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 ‘약’의 문화문법을 이야기하면서 ‘고추에 약이 오르다’에서 유래했다는 말을 했다. 그중 일부를 다시 인용해 보자.
“약 오르다”는 “비위가 상하여 은근히 화가 나다”라는 말이다. ‘약’은 ‘고추나 담배 따위의 식물이 한창 자랄 때 생기는 맵고 자극적인 기운’을 말한다. 약초가 성숙하여 독특한 자극적인 성분이 생기는 것을 ‘약 오르다’라고 했다. 고추밭에서 많이 쓰던 말이다. 이것이 확대되어 ‘사람의 성질이 변하여 독을 품은 것까지 확대’되었다.
요즘 가을이라 그런지 약 오른 고추의 맛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우리가 흔히 ‘아삭이고추’ 혹은 ‘오이고추’라고 하는 것이 있다. 주로 풋고추로 먹는 것이다. 싱그러운 맛과 씹는 식감이 너무도 좋아 필자가 매우 즐겨 먹는 음식 중 하나다. 그런데 지난주부터 이놈(?)들이 어딘가 모르게 청양고추를 닮아가고 있음을 느낀다.
예전에 청양고추 옆에 아삭이고추를 심었다가 둘 다 매워서 다른 사람들은 먹지도 못한 시절이 있었다. 그래서 요즘은 청양고추와는 정반대 쪽에 아삭이고추를 심는다. 그런데 매워진 이유가 무엇일까? 그것은 가을바람을 먹고 약이 오른 탓이다. 다른 말이 필요 없다. 약이 오르기 전에 먹어야 한다. 붉은 아삭이고추는 무늬만 좋을 뿐이지 맛으로는 큰 의미가 없다. 투덜투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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