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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경의 ‘동물 매개치료’-콜린 톰슨의 ‘널 만나 다행이야’
동물들에게 주인의 사소한 변심은 곧 삶의 종말
어른들에게도 진한 감동 스토리…반려견과의 삶을 희망의 초록으로 채색한 동화
이유경 필진페이지 + 입력 2015-06-08 12:40:32
 ▲ 이유경 동물매개심리 상담사(이웅종동물매개치료센터 사업본부장)
며칠 전 이웅종컴퍼니(주)에서 한통의 메일이 날아왔다. 5월 가정의 달 특집을 준비 중인데, 아이와 강아지에 관한 이야기를 써 주실 수 없겠어요?
 
아이와 강아지에 관련 된 이야기는 널리고 널렸다. 당장 조 캠프(Joe Camp) 감독의 벤지 (Benji)시리즈만 해도 몇 편의 칼럼을 너끈히 뽑아내고도 남을 분량이다(기억에 남아있는 벤지 시리즈만 해도 4편이 넘어간다).
 
아이와 개는 자본주의가 만들어 낼 수 있는 최고의 조합이 아닌가? 광고업계의 철칙 중 하나인 ‘3B효과’란 게 있다. 소비자의 주목률을 높이는 최고의 아이템을 말하는 것인데, 바로 아기(Baby), 동물(Beast), 미인(Beauty)을 말한다. 이들 중 2개를 묶은(아이+강아지) 콘텐츠는 사람들의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다(덕분에 끊임없이 제작되고 있다). 이런 만만한(?) 작품들 중 하나를 골라볼까?
 
개를 기른다면 한 번쯤 읽어볼 만한 동화
 
콜린 톰슨(Colin Thompson)이라는 동화작가가 있다. 영국 출신으로 1992년부터 어린이들을 위한 동화책을 쓰기 시작했는데, 어른들이 읽기에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완성도가 높은 동화책들이 많다. 영국 최고의 동화작가란 칭호가 결코 과언이 아닌 명실상부한 최고의 동화작가이다.
 
이런 그의 작품들 중 대표작으로 꼽을 만한 작품이 오늘 소개 할 <널 만나 다행이야>란 작품이다. 이미 2008년 호주 가족치료협회 ‘어린이 문학상’을 수상했고, 2009년 호주 어린이 책 협회가 선정한 ‘올해의 책’에 선정 되며 그 작품성과 문학성을 인정받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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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널 만나 다행이야’/저자 콜린 톰슨 [책 표지=작은곰자리/교보문고]

내용은 간단한데(작품 자체가 40페이지 짜리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없는 조손(祖孫)가정의 소년이 유기견과의 사랑을 통해 참다운 사랑과 생명의 중요성을 깨달아 가는 과정이다. 너무 무미건조하게 설명한 걸까?
 
책을 열면 첫 장부터 숨이 턱 막힌다.
 
- 외로운 사람들은 주말이면 더 쓸쓸해지기 마련이에요. 쓸쓸한 주말이 코앞에 닥치는 금요일이면, 조지는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동물보호소에 들르곤 했어요. 그러고는 늘 마지막 통로에 있는 마지막 우리 앞에서 발길을 멈췄어요.
 
조지에게는 아빠 엄마가 없었다. 할머니는 인자했지만, 너무 나이가 많았고 결국 이들은 ‘다른 별에 사는 사람들’처럼 지내게 된다. 이런 조지에게 유일한 안식처는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있는 동물보호소였다. 말이 좋아 동물보호소였지, 이곳은 유기견들의 마지막 종착지였다.
 
- 이곳에 일주일간 있다가 주인이 나타나거나 새 주인이 나오지 않는다면, 이 개들은 안락사를 시킨단다.
 
가슴이 묵직해 지는 이야기이다. 사람은 자신의 삶을 선택할 수 있지만, 사람에게 선택받은 반려동물들(개 혹은 고양이)은 자신의 삶을 선택하지 못한다. 오로지 주인만을 바라보고, 주인에게 자신의 삶을 위탁할 수밖에 없다. 그런 동물들에게 주인의 변심은 곧 삶의 종말이었다.
 
- 개가 있다고 해도 하나같이 그늘 속에 몸을 숨기기 일쑤였어요. 사랑받지 못하는 몸을 드러내지 않으려는 듯 말이에요.
 
