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맹국이자 이웃인 미국과 캐나다의 자존심 싸움이 무역전쟁으로 치닫고 있다. 양국은 미·캐나다·멕시코 무역협정(USMCA)에 따라 교역량의 85% 이상을 무관세로 교역하면서, 석유·에너지(10%), 철강·알루미늄·목재 및 USMCA 요건 미달 완성차(25%) 등 특정 품목에만 관세를 부과해왔다. 하지만, 8월 22일 미국은 캐나다 대미 수출의 5%에 해당하는 품목들에 50%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을 발효했다. 완성차와 부품에 25% 관세 부과도 위협하고 있다.
캐나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카니 총리는 같은 규모의 미국산 수입품에 9월 8일부터 같은 수준의 보복 관세를 확정하고, 전력 공급 중단 또는 25% 할증료, 핵심 광물 수출 중단 등도 검토하겠다고 했다.
이 위기를 촉발한 데는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공격적 언행이 한몫했다. 그는 2026년 이래 그린란드는 “미국 땅이 되어야 한다”라는 말로 나토 동맹국들과 마찰을 빚었고, 캐나다의 주권을 무시하는 ‘51번째 주’ 발언도 반복했다. 미시간주와 온타리오주를 잇는 고디하우(Gordie Howe) 대교의 개통 시기를 둘러싼 신경전에 이어, 8월27일에는 온타리오호(Lake Ontario)를 '아메리카호(Lake America)'로 개칭하는 행정명령에도 서명했다. 카니 총리도 대응했다. 그린란드 발언 직후 시진핑을 방문하여 엇박자를 놓았고, “온타리오호는 영구히 온타리오호일 것”이라고 맞불을 놓았다.
물론, 경제 규모가 미국의 1/12에도 못 미치고 수출의 70%와 수입의 50%를 미국에 의존하는 캐나다가 먼저 물러설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미국도 원유, 천연가스, 전력, 포타시, 알루미늄, 철강 등을 캐나다에 크게 의존하며, 방위생산공유협정(DPSA)에 따라 리튬, 코발트, 니켈, 희토류, 우라늄 등의 핵심 광물도 공급받는다. 이런 구도에서 갈등이 장기화한다면 세계 안보에 미치는 영향은 간단하지 않으며, 한국도 영향권 밖에 있지 않다.
캐나다의 안보는 미 핵우산과 군사력에 크게 의존하지만, 미 본토 방위 및 ‘미국 대 중·러’라는 구도에서 보면 캐나다가 가지는 지정학적·산업적 가치는 대체 불가능이다. 캐나다 내 조기경보 레이더망, 센서 네트워크, 전방 작전기지 등이 없다면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는 북쪽으로부터의 전략적 위협에 대처할 수 없고, 북서항로와 북극해로 통제, 5개국 정보공유(Five Eyes), 글로벌 해양영역인식(MDA), 미국의 차세대 미사일 방어망(Golden Dome) 구축 등도 어려워진다.
결국, 미·캐 갈등이 장기화하면 대서양 동맹의 균열과 함께 북극권 및 유라시아 전략 경쟁에서 미국과 서방의 입지가 줄어들고 중·러에 전략적 반사이익을 안기게 되어 글로벌 전략 균형도 서방에 불리하게 변할 것이다. 이런 변화는 한미동맹을 약화하고 한국의 제반 경제활동에도 새로운 그림자를 드리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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