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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 시체 나뒹굴 위험 치닫는 북한경제
황철 필진페이지 + 입력 2013-01-29 02:31:58
 ▲ 황철, 2005년 2월 탈북
 ▲ 한국외국어대학교 경영학과 3학년 재학
최근 북한은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안 채택에 반발해 한반도 비핵화 포기와 남북 비핵화 공동선언의 무효 선언을 했다.
 
또한 한국이 제재에 가담시 물리적 타격을 가하겠다며 한국과 국제사회에 대해 연일 협박과 비난을 쏟아냈다.
 
심지어 김정은의 ‘국가적 중대조치’가 있을 것이라며 3차 핵실험을 포함한 추가 도발이 있을 것임을 예고하며 또다시 한반도의 정세를 악화시키고 있다.
 
필자는 지금 북한이 처한 상황이 10여 년 전과 매우 유사하다고 본다.
 
그 이유는 국제사회로 부터의 고립, 내부 불만, 경제사정 악화, 극심한 식량난 등 많은 부분들이 북한이 소위 ‘고난의 행군’이라고 부르는 90년대 후반 대량아사사태 직전과 매우 비슷하기 때문이다.
 
당시 대량아사사태가 일어나기 몇 년 전부터 여러 가지 징후들이 앞으로 있을 대 참사를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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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식량배급 감소를 시작으로 학생들의 교복과 학용품 등의 공급 감소와 중단, 김일성과 김정일의 생일에만 받을 수 있던 당과류 선물의 질과 양의 변화 등 경제난을 예고하는 여러 가지의 징후들이 있다. 그 중 가장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것은 아마 열차였던 것 같다.
 
도로가 발달되지 못한 북한에서 철도는 나라의 동맥이라고 할 정도로 가장 중요한 교통수단이다. 때문에 단 몇 분이라도 열차가 지연되거나 사소한 사고라도 나면 원인을 제공한 관계자들에겐 출당, 철직, 심한 경우엔 사형까지의 엄한 처벌이 내려졌다. 전기가 부족해 공장가동은 중단해도 철도에는 무조건 전기를 공급해야 했다.
 
 ▲ 90년대 중반 북한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해방 열차의 모습. 내부에 의자가 하나도 없어 깡통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갈마-라진 행 열차도 이런 모습이었다. 운행하던 기관차가 급행열차나 다른 급한 화물운송에 투입되면 승객들은 며칠씩 열차 내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기관차가 오기를 기다려야 했다. <사진=필자제공>
최후의 마지노선이었던 철도가 무너지고 사람과 물자의 이동이 중단되면서 북한 전역에서 아사자가 증가하였고 대량아사사태로 이어졌다.
 
이런 철도 붕괴의 서막은 최남단 강원도에서 최북단 함경북도까지 유일한 남북횡단열차였던 ‘갈마-라진’행 완행열차가 열었다.
 
이 열차는 모든 역에 다 정차하는 이점으로 군, 리 단위의 중, 소규모의 도시나 농촌마을 주민들과 보따리 장수, 통학생, 통근 생들이 많이 이용하는 인민열차였다.
 
꼭 이 열차를 이용해야 만하는 시골이나 소도시 사람들은 ‘평양-두만강’행 특급, ‘평양-무산’행 제13급행, ‘평양-혜산’행 제1급행열차 등 특급, 급행, 준급행까지 동 선로를 달리는 많은 열차들 중에 자신들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교통수단이다. 때문에 이용에 불편이 있어도 이 열차에 대한 특별한 애정이 있었다.
 
95년에 들어서면서 ‘갈마-라진’행 열차는 연착이 잦아졌고 심지어 낮은 전압으로 인한 기관차의 동력저하로 열차들이 고지대의 운행이 어려워지자 단천고개를 비롯한 고산지대에선 아예 열차의 기관차마저 급행열차에 떼어 주어야 했다.
 
 ▲ 개선된 열차모습과 탑승준비를 하는 북한주민들과 김종태 전기기관차 공장에서 제작한 북한 주력 기관차. 승객의 대부분은 보따리상이다. 열차운행이 제한되면서 보따리상들의 생계도 위협을 받고 있다. <사진=필자제공>
잦은 정전과 기관차 부족으로 갈마에서 나진까지 가는데 짧게는 3~4일 많게는 20일 이상씩 소요되면서 사람들은 ‘갈마-라진’을 “한번 서면 갈까? 말까? 망설이기만 하며 쉽게 떠날 줄 모른다”고 편명을 ‘갈까-말까’로 부르기 시작했다. 97년경에는 결국 운행중단 조치로 역사 속으로 사라져버렸다.
 
 ‘갈마-라진’행 열차를 시작으로 철도는 급격히 빠른 속도로 붕괴되기 시작했고 기차역 주변엔 오도 가도 못한 사람들로 넘쳐났다. 대합실에서 산 사람과 죽은 사람이 함께 나란히 누워 잠을 자거나 거리에 방치되어 있는 뼈만 남은 시체를 보는 것이 더 이상 놀랍지 않게 되었다.
 
훗날 사람들은 “‘갈마-라진’행 열차가 갈까? 말까? 망설이다가 ‘더러워서 안 갈래?’하고 가기를 포기하자 바로 고난의 행군이 시작됐다” 며 대량아사사태의 서막을 연 열차로 그 이름을 기억하고 있다.
 
2000년에 들어서 북한당국은 낙후한 기관차와 여객차량들을 교체하고 지정좌석제와 물가수준을 반영한 운임을 도입하며 열차운행 정상화를 목표로 철도를 살리는데 전력해 왔다.
 
정시운행은 아니지만 그래도 하루 한편 정도씩은 운행하는 열차가 생기며 어느 정도 안정되는 듯싶었다.
 
 ▲ 협궤나 열차가 없는 간선레일 위로 주민들이 자체 제작한 도르래를 이용해 물건을 나르고 있다. 수동식과 소형엔진을 장착한 자동식이 있으며 다른 도르래와 마주치면 통행우선권은 자동식이거나 적재량이 많은 쪽이 갖는다. <사진=필자제공>
하지만 올겨울 들어 북한은 심한 전기부족으로 구간을 단축해 운행하거나 아예 운행하지 못하는 열차편들이 늘어나고 있다.
 
수백%에 달하는 물가인상과 군량미, 충성의 금모으기 등 각종명목으로 식량과 현금 등 부담이 증가하면서 도시민은 물론 농민들 속에서도 식량난이 심각해지기 시작했고 일부 지역에선 제2의 ‘고난의 행군’이 시작된다는 소문까지 퍼진다고 한다.
 
주민들의 동요를 막기 위해 연초부터 김정은은 보안서, 보위부 등 사법기관을 총 동원해 감시와 통제를 강화하고, 한편으로 각종 회의와 행사들을 조직하며 주민결속을 꾀하고 있지만 주민들의 불만만 야기시키는 역효과를 가져오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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