40페이지 남짓한 동화책 중에서 사람의 가슴을 가장 시리게 만든 구절이다. 첫 만남에서 강아지는 주인에게 사랑을 말하고, 사랑 받을 준비가 됐음을 증명하지만 주인의 변심으로 버림받은 뒤에는 스스로의 모습을 감추려 한다. 동화책의 말처럼 ‘사랑받지 못하는 몸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말이다. 이 한 구절만 보더라도 이 책이 단순히 아이들‘만’을 대상으로 한 동화책이란 느낌이 들지 않는다. 어른이 보더라도 가슴 깊숙한 곳에서 찡한 울림을 느끼게 해준다. 그리고 책장을 넘기면서 이 울림은 공명이 돼 지금 키우고 있는 강아지를 되돌아보게 만든다.
 
조지와 제러미의 만남
 
운명처럼 조지와 제러미는 만나게 된다. 한쪽 다리를 다쳐 다리가 3개 밖에 없는 제러미는 담담히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려 한다(조지와 만난 날이 일주일의 마지막 날이라 곧 안락사를 당할 운명이었다). 쇠창살을 사이에 둔 이 두 명의 친구는 태생적으로 외로웠으며, 서로의 외로움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조지는 제러미를 원했지만, 동물보호소의 직원은 부모님의 허락을 말한다. 조지는 부리나케 할머니에게 달려간다. 여기서 우리는 다시 한 번 작가의 통찰력과 마주하게 된다.
 
이건 신중하게 결정할 일이란다. 이런 말 들어 봤지? 개는 크리스마스 날 주고받는 반짝 선물이 아니라 인생을 함께할 친구라는 말.
 
할머니의 입을 통해서 콜린 톰슨이 반려견과 주인의 관계를 정의한 것이다. 이건 진리이며, 당연히 지켜야 할 철칙이다. 그러나 우리들은 이 진리와 철칙을 제대로 지키고 있는 것일까? 지켰다면 동물보호소란 말과 안락사란 말이 생겨날 이유가 없지 않았을까? 콜린 톰슨은 동화책을 통해 우리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동물보호소에서 제러미를 데려온 조지와 할머니는 제러미를 위해 다리를 만들어 준다. 그리고 제러미에게 사랑의 진정한 의미, 친구와 따뜻한 말들(푹신한 방석, 소파, 가족)을 배우며 사랑을 배워나간다. 아니, 조지와 할머니와 함께 사랑을 만들어 간다. 사랑은 나눠주는 것이 아니라 교감하는 것이며, 만들어 간다는 것을 이 세 가족은 확인하게 된다.
 
아이들에게 진짜 사랑을 보여주길 바라며
 
<널 만나 다행이야>는 유기견 제러미가 조지를 만나 그 생명을 구하는 내용이 아니다. 그렇다고 너무나 가볍게 생명을 선택하고 버리는 인간의 경솔함만을 이야기 하는 것도 아니다. 한 마리의 강아지를 통해 진정한 의미의 사랑이 무엇인지, 버림받고 외로운 이들끼리 모여 다시 따뜻한 삶을 꾸릴 수 있음에 대한 희망을, 우리가 키우고 있는 강아지가 우리에게 얼마나 많은 사랑과 행복을 주는지를 뒤돌아 볼 수 있게 해 준다.
 
어린이 날 아이들에게 강아지와의 사랑을 말하는 것도 좋지만, 지금 옆에 데리고 있는 강아지가 하나의 생명이며 그 생명을 온전히 우리에게 의지하고 있다는 것과 그 의지가 우리에게 사랑으로 다가온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도 좋은 선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강아지가 단순히 개 한 마리가 아니라 하나의 생명이며, 우리 인생의 친구임을 확인하고픈 어른들에게도 하나의 울림으로 다가 올 것이다.
 
콜린 톰슨이 40페이지 내내 희망을 상징하는 초록색을 책 곳곳에 흩뿌려 놓은 것처럼 우리도 반려견과의 삶을 희망으로 채워나갔으면 좋겠다.
 
강아지를 키운다면, 아이와 어른 가리지 않고 꼭 한 번 읽어볼 만한 동화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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