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우(자유기고가)
삼강오륜(三綱五倫)이 땅바닥으로 추락한 요즘. TV에 간간히 삼강행실도(三綱行實圖)에 관한 내용이 소개되고 있다.
우리나라와 중국에서 군신(君臣), 부자(父子), 부부(夫婦)의 삼강(三綱)에 모범이 될 만한 충신, 효자, 열녀를 각 35명씩 총 105명을 골라 그 행실을 그림으로 그리고 설명을 덧붙인 책, 삼강행실도.
1432년(세종 14년) 당시에 집현전 부제학 설순(偰循) 등이 3권 1책으로 편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 사람으로는 효자 4명, 충신 6명, 열녀 6명을 실었다.
각각에 그림을 붙이고 한문으로 행적을 기록한 뒤 원문을 칠언절구(七言絶句)로 그리고 그중에 몇 편은 사언일구(四言一句)의 찬(贊)을 붙이기도 했다.
때문에 분명 이 책은 백성들의 교육을 위한 일련의 조선시대 윤리와 도덕 교과서 중 제일 먼저 발간되었을 뿐 아니라 가장 많이 읽혀진 것으로 손꼽힌다.
사회사적으로, 문화사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의의를 지닌 것이다. 한마디로 조선 전기의 풍속을 살필 수 있는 자료로서 그 가치가 충분하다.
이에 삼강행실도의 가치를 재조명하자는 입장에서 충신, 효자, 열녀 등에 대한 관련 고사성어 몇 가지를 공유해보고자 한다.
먼저 충신 관련 내용이다. 지난 2012년 말 교수신문은 교수 625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조사에서 2012년을 거세개탁(擧世皆濁)으로 규정했다.
거세개탁이라? ‘지위의 높고 낮음을 막론하고 모든 사람이 다 바르지 않다’는 의미이다.
초나라의 충신 굴원이 지은 어부사(漁父辭)에 실린 고사성어로 ‘온 세상이 혼탁한 가운데서는 홀로 맑게 깨어 있기가 쉽지 않고, 깨어 있다고 해도 세상과 화합하기 힘든 처지’를 나타내는 뜻으로 사용된다.
다음은 대권재민(大權在民-나라를 다스리는 힘은 백성에게 있음) 그리고 무신불립(無信不立-믿음이 없으면 일어설 수 없다)이 선정됐다.
차기 정권에 비추어 볼 때 충신의 진정한 의미를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반추해 볼 필요가 있는 말들이 아닐까 싶다.
또 북한은 중국과의 돈독한 관계를 설명할 때 흔히 순망치한(脣亡齒寒)이란 말을 자주 사용한다.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는 말로 중국과는 떨어질 수 없는 밀접한 관계라는 뜻이다.
여기엔 중국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중국은 순망치한에다 호파당위(戶破堂危)라는 말을 하나 더 보탠다. ‘대문이 부서지면 집이 위태롭다’는 뜻이다.
그렇다. 우리는 지금 무엇이 집이고, 또 무엇이 대문인지를 확실히 알아야만 할 때에 와 있다.
다음은 효자와 관련된 성어로 백리부미(百里負米)가 있다.
‘백 리나 되는 먼 곳으로 쌀을 진다’는 말로 비록 가난하게 살지만 부모를 잘 봉양한다는 뜻이다.
부모에게 쌀밥을 드리기 위해 백리 길을 멀다고 또는 귀찮아하지 않고 쌀을 져오는 자의 지극한 효성에서 유래한 말이다.
동의어로 백리지부(百里之負), 반포지효(反哺之孝), 채의이오친(綵衣以娛親)이 있다.
또 비슷한말로 반의지희(斑衣之戱), 반의희(斑衣戱), 오조사정(烏鳥私情) 등이 있다. 효를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좋은 말들임에 틀림없다.
열녀와 연관을 가진 성어는 무엇이 있을까? 우선 금슬지락(琴瑟之樂)이란 말이 있다.
‘거문고와 비파 즉, 금슬 좋은 부부간의 애정’을 의미한다. 거문고와 비파가 서로 어울려 아름다운 합주를 만들어 내듯이 아내와 남편이 서로 양보하며 서로를 존중하면, 가정이 화목하고 만사가 잘 이루어진다는 의미이다.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과 같은 의미일 게다.
유사한 말로 부창부수(夫唱婦隨-부부의 화합을 뜻하는 말)와 현부영부귀화육친(賢婦令夫貴和六親-현명한 부인은 남편을 귀하게 하고, 또한 일가친척을 화목하게 한다)도 있다.
제19대 대통령선거가 끝난 요즘. 문득 박 당선자가 외친 경제민주화와 일자리 창출, 복지 등과 상호연관이 있는 중산층 70% 시대, 대학 등록금 50% 절하, 군복무 기간 단축 등등 숱한 난제들이 하나둘 고개를 쳐들고 있다.
더불어 언제부터인가 사회에 만연된 가정과 사회적 윤리관의 퇴보가 시급한 문제로 줄기차게 제기되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경제난국의 돌파도 중요하지만 일단 차치(且置)하고, 추락의 나락으로 팽개쳐진 도덕과 윤리의 재무장이 필요할 때가 지금이 아닌가 싶다.
아무튼 늦은 감이 없진 않지만 효(孝), 경로(敬老), 정(情)의 문화에 대한 외국의 찬사는 이제 온데간데없다. 안타깝기 그지없다. 동방예의지국이란 말로 사용하기조차 쑥스러울 지경이다.
한마디로 어른 공경은 물론 상부상조, 예법과 의리 등등을 금쪽같이 여겼던 전통 윤리의 모습들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
이 모든 것이 필자의 지나친 억측이길, 한시바삐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박근혜 대통령에게 감히 요청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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