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고가 법인주택을 처음으로 전수 점검한 결과 전체의 42%가량이 사주 일가의 거주나 사적 용도로 사용된 것으로 파악됐다. 국세청은 법인 명의 주택의 사적 사용을 기업 전반의 탈세 위험을 보여주는 신호로 보고 혐의가 확인된 법인에 대한 세무조사에 나설 방침이다.
임광현 국세청장은 23일 자신의 엑스(X)에 ‘비정상의 정상화, 황제사택 관행 바로 잡겠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고가 법인주택 실태 점검 결과와 향후 조사 방침을 밝혔다.
국세청이 국민주택 규모 이상이면서 공시가격 9억원을 초과한 종합부동산세 대상 고가 법인주택 2639채를 전수 확인한 결과 임대법인의 임대용 주택 1157채와 직원 기숙사 등 업무용 385채를 제외한 1097채가 사주 일가가 거주하거나 사적으로 사용하는 주택으로 파악됐다. 전체 조사 대상의 약 42%다.
전수 검증된 법인주택의 공시가격은 평균 20억원을 넘었다. 공시가격 30억원을 초과한 주택은 453채였으며 100억원을 넘는 주택도 12채로 조사됐다. 최고가는 200억원을 웃돌았다. 또한 사적 사용이 확인된 법인은 연매출 수십억원 규모 중소기업부터 수십조원의 대기업까지 폭넓게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임 청장은 “현행 세법상 출자임원과 그 친족이 사용하는 사택 이익 및 유지비는 과세 대상으로 명확히 규정되어 있음에도 변칙 무상 거주가 업계 일각에서 관행처럼 이어져 온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일부 기업은 한강 조망이 가능한 강남·용산 등의 초고가 아파트를 사주나 자녀의 사택으로 제공했고, 다주택 규제를 피하기 위해 개인 소유 고가주택을 법인에 넘긴 뒤 사실상 계속 사용하는 사례도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직원 복지를 명분으로 100억원이 넘는 고급 콘도를 법인 명의로 확보한 뒤 실제로는 오너 일가나 일부 임원이 사적으로 이용한 사례도 점검 과정에서 확인됐다.
임 청장은 이에 대해 “이번 실태 확인 결과 위 사례들이 모두 사실로 확인됐다” 며 “원천징수로 세금 한 푼도 빠짐없이 납부하는 봉급생활자 입장에서는, 사무실에서 사무용품 하나도 통제받는 직원들 입장에서는 사주의 법인자산 사적 유용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법인 명의 슈퍼카의 사적 사용에 대한 세무조사에 이어 고가 법인주택으로 검증 범위를 넓힌 데 대해서는 세무 전문가들도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고 전했다.
임 청장은 “세무전문가들은 법인 명의 초고가 주택에서 사주 일가가 무상으로 거주하는 모습에 국민적 반감이 크며, 법인 슈퍼카 사적 사용 적발에 이어 ‘반드시 바로 잡았어야 할 과제였다’며 이번 단속을 적극 환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세청은 이번 점검에서 사주 일가의 사적 사용이나 탈세 혐의가 확인된 법인에 대해 신고·납세 성실도 전반을 들여다볼 계획이다.
임 청장은 “사주의 법인주택 사적사용과 같은 비정상적 행태는 기업 전반의 탈세위험을 보여주는 중요한 신호로 보고, 혐의가 확인된 법인의 성실도 전반에 대해 엄정한 세무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국세청은 법인 명의 국내 고가주택뿐 아니라 고급 콘도와 회장 등 사주 일가의 해외 사택 무상 제공, 해외 유학 자녀에 대한 유학비 지원 등 법인자금의 사적 사용 전반을 들여다볼 방침이다.
임 청장은 “이번 점검이 ‘회사의 공적 영역’과 ‘오너의 사익 추구’ 경계가 모호한 기업들에 대해서 원칙을 명확히 세우는 계기가 되도록 하겠다”고 예고했다.
이어 “국내 황제사택뿐만 아니라 고급 콘도, 회장 유학자녀의 해외 사택 무상 제공이나 유학비 지원 등 법인자금 횡령 행위 전반으로 국세청 검증을 확대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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