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경제성장의 디딤돌 역할을 하고 있는 쩌쟝성(浙江省)
일반적으로 실용적이고 상재(商材)에 뛰어난 중국인들을 ‘동양의 유대인’이라고 부른다.
그중에서도 중국 경제성장의 디딤돌 역할을 하고 있는 ‘쩌쟝성(浙江省)상인’을 가리켜 ‘중국의 유대인’이라는 별칭으로 부른다.
불과 몇 해 전에 우리나라에는 ‘원쪼우(温州)상인’을 연구하는 붐이 일어났던 적이 있다. 전문가들이 상하이를 통해 가공할 속도로 세계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그들을 배우자는 의도로 여러 권의 대중 경제서를 발간해 냈다.
글로벌 경제위기가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원쪼우 상인으로부터 그들 특유의 상도와 상술을 배워서 위기를 극복하자는 의도에서 나온 연구서들이었다.
▲ 중국 최고의 거상 원쪼우 소매상의 밀집 지역
그런데 중국 최고의 거상(巨商)으로 불리는 원쪼우가 바로 쩌쟝성에 속해 있다. 그뿐만 아니라 문구, 완구, 판촉잡화, 운동기구, 주방기구 등을 생산 거래하는 ‘이우(義烏) 시장’도 마찬가지이다.
흔히들 이우 시장에 없는 제품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고 할 만큼, 이우 시장은 단일 상가 가운데 세계 최대 규모라고 한다. 우리나라 동대문 상가의 몇 십 배 혹은 몇 백 배 규모라고 생각하면 쉽게 상상할 수 있을 듯하다.
▲ 우리나라 동대문 상가의 수백 배 규모를 지닌 쩌쟝성의 이우 시장 내부
실제로 쩌쟝 상인들은 일회용 라이터와 안경 부문에서 세계시장 점유율의 75%와 70%를 각각 차지하고 있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일회용 라이터의 생산지가 ‘메이드 인 차이나’로 표기되어 있으면, 쩌쟝성에서 물 건너 건너왔구나 하고 생각하면 틀림없다고 하겠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나라의 소규모 무역상들은 앞 다투어 쩌쟝성의 이우 시장이나 원쪼우에 들러, 흥정을 거쳐 수많은 판촉 잡화물들을 실어 나르고 있다.
쩌쟝성은 상해 인근에 위치한 중부권으로서 면적과 인구는 한국과 비슷하다.
물자가 풍부하고 절경이 많은 항쪼우(杭州),샤오싱(绍兴) 등은 관광지로 유명하다. 또한 최근 우리나라 사람들이 즐겨 찾는 안훼이성(安徽省)의 황산(黄山)과도 인접한 곳이다.
그러나 같은 쩌쟝성에 속해 있다 해도 원쪼우의 경우, 빈번한 자연재해 때문에 농업이 변변치 않은 데다 이렇다 할 천연자원도 없는 척박한 지방에 불과하다.
따라서 원쪼우 사람들은 일찍이 고향을 떠나 중국 각지를 유랑하는 떠돌이 장사꾼으로서 끈질긴 생명력을 유지해 왔다. 몇 세대에 걸쳐 원쪼우 상인들은 그들 특유의 ‘상업 DNA’를 계승하고 발전해 온 것이다.
통계에 따르면 쩌쟝성 인구 중 200명당 한 명이 사장이라고 할 만큼, 소자본 창업이 번창한 지역으로 유명하다.
그런 만큼 이곳 사람들은 사기업에 취직하거나 공무원(중국의 공무원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정년이 보장되고 안정적인, 가장 인기직종에 속한다. 오죽하면 철밥통이라고 부르겠는가)이 되기보다는, 소규모 구멍가게라도 창업해서 장사를 하는 게 소원이라고 한다.
필자가 현지에서 고향이 다른 여러 명의 중국인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직접 들은 이야기인 만큼, 틀림없는 사실일 것이다.
여기서 짚고 넘어갈 부분 하나. 쩌쟝성의 상인들이 경공업 위주의 판촉잡화나 안경 등에만 집중한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경공업에서 중후장대한 중공업은 물론 IT 분야에서도 상당한 강점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 2010년 8월 스웨덴의 볼보자동차를 인수해 주목을 받았던 중국 토종 자동차 메이커 지리자동차가가 과도한 채무로 부도 위기 등 난관에 봉착하기도 했다.
쩌쟝성에는 세계 최대의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 최근 스웨덴 볼보자동차를 인수한 자동차 기업 지리(吉利), 특히 지리자동차는 과거 짝퉁차 생산기업으로 유명했는데 어느덧 볼보를 인수해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세계 최대 가정용 재봉틀업체 페이위에(飛躍) 등이 활발한 경제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현재 쩌쟝성 상인들은 두바이에 대규모로 투자했다가, 2009년 발생한 두바이 사태로 인해 일시적인 타격을 받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막강한 현금동원 및 네트워크를 통한 집단투자 능력은 여전히 탁월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 2010년 12월경 절강성 ‘제1의 부자 도시’ 닝보에 드디어 한국 상품 전문 판매장이 생겼다. 이곳에서의 한국 상품 구매 욕구는 중국 어느 지역보다 높다. 특히 닝보 사람들의 구매 욕구는 엄청나다.
참고로 쩌쟝성의 닝보(寧波) 등지에는 삼성중공업과 LG화학 외에도 중소기업 70여 개가 진출해 있어, 머지않은 장래에 쩌쟝성 상인들의 한국에 대한 대규모 직접 투자가 실현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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