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초등학교에 다니던 시절 이야기이다. 설날이나 추석이 되면 어머니께서 ‘설빔’ ‘추석빔’이라고 해서 새 옷을 사다 주시곤 했다. 물론 새 옷이 아니더라도 깨끗하게 빨아서 반질반질하게 다려 주시면서 “추석빔이야”라고 하시던 말씀이 기억난다. 이제는 추석빔을 차려주실 어머니도 안 계시니 누구한테 떼를 써야 할지 모르겠다. 늘 그리운 어머니!
‘빔’은 ‘비음’이 줄어든 말이다. ‘추석빔’은 추석과 비음의 합성어임을 알 수 있다. ‘비음’의 어근은 ‘빌(빋)’이다. ‘빔’은 명사로 ‘명절이나 잔치 때 새 옷을 차려입음’이라는 말이다. 지금은 ‘비음’이 비표준어가 되었다. 단순히 새 옷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몸을 치장하는 일, 또는 그 옷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래서 명절빔, 단오빔, 잔치 빔과 같이 쓰였는데, 그중에서 가장 두드러진 것이 새 옷이었기 때문에, 보통 ‘추석빔’이라고 하면 옷을 생각하게 되었다.
‘열양세시기洌陽歲時記’ ‘정월(正月)’조에 보면 “남녀노소 개착신투의복 왈 세비음 (男女老少 皆着新套衣服 曰 歲庇廕 : 남녀노소가 모두 새 옷을 착용하는데, 이것을 ‘설 비음’이라고 한다)”는 문장에서 설 비음이 ‘설빔’이 된 것이다.
그러므로 ‘추석빔’은 ‘추석에 입는 새 옷’의 의미가 있고, ‘꾸미다(치장하다)’는 뜻을 함께 담고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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