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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에 월급 주는 ‘콩세알 식구들’ 40명 됐어요
[김태형의 귀농이야기]함께 땀 흘리며 농부가 된 도시인들…공동체지원농업 열기
김태형 필진페이지 + 입력 2013-03-18 12:35:07
 ▲ 김태형, 2006년 3월 전 가족 귀농
 ▲ 2012년, 귀농 7년차 농부
농사를 짓다보면 농사기술을 갈고 닦아 생산성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가 키운 농산물을 믿고 먹을 수 있는 소비처를 확보하는 것이 더 큰 문제로 다가올 때가 많습니다. 아무리 좋은 농산물을 생산해도 마땅한 소비자를 구하지 못해 애를 먹는 농부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특히 소규모 유기농업을 지향하는 귀농인인의 경우 판로는 곧 귀농의 안정을 뜻합니다. 많은 귀농인들이 자신의 생산한 농산물을 믿고 먹어줄 수 있는 소비자를 확보하는데 힘을 쏟고 있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얼굴있는 농부와 소비자로 만나야
 
그런 의미에서 요즘 농촌에서 바람이 불고 있는 공동체지원농업(CSA)은 눈여겨볼 만합니다. 공동체지원농업은 도시 소비자들이 농민에게 농사를 짓는 비용(씨앗, 퇴비, 농기구, 농기계, 땅 임대료, 노동력 등)과 생계에 필요한 현금을 제공함으로써 농사를 지원하고, 그 대가로 수확물을 분배 몫으로 받는 시스템이지요.
 
CSA는 1960년대 일본에서 시작해 유럽과 미국으로 전파되었는데, 현재 미국에서는 1300여개 농장이 이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합니다. 현재 한국에서도 안전한 먹거리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지자체나 귀농인을 중심으로 수십 곳이 얼굴있는 생산자와 얼굴있는 소비자로 만나 소통하고 있습니다.
 
저희 또한 저희를 믿어주는 소비자를 만나기 위해 많을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단순히 돈을 내고 농산물을 사는 소비자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도시와 농촌이 공존하는 도농 공동체를 지향하기 위해서지요. 그 만남에는 농사철학이 있고 함께 먹는 식구의 개념이 스며들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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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세알 식구들과 더불어…
 
우리 조상님들은 콩을 심을 때 세알씩 심었는데 한 알은 새가 먹고 한 알은 벌레가 먹고 나머지 한 알은 사람이 먹기 위해서였답니다. 콩세알에는 나눔과 돌봄, 넉넉함과 희망이 깃들어 있지요.
 
 ▲ 귀농인은 도시를 떠났지만 도시와 결별해서는 안 된다. 농부에게 판로는 곧 성공적인 귀농의 척도가 되기 때문이다. 도시인들을 농부의 마음으로 다시 불러들이는 일(정직한 농사)을 농사짓는 마음처럼 진솔하게 하면 ‘월급을 주는 도시인들’이 자발적으로 늘어난다. 사진은 필자에게 매월 협찬금을 지원하는 ‘콩세알 가정’의 어린이들이 캐낸 감자를 함께 다듬고 분류하는 모습. <사진=필자제공>

농사짓는 인간의 경제활동이 자연과 이웃에게 이롭고 사람과 땅을 살리는 일이어야겠지요. 우리는 콩세알에 담긴 뜻을 실천하기 위해 농사짓습니다. 농사지으면서 우리가 지켜나가고 싶은 것들이 있습니다.
 
다양한 농산물을 생산(다품종 소량생산)하는 것, 화학비료 제초제를 쓰지 않고 땅을 살리는 것, 가능하면 비닐이나 기계를 덜 쓰는 것, 땅과 철에 맞는 농산물을 생산하는 것, 우리 종자를 지키려 애쓰는 것, 몸을 돌보아가며 지속적으로 농사하는 것, 이웃과 함께 하는 것 등이 그것입니다.
 
이런 원칙으로 농사지어 나누다 보니 특별한 소비자가 생겨났습니다. 콩세알 식구들인데요, 콩세알 식구들은 우리의 농산물을 나누는 가족입니다. 이들은 한 달에 이만원 또는 삼만원을 자동이체로 우리를 위해 보냅니다. 우리는 다양한 농산물(쌀, 감자, 양파, 마늘, 고구마, 참깨, 땅콩, 배추, 옥수수, 고춧가루 등)을 수확하여 보내고 된장, 고추장, 효소 등을 담가 보냅니다.
 
농사철에 일손 돕고 농한기엔 시골 살이
 
때로는 농사일도 함께하고 서로의 삶을 나누기도 하고 콩세알 식구의 아이들이 모여 며칠 동안 시골살이를 함께 하기도 하지요. 귀농 첫해에 콩세알 식구가 네 가정이었는데 지금은 40 가정으로 늘었습니다. 그들은 우리가 짓고 싶은 농사를 지을 수 있게 해줍니다. 우리가 생산한 농산물을 크기나 모양으로 따져 원하는 것만 가져가지도 않습니다.
 
바쁜 농사철에 내려와 일손을 돕습니다. 콩세알 식구들의 신뢰와 사랑으로 우리는 정직한 농사를 짓고 좋은 먹거리를 생산합니다. 월급받는 농부가 되어 보릿고개 없이 생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물론 아직은 모든 콩세알 식구들이 우리의 농사법에 동의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못생기고 작은 농산물에 불만이 있는 식구들도 있을 겁니다. 일 년 동안 콩세알 식구로 있다가 그만 둔 가정도 생겼으니까요.

 ▲ 못생기고 작지만 농약을 쓰지 않는 정직한 농부의 농작물들을 언젠가 도시인들이 알아주기를 기대하는 농부의 마음이 안쓰럽다. 하지만 도시인들은 이미 크고 탐스러운 농작물만을  선호하지 않는다. 착한 농부의 귀농이 반드시 성공할 수 있다는 비전은 그래서 있다. <사진=필자제공>

콩세알 식구들이 우리와 함께 오래도록 먹거리를 나누며 서로의 삶을 나누는 식구로 살아갈 수 있게 하는 것이 우리의 과제인 셈입니다. 해가 갈수록 콩세알 식구들이 소중하고 우리의 농사에서 중요한 부분으로 자리매김해 감을 느낍니다. 콩세알 식구들은 우리가족의 든든한 벗이고 농부로서 희망을 꿈꾸도록 이끄는 착한 이웃입니다.
 
얼마전 정부는 공동체지원농업(CSA) 활성화를 위해 100억을 지원하겠다고 합니다. 아무쪼록 농촌과 도시가 상생하고 농부와 소비자의 관계가 깊어지는 정책이 성공하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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