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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숨기기용 긴장고조…하루 끼니값도 안 되는 월급
황철의 ‘북한 생활기’
황철 필진페이지 + 입력 2013-04-03 17:53:44
 ▲ 황철, 2005년 2월 탈북 
 ▲ 한국외국어대학교 경영학과 3학년 재학
지난 한주 내내 북한은 전략로켓군과 야전포병군에 1호전투 근무태세 진입, 유일하게 남아있던 남북연락채널인 군 통신선 차단, 미 군사기지들에 대한 미사일 사격대기 등에 이어 30일에는 남북관계 전시상황 진입을 선포하며 단계적으로 긴장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와 함께 각종 훈련, 군민연환대회, 당·군·근로단체 조직별 집회 등을 연이어 개최하며 내부결속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북한당국은 외부적 긴장조성 수위와 상응해 내부적으로도 전례가 없는 엄격한 규정 속에 이탈자에 대한 엄중처벌까지 내세우며 훈련과 집회참여를 강요하고 있지만 100일 넘게 지속되는 각종 훈련과 집회로 생계마저 위협받게 된 주민들의 이탈은 나날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북한사회에서 이미 10여 년 전에도 직장생활에 모범적인 사람들을 가리켜 바보라고 비웃었고 지금은 경계대상으로 분류할 만큼 당국이나 조직에 대한 충성도는 찾아보기 어렵다.
 
모든 성격의 조직(정치·행정·군사)생활이 함께 어우러져 있고 훈련이나 집회 등 거의 모든 공식 모임은 직장단위로 진행되기에 북한의 직장생활은 매우 중요하게 여겨진다.
 
무직자가 없는 나라로 잘 알려져 있는 북한은 만 17세 이상의 성인에게는 국가가 일자리를 제공해 주며 공민은 국가가 정한 근로기간을 필히 엄수해야 한다. 또한 정해준 직장은 좋든, 싫든 무조건 다녀야 하며 직장을 통해 동향이나 일상생활까지도 감시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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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이나 기관, 기업소 등 대부분의 직장들은 구성원들의 근태상황을 매일 안전부(현 보안서)에 보고해야 하고 이를 토대로 노동자들의 출근현황과 결근사유, 근무태도, 동태까지 파악하고 문제자들에 대한 공안당국의 조사결과에 따라 조직(당, 근로단체 등 정치조직)적, 법적 처벌을 진행한다.
 
 ▲ 가족의 생계를 도맡아야 하는 북한 여성들=북한당국은 여성들이 자전거 타는 것마저 금지시켜 보안원들이 보이면 수백kg을 적재한 자전거를 밀고가야 한다. <사진=필자제공>

90년대 중·후반 까지는 주로 조직차원에서 사상개조, 혁명화, 출당, 출맹(청년동맹원) 등의 처벌로 관련자들을 다스렸지만 그 이후부터는 무단결근자가 증가함에 따라 법적 처벌이 주를 이루었다.
 
당국은 무단, 장기결근자들을 사상적으로 해이되고 북한사회에 썩고 병든 자본주의 생활양식을 퍼뜨리는 잠재적 반동분자로 분류하고 이들을 잡아들이는 ‘비사회주의 구르빠’를 만들어 집중단속을 벌였다.
 
단속에 걸린 사람들은 노동단련대 또는 교화소로 보내지거나 가족 모두가 깊은 산골로 추방된다. 이런 이유로 하여 노동자들은 창살 없는 감옥과도 같은 직장에 출근할 수밖에 없었다.
 
일반 직장인들이 1개 월동안 꼬박 일하고 받게 돼 있는 월급은 3~4천원(2012년 12월 시장 환율기준 한화 500~600원)이다. 이 돈으로 시장에서 살 수 있는 것은 옥수수 1Kg 정도이다. 한 달 벌어 하루 먹고 살기도 어렵지만 처벌 때문에 직장을 그만둘 수도, 결근할 수도 없는 형편이다.
 
직장생활은 주로 남자들이나 미혼 청년들이 해야 됐기에 부양가족으로 보호받던 주부들이 남편과 아이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돈을 벌어야 했다.
 
 ▲ 양어장 건설현장에 동원된 주민들과 대학생들=군인들과 대학생들은 동원하기 가장 쉬운 집단으로 동원 1순위에 속하며 필자도 대학시절 양어장, 발전소, 철로공사 등 많은 공사현장에서 삽과 마대자루로만 흙을 나르고 돌을 날랐다. 학생들 속에서도 학과 동기들이 간식이나 식사, 작업도구들을 제공하고 작업에서 면제받는 사례들이 비일비재했다. <사진=필자제공>
가장이던 남편들은 ‘잉여인간’, ‘낮 전등’ 취급을 받게 되고 주부들의 경제활동에 의해 가정은 물론 북한 사회전반이 유지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북한사회는 ‘모계 씨족사회’라는 말에 반박할 수 없게 만들었던 적도 있다.
 
경제난이 지속되면서 2경제(군수) 산업과 광산, 제철 등 중요 기간산업의 일부분 등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 공장, 기업소들이 가동불능의 폐허로 변해버렸지만 명색뿐인 직장은 노동자들을 얽매는 족쇄로 변했다.
 
훈련, 집회, 행사에 동원되는 것 외에도 고속도로, 살림집, 발전소, 양어장 등 건설돌격대에 장기간 참가해야 하는 등 직장은 오로지 독재 권력을 위한 희생만을 강요하는 창구로 변했다. 이런 희생의 대가가 어떤 것인지를 너무나도 잘 아는 사람들은 출근하지 않는 대신 매 달 직장을 대표하는 자들에게 돈을 상납하면서 생계를 도모하기 시작했다.
 
한해 두해 시간이 흐르면서 이런 현상은 당연한 룰이 되어버렸고 기업단위로 인원을 차출해야 되는 돌격대 같은 곳엔 출세하려는 이상한 사람들이나 생계가 어려운 사람들이 식량과 생활비를 지원받고 가는 것으로 인식되게 됐다.
 
이런 현상은 사회전반으로 확산됐고 매년 정기적으로 진행되는 군사훈련도 예외가 아니었다. 교도대 군관(현역)들은 훈련생들의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농축산품, 땔나무, 현금 등 다양한 품목들을 요구했다.
 
심지어 매 년 2회씩 군복무를 했던 부대에 가서 훈련해야 하는 교도지도국, 경보병, 미사일 등 특수병종예비군들 마저 호송군관들에게 뇌물을 바치고 훈련면제나 편의를 제공 받는 경우도 여러 차례 목격했다.
 
 ▲ 핵실험 성공 축하행사에 동원된 군인들=축하행사라고 하지만 군인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침울하기만 하다. 아마도 지금 이들의 머릿속에는 앞으로 벌어질 일들에 대한 걱정과 불안으로 가득 차 있을 것이다. <사진=필자제공>

북한사회에서 공적인 모든 일들은 이렇게 생존을 위한 이해관계들로 얽혀 있고 사회전반에 만연해 있다. 이것이 독재체제의 탄압으로부터 살아남는 일반 북한주민들의 생존방식이고 북한체제가 근근이 연명해올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 한주 내내 북한이 단계적으로 높였던 긴장수위, 어쩌면 그 수위 이상으로 내부 상황이 역전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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