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 괘에서는 중화(重火) 리(離)다. 불이 위, 아래로 중첩돼 있으므로 중복된 의미로서 ‘중화리’라고 불린다. 두개의 불이 겹쳐져 있으니 과한 상황이다. 불처럼 활활 타오르는 지칠 줄 모르는 열정은 오히려 혼란과 무질서를 가져온다. 그로 인해 분리되고 이탈하는 것이다.
기업의 경우 불은 제품 또는 고객이다. 그 동안 신기술로 무장된 신제품으로 고객으로부터 뜨거운 환호와 인기를 끌었지만 이제는 그 열기가 시들해 지면서 떠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남녀 간의 이별처럼 언젠가 다가올 이별이 닥친 것이다.
이러한 이별은 불현듯 다가온 것이 아니다. 예견됐던 일임에도 불구하고 준비를 하지 않았던 것이 문제다.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고객의 이탈과 제품의 매력도 저하에 대한 철저한 반성과 원인 규명을 해야 한다.
첫 단추를 잘 꿰어야 만사가 순조로워지듯 성숙기를 감지한 첫 단계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 살펴보자.
기존 시장에서의 고전
어느덧 경쟁자들이 많아졌고 제품의 차별화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범용화로 이어지면서 가격 경쟁이 화두가 되기 시작한다. 더 이상 우리의 제품이 고객들에게 매력적이지 않기 때문에 시장의 반응 또한 저조해지기 시작한다.
초기 현금자동지급기(ATM: Automatic Teller Machine)는 그야말로 획기적인 제품이었다. 지점의 규모를 줄일 수 있었고 24시간 서비스를 통해 고객에게 편의를 제공해 줬다. 이는 막강한 차별화 포인트였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경쟁자들 모두가 보유하게 되자 소비자들은 더 이상 현금자동지급기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게 됐다.
스마트폰 역시 획기적인 아이폰의 등장으로 매년 기록적인 성장을 보였다. 하지만 최근 1~2년 사이에는 성장이 정체됐다. 일부 회사들이 프리미엄 전략을 아직도 구사하고 있지만 이 또한 범용화 되고 있으다. 신규 수요도 줄어들어 후발주자들의 도전에 따른 경쟁이 치열해 지고 있다. 이처럼 경쟁자들이 등장하게 되면 재빠른 모방이 경쟁우위를 갉아먹게 되므로 새로운 차별화를 도모해야 한다.
고객 이탈 방지 고민
기존 시장에서의 수익성 저하는 대안 마련에 많은 제약 조건을 가져온다. 시장이 정체되고 이익도 예전 같지 않으므로 종전과 같은 과감한 투자가 힘들어 진다. 투자대비 효과를 분석해보면 수익률 저하가 예상되므로 이에 비례해 투자 또한 줄어들 수밖에 없다.
때문에 성숙기에 접어들면 인식의 전환이 필요해진다. 획기적인 새로운 제품을 만들려는 생각보다는 기존 제품의 기능을 보완하거나 아직 발굴하지 못한 잠재 요구를 찾아내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을 검토해야 한다.
아직 제품의 쇠퇴기가 찾아 온 것은 아니다. 단지 성장이 멈춘 것일 뿐이다. 기존에 투자해 놓은 자산을 최대한 활용해 추가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 최고의 전략이 된다.
도요타 자동차의 경우 소형차를 중심으로 미국 시장에 진출해 성공을 거두면서 중형차 및 SUV(Sport Utility Vehicle)차량 시장으로 확장했다. 하지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더 이상의 기회가 보이지 않게 되자 새로운 브랜드 렉서스로 고급 차 시장을 진출했고 성공을 거두게 됐다.
고객의 잠재욕구 파악
고객 이탈의 주원인은 제품 자체가 아니다. 소비자들이 제품에서 가치를 찾지 못하기 때문이다. 제품이 없던 시절에는 그 제품을 소유하는 것만으로도 만족을 느끼고 때로는 자부심까지 갖는다.
특정 제품의 마니아층이 형성되면 그들은 제품이 출시되기를 학수고대하면서 며칠이고 줄을 서서 기다린다. 새롭게 출시되는 제품을 보면 완전한 신제품은 아니다. 그렇지만 소비자들이 뭔가 아쉬워하던, 종전에 없던 기능들이 추가되면 이에 환호하고 구입하기에 바빠진다. 아이폰과 아이패드가 대표적인 사례였다.
이러한 잠재욕구를 찾아내기 위해서는 제품의 하드웨어적 측면에서 빠르고, 강하고, 기능이 많아지는 것을 추구한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왜 이 제품을 사야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되짚어 보고 없던 기능,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
틈새시장 발굴
틈새시장을 발굴하기 위해서는 제품의 수명주기 특성과 고객들의 선호도 변화를 이해해야 한다. 어떤 제품이던지 새로 탄생해 소멸될 때까지 공통적으로 겪는 과정이 있다.
처음에는 제품의 특성 자체에 만족을 하게 된다. 특히 얼리 어답터들의 경우 이에 해당된다. 전에 없던 새로운 제품을 먼저 차지하고 사용하는 것에 만족하는 고객들이다. 이후 아직 미심쩍어 하면서 제품의 수요가 늘어나고 일반화 될 때까지 기다리는 보수적인 고객들이 있다.
다음은 제품 추가 기능 개선을 통한 편리성을 추구하게 되고 마케팅을 통해 차별화된 서비스나 기능을 고객별로 제공하는 맞춤형 가치를 제공하는 과정으로 전개돼간다.
제품의 수명주기를 이해하고 이 과정에서의 고객의 요구 변화를 감지해 지속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틈새시장을 찾아내야 한다.
보잉사의 경우 여객 항공시장이 포화에 다다르자 화물용 비행기 시장을 개척했다. 냉장고도 단순한 냉장, 냉동 기능에서 벗어나 정수기능과 얼음 제조 기능을 추가해 틈새시장을 만들었다. 변심하고 떠나는 고객을 붙잡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단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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