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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훈의 지피지기 일본어
일본에 가면 젓가락 함부로 다루지 마세요
식사까지 상대방 배려하는 일본 젓가락 문화
이재훈 필진페이지 + 입력 2021-10-08 09:30:17
▲ 이재훈 생활경제부장
일본에서는 숟가락을 거의 사용하지 않고 젓가락 하나로 밥과 국, 반찬을 집어 먹는다(단, 카레라이스 같은 음식에는 숟가락을 사용한다). 
 
숟가락 없이 젓가락만으로 식사를 하기 때문에 음식을 떨어뜨릴 수 있어 밥그릇을 한 손으로 들고 먹으며 밥그릇에 입을 대고 먹어도 된다. 하지만 우리나라처럼 밥을 국에 말아먹거나 비벼 먹지 않는다.
 
식사는 대개 각자 개인 상차림이며 한 그릇에 담겨진 음식을 여럿이 함께 먹어야 할 때는 자신의 개인용 접시인 고자라(こざら, 작은 접시)나 도리자라(とりざら, 앞접시)에 덜어 먹는다. 
 
큰 연회를 열거나 식사를 할 때는 커다란 상이나 테이블 대신 작은 1인용 밥상을 줄지어 놓고 앉아서 각자 식사를 한다. 일본의 개인주의가 식사문화에서도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일본 젓가락은 손에 쥐는 쪽이 아래쪽보다 굵고 끝부분이 뾰족하다. 젓가락은 하시오키(はしおき, 젓가락(はし) 놓는 곳(おき))에 가로로 걸쳐놓는다. 
 
‘하시오키’가 없을 때는 접시에 걸쳐놓기도 한다. 가족끼리라도 각자 정해진 젓가락만 사용하는 것이 습관화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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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음식을 먹을 때 숟가락을 거의 쓰지 않고 젓가락만 사용한다. 따라서 젓가락 예절이 발달돼 있다. 금기시 돼 있는 젓가락 매너만 40여가지에 이른다. [사진=일본문화원]
   
일본에서는 젓가락 식문화와 관련된 매너 위반을 ‘기라이바시(きらいばし)’라 한다. 기라이바시란 ‘젓가락 사용 중 금기 행위’를 뜻한다. 
 
기라이바시는 40여 개나 된다. 그만큼 일본은 젓가락 예절이 발달돼 있다. 40여 개 기라이바시 가운데 일본에서 금기시되는 열 가지 기라이바시를 소개한다. 꼭 숙지해서 일본에 가면 일본의 젓가락 식문화와 관련한 최소한의 매너는 지키자. 
 
첫째, 다데바시(たてばし). 밥에 젓가락을 꽂아 놓는 행위. 일본인이 가장 불쾌하게 여기는 최악의 금기 사항이다. 그 이유는 일본의 불교 의식에서 젓가락을 밥에 꽂아 공양하는 풍습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제사 의식에서 밥에 숟가락을 꽂는 관습과 비슷하다고 여기면 된다. 젓가락 받침이 없다면 접시 위에 젓가락을 두자.
 
둘째, 하시와타시(はしわたし). 젓가락으로 음식을 주고 받는 행위는 절대 금지. 화장한 고인의 유골을 옮기는 동작과 비슷하므로 금기시된다. 일본의 독자적인 종교관에서 비롯된 관념이다. 음식을 나눠 먹을 때는 앞접시에 덜어서 건네는 매너를 지키자. 
 
셋째, 사시바시(さしばし). 젓가락 끝이 타인을 향하게 하지 않기. 타인이나 요리를 젓가락으로 가리키는 행위. 젓가락을 손가락 대신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 주위로부터 품위가 없다고 여겨질 수 있다.
 
넷째, 다다키바시(たたきばし). 젓가락으로 식기 두드리지 않기. 젓가락을 드럼 스틱처럼 들고 식기를 두드리거나 컵을 쳐 소리를 내는 것을 말한다. 식기를 두드릴 때 나는 소리가 불쾌감을 줄뿐 아니라 저속해 보이므로 자제하는 것이 좋다.  
 
