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과 커피를 좋아하는 모든 사람들이 매년 손꼽아 기다리는 것이 있다. 바로 커피 관련 전시회·박람회다. 무슨 전시회를 기다리기까지 하냐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커피인’들에게 커피 전시회는 커피에 대한 다양한 정보와 관련 제품들에 대한 정보를 한꺼번에 얻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좋아하는 원두나 생두, 평소 눈여겨봤던 커피용품 등을 아주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즐거운 쇼핑의 메카기도 하다. 필자도 커피 관련 일을 하기 아주 오래전 커피에 입문하던 시절부터 각종 커피 전시회는 빠짐없이 챙겨보려 노력했다. 실제로도 성의 있게 열심히 다닌 커피 전시회들은 그때마다 색다른 배움과 만족감을 선사했다.
무엇보다 그림으로만, 또는 카페에서 그림의 떡으로 보기만 했던 각종 커피용품과 머신, 로스터들을 직접 보고 만져보고 체험해 볼 수 있으니 커피 마니아로서 이보다 좋은 기회는 없다. 유명 카페들의 부스도 많고, 커피 관련 업체들이 거의 총출동하니, 여러 회사의 제품이나 브랜드들을 비교·분석해 볼 수 있는 기회도 된다.
그러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그 해 유행 아이템 같은 커피의 트렌드나 우리나라 커피 업계의 미세한 흐름 같은 것을 조금은 파악할 수 있어 전시회를 통해 얻는 개인적 즐거움과 수확이 쏠쏠하다.
우리나라 커피 관련 전시회는 주로 봄·가을에 개최되는데 그 중 가장 규모가 큰 전시회는 매년 11월에 열리는 ‘서울 카페쇼’를 꼽을 수 있다. 그 다음으로는 매년 4월에 열리는 ‘커피 엑스포’를 생각해 볼 수 있다.
특히, 카페쇼는 커피 뿐 아니라 각종 차와 음료·부재료·인테리어·각종 머신·관련용품·산업 등까지 카페와 관련된 웬만한 산업들을 총망라해 전시관을 꾸민다. 이에 카페·음료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누구나 재미있게 관람하고 즐길 수 있는 전시회라고 생각한다.
처음 전시회를 갔을 땐 단순히 관람하고, 원두를 구입하고, 시음하는 즐거움에 정신이 없었다. 매해 꾸준히 관람하고 그것이 10년 가까이 쌓이니 이제는 관심의 분야가 단순히 커피원두·용품에서 매해 변화하는 커피 트렌드와 커피의 흐름 등으로 그 분야가 넓어져 가고 있다.
10년 전의 전시회는 지금처럼 규모가 크지도 관람객이 이 정도로 많지도 않았다. 전시 내용도 주로 종류별 머신이나 커피 전문점에서 사용하는 여러 부재료와 전문용품들(일반인들은 봐도 잘 모르는)의 전시가 주가 된 전문가들을 위한 전시회였다. 그래서 관람객이나 바이어도 주로 커피 업계에 있는 분들이 많았다. 세미나나 각종 상담·거래도 주로 바리스타나 관련 업계 사람들만 관심을 가질 만한 내용이 많았다.
생두 판매대 같은 것은 거의 찾아볼 수도 없었고, 일반인들에게 판매하는 원두도 그 종류나 수량이 아주 미미했다. 2~3년이 지나는 동안 시나브로 변화가 느껴졌다. 관람객은 점점 늘어나 미리 표를 등록하고 예매하지 않으면 비싸게 전시회를 관람해야 할 정도로 인기가 많아졌다. 그 늘어나는 관람객은 상당 부분 필자와 같은 일반 커피 마니아들의 비율이 높아지고 있었다.
관람객의 성격이 바뀌니 전시 내용도 바뀌어 갔다. 가정용 커피용품의 판매가 조금씩 늘어나고, 캡슐커피 브랜드 전시관이 엄청나게 많아졌다. 갑자기 등장한 더치커피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높아져 어떤 전시회는 전시관의 반이 더치커피였던 적도 있다. 업소용 머신의 전시 공간은 눈에 띄게 줄었고, 그 자리를 각종 원두와 로스터·캡슐머신을 포함한 가정용 커피 머신 등이 채워갔다.
일반 마니아층의 커피에 대한 관심과 구매성향이 증가하고 있는 게 눈에 보일 정도였다. 그 후 2~3년이 더 지나니 그토록 많았던 캡슐커피 전시관이 거의 보이지 않게 되었다. 더치커피의 인기도 1~2년 열풍처럼 지나가더니 전시회에서 눈에 띄게 사라져갔다. 사실 한참 더치커피가 전시관을 채울 때 그 특성상 금방 인기가 사그라들 것을 이미 예상했던지라 그리 이상하지도 않았다.
더치커피와 캡슐커피가 사라진 자리에는 가정용 로스터와 그라인더, 각종 핸드드립 커피용품들이 놓였다. 가정용 로스터가 많아졌다는 것은 가정에서 직접 커피를 볶는 홈 로스터들이 많아졌다는 뜻이었다. 이에 따라 생두를 판매하는 생두 판매처도 늘었다. 사실 이전에는 인터넷을 뒤지지 않으면 일반인들이 생두를 구입할 곳을 찾기가 힘들 정도였다.
생두를 실물로 보고, 더욱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것은 ‘홈 로스터’들에게는 너무나 신나는 일이었다. 핸드드립 커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가정에서 직접 내려서 커피를 마시는 인구가 늘어남에 따라 커피 그라인더나 커피 용품의 종류도 많아지고, 브랜드도 많아지고, 가격은 점점 저렴해졌다. 커피 마니아들의 선택의 폭이 더욱 늘어난 셈이다.
이에 따라 판매하는 커피 원두의 종류도 많아지고, 시중에서 흔히 볼 수 없는 나라의 원두를 구입할 수 있는 즐거움이 있는 곳이 바로 이 시기의 커피 전시회였다. 고가의 스페셜 티 원두도 조금 저렴한 가격으로 만날 수 있고, 여러 가지 원두를 시음할 수도 있고, 흔치 않은 원두를 원하는 양대로 구입해 지인에게 선물도 할 수 있는 재미가 있었다.
다음 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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