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의 가파른 하락세가 마무리 국면에 들어섰다는 전망이 나왔다. 그동안 원화 강세를 이끌었던 국내 달러 수급 효과가 약해지는 데다 미국의 물가 부담과 고유가, 지정학적 위험까지 겹치면서 달러가 다시 강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전망이다.
한화투자증권은 15일 ‘원·달러 환율: 단기 하락은 마무리 단계’ 보고서에서 당분간 원·달러 환율이 1320원선을 하단으로 낙폭을 줄일 것으로 전망했다. 달러와 엔화 흐름에 따라서는 환율이 단기간 1300원 중후반까지 반등할 가능성도 열어뒀다.
최근 외환시장의 시선은 일본은행(BOJ) 금융정책결정회의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미국의 8월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ore CPI)는 전년 대비 2.4%, 전월 대비 0.3% 상승하며 시장 예상치를 소폭 웃돌았다. 특히 에너지와 주거비를 제외한 서비스 물가인 ‘슈퍼코어’가 전월 대비 0.51% 오르면서 연준의 긴축 경계감도 다시 높아졌다.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위험과 국제유가 상승도 달러 강세 요인으로 꼽혔다. 보고서는 WTI 선물가격이 배럴당 100달러에 이르면서 글로벌 인플레이션 부담을 다시 키우고 있다고 진단했다. 고유가가 물가 하락을 제약하는 가운데 안전자산 선호까지 강해지면서 달러 수요도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화투자증권은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지면서 달러 약세 압력이 상당히 제한되거나 오히려 강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원화의 추가 강세 여력은 이전보다 줄어들 전망이다. 국내 외환시장에서 달러 매도 압력이 둔화되고 다른 달러 공급 요인까지 약해지면서 원화 절상 폭이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실제 보고서의 관련 지표에서도 국내 단기 달러 공급이 최근 진정되고,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한 달러 자금 유입도 줄어드는 흐름이 나타났다.
반면 엔화는 당분간 원화보다 상대적으로 강한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일본은행이 매파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하면서 엔화 가치를 지지하고 있고, 미·일 추가 정책 공조에 대한 경계도 엔화 강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다만 최근 시장이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가능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면서 엔화 매수세가 이미 상당 부분 유입된 만큼 엔·달러 환율의 추가 하락 폭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미국의 물가 둔화가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연준이 빠르게 완화적 태도로 전환하기 어려워진 점도 엔화의 일방적인 강세를 막는 요인이다.
한화투자증권은 원화와 엔화의 흐름이 엇갈리면서 최근 바닥권에 머물렀던 원·엔 환율은 점진적으로 저점을 높일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원화 투자자 입장에서는 엔화 자산 비중을 확대하는 전략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엔화 역시 추가 급등 여력은 크지 않다고 봤다. 고유가 장기화에 따른 2차 물가 영향과 미국의 복잡한 금리 경로, 지정학적 위험, 일본의 재정 우려 등이 다시 부각되면 중기적으로 엔화 가치가 약세로 돌아설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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