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지다, 반목하다는 뜻의 규(睽)가 있다. 화택(火澤) 규(睽)다. 뭔가 어긋나거나 제대로 안되고 있음을 암시한다. 활활 타오르는 불은 하늘로 열기가 올라가고 있는 반면 연못의 물은 낮은 곳으로, 아래로 내려가고 있으니 서로 등을 지고 따로 놀고 있는 형상이다.
뭔가 내 뜻대로 되지 않고 있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옳은 것인지 아닌지를 확인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진정한 자기 성찰이 필요하고 이를 결행하기 위해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단순히 생각만으로 그쳐서는 개선이 없다.
기업도 계획과 달리 뜻대로 되지 않는 상황이 종종 발생한다. 불인 고객이 떠나가고 있으나 연못인 경영자들은 자신들만의 관심사에 매달려있다. 서로 등을 지고 합의점을 찾지 못하는 것이다.
이때 경영자들은 진정한 자기 성찰을 해야 한다. 어긋남의 근본이 무엇인지, 그 동안 해온 방법에 문제는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 때로는 충전을 위해서 용퇴를 결단하는 용기도 필요하다.
새로운 지식의 충전 없이 기존의 방법을 답습하면서 세상이 바뀌기를 기대하는 것은 요행을 바라는 사행심과 다를 것 없다. 개인 사정일 경우 한 사람에만 국한된 문제지만 조직을 책임지는 경영자들은 사정이 다르다. 정도를 걷는 것이 제일 빠른 길이고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판매가 부진한 신제품들은 과감히 폐기하는 결단이 필요하다. 명분도 약한 논리로 오너가 애착을 갖는 제품이라 못 건드리거나, 연대책임이 두려워 손실만 발생시키는(이미 판매가 중단되다시피 해 수요가 없는) 제품들을 밑 빠진 독에 물 붓듯이 계속 리스트에 놔두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렇게 되면 이 제품들과 관련된 원자재, 부자재 재고는 계속 남아 있게 된다. 당연히 폐기시키는 것이 정상이다.
제품별 잠재수요 최종 확인
파레토 법칙이 있다. 어떤 문제나 현상의 원인이 여러 가지가 있더라도 그중 20%가 전체 비중의 80%를 차지한다는 것이다. ‘80대 20 법칙’으로 재해석되기도 한다. 가령 기업의 많은 제품들 중 20%가 전체 매출의 80%를 차지하는 경우다.
공정의 품질문제를 개선할 때도 파레토 법칙을 활용한다. 많은 원인들을 빈도와 비중으로 그래프화 한 후 비중이 높은 문제들을 먼저 개선해 나가면서 해결하는 것이다.
유사한 맥락으로 판매되는 제품별, 고객별, 회전율별 이익 기여율을 분석해야 한다. 고객에게는 유리하지만 판매를 할수록 기업에게 불리해지는 제품이라면 판매 여부를 결정을 해야 한다.
고객만족이라고 해 고객이 원하면 어느 때고 무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많은 기업들이 생산계획, 판매계획을 수립할 때 결품률(재고를 확보하지 못하는 비율)을 감안해 계획을 수립하고 제품을 공급 한다. 100% 공급율을 약속하는 것은 불가능도 하지만 비용이 너무 많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매출이나 손익 기여율이 낮은 제품들에 대해 수요를 재확인하고 판매 중단 등의 의사결정을 준비해야 한다.
전략기종 별도 관리
수익성이 낮은 제품은 판매중단과 같은 극약 처방이 필요하지만 때로는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공급해야 할 전략적인 제품들이 있음을 감안해야 한다. 미래의 시장성을 내다보거나 고객과의 긴밀한 협조가 필요한 제품 개발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신제품 출시 리드타임을 단축하기 위해 개발구매를 운영하기도 한다. 개발 단계부터 고객은 물론 조달업체까지 같이 참여해 부품을 원활하게 조달하고 생산계획을 공유해 중간 대기시간을 함께 줄여 나가는 것이다.
애플의 경우 부품 구입선을 다변화 하면서도 신제품 개발에 있어서는 장기 계약을 맺어 안정적인 공급과 상호 협력 체계를 유지해 가고 있다.
폐기 및 단종 결정
일상생활에서도 뭔가 새로운 법이나 제도를 만드는 것은 익숙하다. 하지만 없애는 경우는 다르다. 누군가 하겠지 또는 내가 하기엔 부담스러워서 인지 서로 미루기 십상이다. 문제가 있는 줄은 알겠지만 그다지 큰 폐해는 없으니 일단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좋다는 인식을 서로 공유하고 있다.
제품의 개발 및 유지 과정에도 동일한 현상이 발생한다. 일단 판매가 이뤄졌던 제품들에 대해 시간이 흐르면서 관리가 느슨해지다 보면 실상 고객에게서 잊혀진 제품이지만 계속해서 재고를 유지하고 계획에 반영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매출도 발생하지 않는 제품을 계속 보유하는 것은 제품의 재고 비용만 발생시키는 것이 아니다.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 필요한 원자재, 부자재 재고와 그로 인한 설비 및 설비자재 재고도 숨어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악성재고로 전락하게 돼 부실로 이어진다.
눈에 보이지 않는 낭비를 미연에 제거하기 위해서라도 제품의 단종과 부실재고의 폐기는 과감하게 주기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실제로 제조현장에서는 이벤트성으로 부실재고를 전시해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불요불급한 신규 구매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이 보다 앞선 방법은 부품들의 표준화를 통해 기능이 유사한 자재들을 통폐합하는 것이다. 자재품목 수를 줄이고 재고도 줄일 수 있다.
수익성 기반의 제품수명 관리
모든 것에 수명주기(Life Cycle)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정작 수명주기를 관리하지 않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제품에도 수명이 있는데 언제 주기가 끝나는지를 관리하지 않는 것은 산소호흡기에 의지해 생명을 연장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신제품을 만들기만 하고 없애지는 않는 안일한 개발전략을 보완해야 한다. 제품 수명주기에 기반해 수명이 다해가는 제품은 수요와 수익성을 기준으로 폐기하는 것이다. 원가부담을 줄이고 다른 제품에 자원을 활용할 수 있도록 수명주기를 관리해야 한다. 성숙기를 맞이한 단계에서 필수적인 항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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