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우(자유기고가)
과전불납리(瓜田不納履)라 했던가.
이것이 ‘오이밭에서는 신이 벗어져도 고쳐 신지 말라’는 뜻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오해받을 만한 일은 하지 말아야 함을 이르는 말로 줄여서 ‘과리지혐(瓜李之嫌)’ 또는 ‘과리(瓜李)’라고도 한다.
중국 송나라의 악부시집(樂府詩集)을 살펴보면 진정한 군자가 지니고 행해야 할 태도와 자세를 군자행(君子行)이라는 제목으로 아래와 같이 표현하고 있다.
군자방미연(君子防未然) 군자는 죄앙이나 불행을 미연에 방지하여
불처혐의간(不處嫌疑間) 의심 받을만한 곳에서는 처신하지 않네
과전불납리(瓜田不納履) 오이밭에서는 신을 고쳐 매지도 아니하고
이하부정관(李下不正冠) 자두나무 아래에서는 갓도 고쳐 쓰지 않네 <후략>
여기에서 과전불납리(瓜田不納履)라는 말이 파생되었다.
또 회남자(淮南子)의 설산훈(說山訓)에서는 이렇게 적고 있다.
난생유곡 불위막복이불방(蘭生幽谷 不爲莫服而不芳)
주재강해 불위막승이불부(舟在江海 不爲莫乘而不浮)
군자행의 불위막지이지휴(君子行義 不爲莫知而止休)라고.
직역하건데 ‘난초는 그윽한 골짜기에서 자라되 맡아주는 이 없다고 향기를 멈추지 않고, 배는 강과 바다에 있으되 타는 이 없다며 뜨는 것을 마다하지 않으며, 군자는 의로움을 행함에 있어 알아주는 이 없어도 그것을 멈추지 않는다네’라는 뜻일 것이다.
그렇다.
군자(君子)란 유덕자(有德者, 학식과 덕행이 높은 사람)와 유위자(有位者, 높은 관직에 있는 사람)를 이르는 말로 칭한다.
때문에 군자와 소인배의 차이를 일상적으로 ‘군자는 이타자의선행심(利他自義善行心) 소인은 이기입지소인심(利己立志小人心)’라고 표현한다.
군자는 남이 잘되기를 먼저 하지만, 소인은 내가 잘되기를 먼저 생각하며, 남이 잘못되기를 바란다는 의미이다. 또 군자는 남의 잘못에 관대하지만, 소인은 자신의 잘못에 관대하다는 내용이다.
또 군자삼변(君子三變)이란 말이 있다.
공자는 진정한 군자에 대해서 논어에서 일컫기를 ‘엄숙함과 따뜻함 그리고 논리력을 모두 갖춘 사람을 삼변(三變)이라 했다. 이렇듯 세 가지 서로 다른 변화의 모습을 군자에게서 찾을 수 있다’고.
여기에서 일변(一變)은 멀리서 바라보면 엄숙함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을, 이변(二變)은 다가가서 보았을 때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을 그리고 삼변(三變)은 그 사람의 말을 들어보면 정확한 논리가 서 있는 사람을 의미한다.
정리하건대 ‘멀리서 바라보면 엄숙한 사람, 가까이 다가서면 따뜻한 사람, 말을 들어보면 합리적인 사람’을 공자는 진정한 군자로 지칭한 것이다.
독일의 철학자 쇼펜하우어가 쓴 우화로부터 비롯된 ‘고슴도치 딜레마’란 흥미로운 심리학 용어가 있다. ‘호저의 딜레마’라고도 한다.
쇼펜하우어의 저서 가운데 가장 가치 있고 지혜와 기지가 풍부한 ‘여록과 보유’라는 책을 보면
‘…어느 추운 겨울날 많은 고슴도치가 체온을 유지해 얼어 죽지 않기 위해 서로 바싹 달라붙어 한 덩어리가 되어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곧 그들의 가시가 서로 찌름을 느꼈다. 그래서 그들은 다시 떨어졌다.
그러자 그들은 추위에 견딜 수 없어 또 한 덩어리가 되었다. 하지만 가시가 서로를 찔러 그들은 다시 떨어졌다.
마침내 그들은 상대방의 가시를 견딜 수 있는 적당한 거리를 발견하게 되었다…’라고 쓰여 있다.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함에도 그 어느 쪽을 선택해도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가 나오게 되는 곤란한 상황이다. 우리들이 흔히 사용하는 궁지(窮地) 정도로 해석하면 좋을 듯싶다.
‘꽃가루와 같이 부드러운 고양이의 털에
고운 봄의 향기가 어리우도다.
금방울과 같이 호동그란 고양이의 눈에
미친 봄의 불길이 흐르도다.
고요히 다문 고양이의 입술에
포근한 봄 졸음이 떠돌아라.
날카롭게 쭉 뻗은 고양이의 수염에
푸른 봄의 생기가 뛰놀아라’
이장희 시인의 ‘봄은 고양이로다’라는 시가 언뜻언뜻 느껴지는 정겨로운 봄날이다.
모쪼록 우리 모두 일상 속에서 ‘군자는 화이부동(和而不同) 또는 구동존이(求同存異), 소인은 동이불화(同而不和)’이니 무조건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면서 공통부분을 찾아가는 노력을 지금 이 순간에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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