년, 전국 평균 재정자립도는 63.5%였다. 그러다 2026년도 상반기 기준 재정자립도(47.3%)는 전년 대비 1.3%, 전 전년 대비 1.3% 감소했다.
열악한 지방 재정 건전성은 ‘풀뿌리 민주주의’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최근 들어 세계적으로 지자체들이 파산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게 잘 보여주고 있다. 무리한 사업 추진 등으로 생긴 대규모 부채를 감당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2006년 일본 홋카이도의 유바리(夕張) 시 파산, 2008년 금융위기 때 스페인 등 유럽 내 지자체의 재정위기, 미국 디트로이트 시의 2013년 7월 파산 신청 등이 대표적 사례다. 디트로이트 시의 파산 원인은 자동차 산업 쇠퇴와 인구 감소로 인한 세수 감소, 공무원 연금 및 복지 비용 지출 증가 등이다.
이번엔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5일 경기도 재정이 사실상 비상 상황에 놓였다며 ‘경기도 재정 비상’을 공식 선언했다. 추 지사는 20년 만의 대규모 지방채 발행과 각종 기금 소진, 민생예산의 9개월 편성 등을 거론하며 새로운 공약 사업은커녕 기존 사업조차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하고 강도 높은 재정 구조조정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현실에서 재정자립도 26%에 그치는 충남 당진시는 추석 전 주민 1인당 30만 원씩 500여억 원을 풀겠다고 해 비판 여론이 거세다.
지방자치단체의 현금복지 경쟁은 돌림병처럼 번지고 있다. 지난해 17개 광역지자체가 신설한 복지사업은 총 1천여 건에 달한다. 이 가운데 현금이나 지역화폐를 직접 주는 방식이 67.7%에 이른다. 구체적인 재원 조달 방안이 마련된 사업은 드물다. 현금 살포식 복지사업의 가장 큰 문제는 지자체의 열악한 재정 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시행한다는 점이다.
복지 천국으로 알려진 북유럽 국가들도 재정난 탓에 현금복지를 축소하고 직업교육 강화 등 일하는 복지로 전환하고 있다. 현금성 복지정책은 한번 시작하면 뒤집기 어려워 두고두고 재정의 발목을 잡기 때문이다.
여하튼 공직자는 규모 있는 살림으로 삶에 힘겨워하는 국민에 용기를 줘야 한다. 사마천의 ‘사기(史記)’는 2천 년을 뛰어넘어 오늘 이렇게 가르침을 주고 있지 않은가. “임금은 백성을 하늘로 삼고, 백성은 먹고사는 문제를 근본으로 여긴다(王者以民爲天 而民以食爲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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