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유경 동물매개심리 상담사(이웅종동물매개치료센터 사업본부장)
벌써 상근이가 떠난 지 1년이 됐지만 아직도 상근이를 기억하고 고마워하는 사람들은 그를 잊지 않고 있었기에 인터넷 이곳저곳에서 상근이의 사진과 상근이의 그리움에 대한 글들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이 글들을 읽다 보니 2년 전 내 곁을 떠났던, 내가 유난히도 사랑했던 나의 애완견 ‘쏘니’가 불현듯 생각이 난다.
누군가가 내 곁을 떠난다는 것은 참으로 슬픈 일이다. 13년 동안 우리가족과 동고동락을 해온 비글종 쏘니는 2년 전 갑자기 복부에 물이 차면서 심한 고통을 호소했고, 쏘니를 데리고 병원을 찾아갔을 때는 이미 종양이 복부에 자리 잡아 얼마 살지 못한다는 수의사 말에 우리가족은 큰 충격에 빠졌다.
나이가 제법 들었기 때문에 수술을 해도 큰 기대는 하지 않는 게 좋다는 말에 또 한 번 우리는 절망에 빠져 들었다. 집으로 데리고 가서 남은 시간 동안 좋은 음식, 좋은 시간을 보내다 적당한 시간에 안락사를 시키는 것이 쏘니를 위하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수의사의 조언을 뒤로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온 쏘니는 여느 때와 같이 잘 먹고 여동생 포메종 키노와 언니 동생 하며 앞마당과 뒷마당을 오가며 즐겁게 뛰노는 것을 보며 우리와 함께 오랫동안 살 수 있을 것만 같은 착각과 바람을 하곤 했었다.
그러나 하루가 다르게 쏘니의 배는 커져갔고 고통은 심해졌다. 우리는 그런 쏘니를 바라 보는 것 그 자체가 고통이었지만 그럴수록 담담해지려 노력했다.
▲ 쏘니(사진 위)는 “이제 떠날 준비가 됐어요. 이제 그만 날 보내주세요. 그 동안 고마웠어요. 사랑해요”라고 내게 말하고 있었다.(본문 중) 사진은 쏘니와 키노의 단한했던 한때 모습 [사진=필자제공]
하지만 차츰 더 힘들어하는 우리 쏘니를 보면서 어떻게든 그 과정을 쉽게 해주고 싶은 충동을 느꼈지만 아직은 함께 할 시간과 헤어질 마음의 준비가 우리에겐 더 필요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여느 때와 같이 밤새워 쏘니 곁에서 얼음수건으로 찜질을 해주다 잠깐 잠들었다. 갑작스런 쏘니의 신음소리에 불현듯 잠을 깨어 쏘니를 보니 쏘니는 그 큰 눈으로 내게 무언가 말하고 있음을 알았다.
“이제 떠날 준비가 됐어요. 이제 그만 날 보내주세요. 그 동안 고마웠어요. 사랑해요”라고 내게 말하고 있었다.
죽음을 맞닥뜨리는 것은 두렵고 슬픈 일이지만 그 투쟁너머에 평화로움이 있음을 알기에 마음을 가다듬고 쏘니가 가는 길을 돕기로 했다. 그날 우리는 동물병원으로 향했고 쏘니의 마지막 가는 길을 함께 했다.
지금도 쏘니를 생각하면 문득문득 울컥해지곤 하지만 나는 이 감정을 부인하지도 억압하지도 않으려 노력한다. 떠난 쏘니를 잊으려고 노력하지도 않는다. 왜냐하면 이 과정은 반려동물을 잃은 치유의 한 과정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쏘니와 매일 함께했던 산책, 카라반을 타고 호주 전역을 누볐던 추억, 무던히도 보챘던 식사시간 등등 쏘니가 내게 주었던 행복하고 소중한 시간들을 기억하면 내 입가와 얼굴에는 미소가 번진다.
호주에서는 키우던 반려견이 죽으면 빈 공터나 정원에 묻는 경우도 있지만 한국처럼 죽은 반려동물을 위한 공용 화장장도 있다. 화장장에는 죽은 반려견을 지인들과 함께 모여 추모할만한 작은 공간이 딸린 교회도 있으며, 일반 공동묘지같이 비석들을 세운 넓은 묘구역과 화장 후 뼈를 갈아 작은 병에 담아 납골당에 안치하기도 한다.
일부는 뼈를 갈아 반지나 목걸이를 만들어 차고 다니는 일도 있으며, 반려견 발을 꾸욱 눌러 발자국 모양을 만든 다음 이것을 반려견 사진과 함께 액자로 만들어 벽에 걸어두고 오랫동안 반려동물을 기억하기도 한다.
쏘니의 죽음으로 인해 한동안 우리와 우울한 날들을 보냈던 우리 둘째 반려견 키노(포메, 14살)는 13시간을 홀로 화물칸에 갇혀 그 극심한 비행기 소음을 견디고 한국에 무사히 도착해 호주와는 너무도 다른 한국의 환경에 그런대로 잘 적응해 살아가고 있다.

▲ 반려동물을 위한 납골당(사진 위)과 묘지의 모습 [사진=필자제공]
하지만 이젠 키노도 나이가 들어 전보다 활동량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틈만 나면 잠을 자고 있으며, 청력이 급격히 떨어져 불러도 듣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키노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슬픈 일이지만 키노의 죽음에 대해서 준비하는 것 또한 나의 책임이기도 하기에 순리대로 받아들이려고 노력한다. 대신 전보다 더 많은 신체접촉을 통해 좀 더 많은 사랑을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죽음을 부정적으로 바라본다면 그 앞에서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것은 무력감뿐이지만 반려인은 반려동물이 잘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은 물론 잘 죽을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할 책임도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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