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형, 2006년 3월 전 가족 귀농
▲ 2012년, 귀농 7년차 농부
귀농하겠다는 저에게 항상 격려의 말을 해줬던 A씨 또한 시골에서 농사짓는 행복을 누리고 싶다고 마음속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제가 귀농하자 A씨는 한때 서울 근교 시골에서 1년여를 살기도 하고 귀농지를 찾아 이곳저곳 발품을 팔기도 했지요. 3~4년 전 저희 집을 몇 번 찾아와 농사일을 거들고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그동안 소식이 끊겼던 A씨.
수년째 귀농지만 물색하는 ‘귀농투어형’
며칠 전 그에게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집 근처인데 귀농할 땅을 보러왔다가 잠시 들르겠다고 합니다. 사실 B씨의 귀농지 투어는 이미 오래전부터 시작됐습니다.
몇 년 전에도 인근 도시의 땅들을 둘러보기도 했습니다. 그는 8년 전부터 경기도 양평을 거쳐 강원도 원주, 충남 당진, 홍성, 서산, 서천, 전북 고창 등 귀농지를 둘러보는데 주말 대부분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제가 “귀농은 언제하고 수년 동안 땅만 보고 다닐 거냐?”고 묻자 “여러 곳을 둘러봐야 좋은 땅을 구할 수 있다”는 말로 대신합니다.
귀농 준비 중인 B씨는 귀농교육에 대한 집념(?)이 강한 사람입니다. 그는 귀농단체에서 주최하는 귀농교육은 물론, 집수리 강좌, 한옥강좌까지 섭렵했습니다. B씨는 그래도 부족했는지 2년 과정의 농사전문학교에 입학하는 한편 시간이 되면 우리나라 농사의 달인이라는 농부들을 찾아가 2~3주정도 숙식하며 실습생으로 지내기도 했습니다.
▲ 농촌은 피난처도 아니고 쉼터도 아니다. 또 다른 삶의 치열한 생존의 땅이라는 현실인식을 가져야만 성공적인 귀농이 가능하다. 막연한 동경과 이상만으로 귀농을 꿈꾼다면 그야말로 꿈만 꾸다 마는 귀농쇼핑객이 될 뿐이다. <사진=필자제공>
농사이론과 기술을 보면 귀농한 저보다 한수 위의 실력을 자랑합니다. 그래서 가끔 저희 집 농사일을 거들 때면 갈고닦은 농사기술을 전수하느라 쉴 새 없이 잔소리(?)를 할 때도 있지요.
귀농교육을 모두 흡입한다 ‘학원수강형’
그에게 “농사를 배울 만큼 배웠으면 귀농할 때가 되지 않았느냐?”고 말했습니다. 돌아오는 대답은 “귀농할 돈도 없지만 아직 농사기술이 부족하다”며 준비부족을 이야기 합니다.
귀농 희망자가 늘고 있는 만큼 귀농교육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귀농운동본부나 진보적인 종교단체 등 일부에서 열던 귀농교육은 이제 지방자치단체와 대학으로 확산되면서 대중화의 길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이제 마음만 먹으면 저렴하거나 공짜로 귀농교육을 받을 수 있는 시대가 왔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귀농을 가깝게 여길 수 있다는 것이 대중화의 장점이겠지요. 하지만 과유불급이라 했나요? 많으면 넘치는 경우도 종종 생깁니다. 저는 이를 ‘귀농쇼핑’이라 부르고 싶습니다.
개인 경험을 돌아보면 귀농을 생각하고 결심하고 준비하기까지 3년 걸렸습니다. 그 기간 동안 주말농장을 하면서 귀농교육도 받고 부부간 귀농지도 물색하며 귀농선배들도 만나 봤지요. 귀농자들에게 유명한 책인 니어링 부부의 ‘조화로운 삶’도 이 때 읽은 기억이 납니다. 저 뿐 아니라 많은 귀농인들의 준비기간은 3~5년 정도입니다.
귀농, 생각은 깊게 하되 결심은 단호하게
교육을 오래 받았다고 귀농이 성공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일 겁니다. 가끔 이분들처럼 수년 동안 귀농지를 물색하거나 귀농교육만 몇 차례 받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대부분 원인은 다른 곳에 있습니다. 이를테면 부부간에 합의가 안됐다거나 아니면 직장을 그만둘 만큼 용기가 생기지 않았다거나 등등…
▲ 도시인들이 귀농을 결심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귀농을 원한다면 단호해야 한다. 신중히 고민하고 두루 알아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심만큼은 무모할 정도로 과감하게 결정해야 한다. 그것이 진정성 있는 귀농을 돕는다. <사진=필자제공>
생각이 많아지고 준비가 길어지면 지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만큼 시골에 대해 가졌던 흥미도 떨어지고… 귀농을 결심하기 까지는 농사에 대한 약간의 환상도 필요합니다. 약간의 환상과 현실이 맞부딪히고 갈등하면서 귀농은 자연스럽게 정착의 길로 접어듭니다. 교육이나 귀농지를 수백번 돌아봐도 시골에서 일 년 살아본 경험만 못한 것과 같은 이치지요.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간다’는 마음으로 귀농을 준비하시는 분들. 혹시 귀농교육을 쇼핑하고 계신 것은 아닐까요? 귀농은 부부와 가족 간 합의하고 시골의 삶을 받아들이겠다는 각오가 섰다면 절반은 준비된 셈일 것입니다. 어쩌면 귀농 성공의 열쇠는 생각은 깊게 하고 결심은 짧게 하는 데 있을 수 있습니다. 도시인이 농부로 변하는데 가장 필요한 것은 머리보다는 몸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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