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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께 ‘어버이’ 호칭 못 부르는 평생 불효
황철의 ‘북한 생활기’
황철 필진페이지 + 입력 2013-05-09 14:05:56
 ▲ 황철, 2005년 2월 탈북 
 ▲ 한국외국어대학교 경영학과 3학년 재학
어버이날을 맞아 온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함께 식사를 하면서 가족들의 화두는 자연히 어버이날이었다.
 
부모님들은 7번째로 맞으시는 어버이날이지만 이런 날이 있다는 것이 너무 고맙고 어버이라는 표현도 너무 좋다고 말씀하신다. 당신들을 칭하는 어버이라는 표현으로도 만족해하시는 부모님들을 보며 죄스럽고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어버이~ 참 많이 썼던 말이다. 수천 번도 넘게 썼던 말인데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부모님께는 한 번도 써본 일이 없다.
 
북한에서 ‘어버이’는 특정인에게 쓰는 표현으로 굳혀져 있었기 때문에 그 사람 외에는 거의 사용을 하지 않았다. 어떤 제한이나 정해진 규정 같은 것은 없었지만 자연스럽게 특정 단어들은 일반인에게 써서는 안 되는 단어로 인식되는 것이 있다.
 
그런 단어들은 김일성과 김정일을 칭할 때 쓰는 경어들이다. ‘어버이’라는 단어도 ‘자애로운 어버이’, ‘어버이 수령’ 등으로 김일성의 이름 앞에 경어로 붙여지면서 자연스럽게 제한됐다.
 
어버이 외에도 ‘친애하는, 경애하는, 불요불굴, 지도자, 영도자, 인자하다, 자애롭다’ 등의 김일성·김정일의 이름 앞에 쓰는 경어들은 대부분 김일성·김정일 외에는 쓰지 않는 것으로 인식하거나 쓰면 오히려 이상하게 받아들이기도 한다.
 
 ▲ 북한 가정집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문구들. 친구들끼리 모두 한 가족이면 결혼은 누구와 해야 하느냐고 농담하거나 한 가족이니까 괜찮다며 장난을 치기도 했다. <사진=필자제공>

예를 들어 친애하는 당신이나 친애하는 사물들처럼 김일성, 김정일 이름 앞이 아닌 다른 곳에 쓰거나 하면 왠지 부적절한 표현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런 문구들은 김일성, 김정일의 전용문구들이 돼 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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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라는 말이 오랫동안 김일성의 경어로 쓰여 왔기 때문에, 그래서 부모님들이 어버이라는 표현만으로도 만족감을 느끼시는 것은 결코 아니다.
 
북한은 3·5 농민절, 3·8 부녀절, 5·1 노동자절, 6·1 아동절, 9·5 교원절, 탄부, 어부, 철도 등 다양한 직종과 계층들의 기념일들을 제정하고 매해 기념하고 있다. 심지어 5·18 광주항쟁기념일도 있지만 남한의 어버이날과 같이 부모님들을 위한 기념일만은 없다.
 
 ▲ 김일성생일 100돌 기념우표. 김일성에 이어 김정일도 어버이로 표현하고 있어 북한에서 어버이는 김일성, 김정일뿐이다. <사진=필자제공>

그 이유는 김일성을 북한의 시조, 민족의 아버지로 그리고 주민들 모두는 김일성 민족과 김일성의 식솔로 규정했기 때문에 다른 부모에 대해 공식적으로 기념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것도 모자라 북한당국은 김일성을 아버지로, 노동당을 어머니로 만들고 ‘식솔’들에게 낳아 키워준 부모님의 사랑보다 더 큰 사랑을 주는 김일성과 당에 더 고마워해야 되고 그들에게 충성으로 효도해야 한다고 입이 닳도록 선전한다.
 
 ▲ 노동당을 어머니 당이라고 찬양하는 노래와 노래집. <사진=필자제공>

또한 우리 부모님들은 단순히 낳기만 했지 먹이고 입히고 키우고 미래를 책임지는 것은 김일성아버지와 어머니 당이라며 영화, 시, 노래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김일성아버지와 어머니 당의 사랑에 대해 찬양하고 그들을 위해 목숨 바치는 것이 자식 된 도리라고 가르쳤다.
 
결국 우리의 부모님들은 어버이라는 이름과 함께 자식들을 키우며 살아오신 인생마저 강탈당했다. 더욱이 당국의 주장대로라면 낳아준 부모님께 불효하는 것이 어버이를 위한 진정한 효도인 세상에서 살아오신 것이다.
 
여기에 더해 한국에선 초등학생도 알 수 있는, 자신의 본관을 모르는 사람이 태반일 정도로 정책적으로 가문이나 혈통의 맥을 끊어버리고 그 뿌리마저 김일성으로 만들어 버렸다.
 
 ▲ 김일성과 김정일 동상에 절하는 북한 주민들과 김일성, 김정일이 영생하고 있다는 태양궁= 이 두 사람을 어버이로 부르는 북한은 매일 어버이 은혜와 사랑을 강조하니 어버이 날의 취지대로라면 매일 어버이날이다. <사진=필자제공>

사회가 인정 안하는 부모, 분명 낳고 키운 자식임에도 부모를 거부하고 효도보다는 불효를 가르치는 사회, 이런 환경에서 자식들을 키워 오신 부모님들이기에 어버이라는 표현만으로도 만족하신 것이고 대한민국과 어버이 날이 고맙고 감사한 것이다.
 
그리고 필자는 낳아주고 키워주신 부모님들과 대한민국의 모든 어버이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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