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권 주택가격이 주춤한 사이 노원구와 성북구 주택가격이 오르고 있다. 그러나 지방에는 미분양 주택이 쌓여서 부동산 시장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정부의 부동산 세제 개편안 확정과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매매시장은 매도자와 매수자 모두 관망세로 돌아섰지만, 임대차 시장은 전세 매물 부족과 월세화 가속으로 세입자들의 주거 부담이 가중되는 모양새다.
KB경영연구소 KB주택시장리뷰 9월 보고서에 따르면, 8월 전국 주택 매매가격은 전월 대비 0.27% 오르며 상승세를 이어갔지만 지역별 온도 차는 뚜렷했다. 수도권 매매가격이 0.59% 오르며 견조한 오름세를 보였지만 비수도권 5개 광역시는 0.01% 상승에 그쳤고 기타 지방은 0.01% 하락하며 침체 흐름을 벗어나지 못했다.
서울 주택 매매가격은 전월 대비 0.75% 상승했다. 강남권은 조정 매물이 나오며 상승세가 주춤했으나, 그동안 상대적으로 오름폭이 작았던 노원구(1.68%)와 성북구(1.66%) 등 외곽 중저가 밀집 지역이 급등하며 전체 상승세를 견인했다.
경기도는 0.62% 상승했지만 규제지역 지정과 세제 개편안 발표 여파로 오름폭 자체는 줄었다.
매수 심리는 급격히 꺾이고 있다. KB부동산전망지수는 107.2를 기록하며 2개월 연속 하락했다. 한국은행의 7~8월 연속 금리 인상(3.00%)과 보유세 강화를 골자로 한 부동산 세제 개편안이 이달 1일 확정 발표되면서 시장 관망세를 부추겼다. 고가주택 보유자와 비거주자를 중심으로 매도 물량은 늘었지만 매수세가 위축되면서 거래 절벽 현상이 장기화되고 있다.
거래량 감소세도 두드러진다. 7월 전국 주택 매매량은 전월 대비 8.2% 줄어든 6만3000건에 그쳤다. 수도권 거래량이 전월 대비 11.1% 하락해 비수도권(-4.4%)보다 감소 폭이 훨씬 컸고, 특히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15.2% 급감해 가장 큰 낙폭을 보였다.
KB경영연구소 부동산연구팀 관계자는 “시장 내 매물이 쌓이고 있으나 매수 심리가 꺾인 상황”이라며 “당분간 거래량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매매시장의 관망세는 임대차 시장의 수급 불균형을 더 자극하고 있다. 매매를 미룬 수요가 전월세 시장으로 흘러든 데다, 기존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 행사와 집주인의 실거주 입주가 맞물리면서 전세 매물이 자취를 감췄다.
8월 전국 주택 전셋값은 전월 대비 0.30% 상승했다. 수도권 전세가격이 0.53% 오르고 서울(0.68%)과 경기(0.52%)가 상승장을 이끌었다.
반면 비수도권은 5개 광역시가 0.14%, 기타 지방이 0.06% 오르는 데 그쳐 보합세를 이어갔다. 전세 수급 불균형을 나타내는 수도권 전세수급지수는 180.1을 기록하며 시장의 매물 가뭄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가을 이사철 및 학군 수요가 본격화되면 주요 선호 단지의 전세가격 상승 압력은 더 커질 것이라는 게 보고서 진단이다.
전세 매물 부족은 월셋값 급등으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수도권 아파트 월세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1.3% 상승하며 10개월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다. 서울 아파트 월세가 1.8% 급등한 것을 비롯해 경기(1.0%)와 인천(0.9%)도 상승세를 탔다. 한편 서울 아파트 월세 매물량은 월평균 1만7000호에 그치며 최근 3년 평균보다 12.5% 감소해 매물 부족 현상이 심화됐다.
임대차 시장의 ‘월세화’ 전환도 빨라지고 있다. 1~7월 누적 전월세 거래 중 월세 비중은 68.3%에 달해 최근 5년 평균치(53.6%)를 크게 상회했다. 상대적으로 전세 선호도가 높은 아파트 역시 월세 비중이 52.4%로 절반을 넘어섰다. 고금리로 인한 전세자금대출 이자 부담과 매물 부족이 겹치면서 세입자들의 주거비 압박이 심화되는 양상이다.
분양 시장의 지방 침체와 주택 금융 부담도 계속되고 있다. 8월 전국 아파트 분양물량은 1만9000호에 그치며 2개월 연속 2만 호를 하회했다. 수도권 분양물량이 최근 1년 평균 대비 2.3% 증가한 반면, 비수도권은 23.3% 급감하며 전체 공급 물량 감소를 주도했다.
전국 1순위 청약 경쟁률도 2.9대 1에 머물며 3개월째 3대 1 문턱을 넘지 못했다.
7월 전국 미분양 물량은 전월보다 753호 증가한 6만8217호로, 3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이며 7만 호 턱밑까지 차올랐다. 특히 비수도권 미분양이 4만8758호로 전체의 71.5%를 차지, 지방 분양시장의 냉각이 심각한 수준이다. 수도권 미분양 역시 1만9459호로 늘어나 2025년 1월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주택금융 시장에선 대출 잔액과 금리의 동반 상승세가 이어졌다. 보고서에 따르면 8월 은행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수도권 거래량 증가(5월)와 잔금대출 영향(7~8)으로 전월 대비 4조 원 증가한 952조5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반면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162조1000억 원에 머물며 강화된 대출 규제 여파로 12개월 연속 축소세를 보였다.
7월 예금은행 주택담보대출 신규 취급 금리는 전월 대비 0.12%p 상승한 4.48%를 나타내며 2년8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같은 기간 주택담보대출 연체율도 0.28%로 두 달째 상승세를 탔다.
KB경영연구소 부동산연구팀 관계자는 “한국은행이 가계부채와 물가 억제를 위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남겨둔 만큼, 향후 차주의 이자 상환 부담 가중과 매수 심리 위축이 지속될 것으로 본다”고 진단했다.
이러한 현 시장 상황을 구조적 적응 과정으로 풀어내는 시각도 있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거래 절벽은 급등장에 따른 시장의 자율적 숨고르기 성격에 가깝다”며 “외곽 지역 중심으로 유입되는 실거주 수요가 가격 하한선을 지지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 월세화 현상에 대해서도 “전세보증금 미반환 리스크를 피하고 자금 운용의 유연성을 확보하려는 시장 참여자들의 합리적 선택이 반영된 구조적 변화”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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