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병욱 ‘조병욱 한의원’ 원장
부부란 서로 역할을 나누며 가정을 이끌어 가는 존재다. 그러나 항상 좋은 관계를 유지하진 않는다. 실질적으로 많은 갈등을 안고 살면서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산다.
한방에서 양방의학에 없는 부부장기가 있다. 간장과 담, 심장과 소장, 비장과 위장, 폐와 대장, 신장과 방광을 말한다.
이들 부부장기는 서로 같은 일을 한다. 간장과 담은 저장작용, 심장과 소장은 분리작용, 비장과 위장은 소화작용, 폐와 대장은 호흡과 전도 작용, 신장과 방광은 배설작용을 한다.
자석은 N극과 S극이 서로 만나 붙기도 하면서 전혀 다른 성질을 갖고 있다. 부부장기도 마찬가지다.
간장과 담은 저장작용을 한다. 간장은 음(陰)이고 담은 양(陽)이다. 간장을 모든 영양물질을 저장하고 담은 저장 뿐 아니라 판단 역할을 한다. 간에 병이 생기면 혈허로 인한 빈혈 등의 증상이 나타나고 담의 병증이 있으면 결정 장애와 판단력 저하 등이 발생한다.
심장과 소장은 분리작용을 한다. 심장은 혈액을 분류해 더러운 피를 폐로 보내고 깨끗한 피는 동맥을 통해 전신으로 보낸다. 소장은 음식물을 분류해 물은 소변으로 가고 찌꺼기는 대장으로 보낸다. 또 영양물질은 비장으로 간다.
비장과 위장은 소화기능을 담당한다. 비장은 건조한 것을 좋아하고 위장은 습한 것을 좋아한다. 위장은 병이 들면 위궤양, 미란성 위염 등 구조적인 병증이 나타난다.
비장은 병이 들면 영양물질을 전신으로 보내는 기능이 떨어져 소화가 안 되고 속이 더부룩하며 기운이 없어진다. 위장은 구조적 병변을 담당하고 비장은 기능적 병변을 맡는다. 이를 통해 서로 반대되는 성질을 가진 위장과 비장이 서로 협력하며 기능·구조적으로 완벽한 소화기계를 만든다.
폐와 대장은 똑같이 호흡과 전도 작용을 한다. 변비가 있을 때 폐에 열을 내리면 변비가 해결된다. 이는 날계란을 먹을 때 아랫부분만 구멍을 내면 잘 나오지 않는 반면 윗부분도 구멍을 내면 계란이 쉽게 나오는 원리와 같다.
신장과 방광도 배설작용을 하면서 신정(腎精)을 저장하는 기능을 한다. 신장은 채우는 보(補)만 있고 내보내는 사(瀉)가 없는 장기로 표현한다. 또 방광은 저장하면 안 되고 소변으로 노폐물을 배설해야만 하는 장기다.
한방에서 정력제를 처방할 때 보(補)와 함께 택사 등 사(瀉)하는 약재를 가미한다. 방광의 배설작용을 위해선 신장의 정(精)을 보(補)하는 약재가 가미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서로 다른 성질의 부부장기가 어우러질 때 각각의 기능을 원활하게 지속할 수 있다. 남녀가 부부로 인연을 맺고 서로 협조를 해야만 좋은 가정을 꾸리면서 훌륭한 자녀교육이 이뤄지는 원리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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