다섯째, 고스리바시(こすりばし). 일회용 나무젓가락 비비지 않기. 일회용 나무젓가락을 쪼개면서 양 젓가락 표면에 나무 거스러미를 제거하기 위해 젓가락을 비비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매너 위반 사항이다. 고스리바시는 단순히 예의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젓가락을 제공하는 곳이 질 낮은 음식을 주는 곳이라는 인상을 심어주기 쉬우므로 주의해야 한다. 
 
여섯째. 고우사바시(こうさ(交叉, 교차) ばし).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권 나라에서는 젓가락을 'X자‘ 형태로 교차시켜서 잡거나 내려놓는 행위가 죽음을 연상시킨다고 여긴다. 일본도 마찬가지로 불길하게 받아들이므로 젓가락을 교차시키는 행위는 바람직하지 않다. 
 
일곱째, 오가미바시(おがみばし). 젓가락을 든 채로 “이다다키마스(いただきます, 잘 먹겠습니다)”라고 말하지 않는다. 일본 식문화에서는 식사 직전에 양손을 모으고 ‘이다다키마스’라고 인사하는 관습이 있다. 단 ‘이다다키마스’라고 말할 때 젓가락을 든 채로 양손을 모으는 행위는 예절에 어긋난다. 이유는 젓가락 끝이 타인에게 보이는 것이 실례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여덟째, 요세바시(よせばし). 젓가락으로 식기를 끌어당기지 않기. 식기 안에 젓가락을 집어넣어 자기 앞으로 끌어당기는 행위. 식기에 젓가락을 대는 행위 자체가 예의에 어긋나지만 끌어당길 때 소리가 나거나 국물이 흘러내릴 염려도 있기 때문이다. 식기류를 움직일 때는 젓가락 대신 손을 사용하자.
  
아홉째, 니기리바시(にぎりばし). 젓가락을 양손에 쥐고 숟가락이나 포크처럼 사용하는 것. 식사 중에 젓가락을 쥐는 모습이 공격 행위을 연상시켜 함께 식사하는 상대방이나 음식을 제공한 직원에게 불쾌감을 줄 염려가 있으므로 절대 삼가야 한다.
  
열 번째, 츠키바시(つきばし). 젓가락으로 요리한 음식물 찍기. 젓가락으로 요리를 집지 않고 포크처럼 찍어서 먹는 행위. 식사 예절 관점으로 보면 매우 품위가 떨어지는 행동이다. 마치 요리를 젓가락으로 찍어 속까지 잘 익었는지 확인하는 것처럼 보이기 쉽기 때문이다. 음식을 만든 사람에게 매우 실례되는 행동이니 삼가야 한다.
  
이 열 가지 사항은 함께 식사하는 상대방에게 불쾌감을 주지 않기 위한 일본인 특유의 배려 정신에서 생겨난 예절이다. 
 
‘일본 젓가락 문화는 너무 까다롭다’‘너무 많아 못 외우겠다’라고 여기기 쉽지만 적어도 ‘다데바시’와 ‘하시와타시’는 꼭 피해야 할 금기임을 숙지해야 한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 하듯이 일본에서 잘 적응하려면 ‘기라이바시’를 잘 이해하고 올바른 젓가락 예절을 익혀야 한다. 식사예절은 ‘기본 중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일본은 청결을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오죽하면 깨끗하다는 뜻을 가진 키레이다(きれいだ)라는 단어에 곱고 예쁘고 아름답다는 의미도 포함돼 있으니 말이다.
  
일본 여성에게 ‘키레이데스(きれいです)’라는 말은 최고의 찬사다. 깨끗하고 예쁘며 곱고 아름답다는 뜻이 모두 포함돼 있으니 여성에게 이보다 더 좋은 말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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