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위즈데이타
타인(他人)의 피정(避靜)
잔뜩 찌든 하늘
급기야 비가 내리고 있다.
어느덧 장마비에 흠뻑 젖은 나의 마음
바람에 갈기갈기 찢기어 날려 가는데
마음의 한(恨)
숱한 가시를 숨긴 채
오월(汚越)을 떠나보내는 붉은 꽃송이.
비에 젖어 부풀어 오르는 아픔 속에서
꼴불견 개나리꽃
덩달아 눈물의 잔치 하려한다.
비는 내 머리에도
산(山)에도, 강(江)에도, 내려 적시듯
스스로 땅위에 굴복하는 자연의 유산(流算)
새까만 어둠속 깊이 숨은 그림자.
죽음도 아니고 마지막도 아니다.
어김없이 뜨는 아침 해는
세상을 바꾼다.
<深頌(심송) 안호원>
(회고) 필리핀 선교지인 앙겔레스에서 사회봉사를 하다 낮 뉴스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살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렇게 살다 가는 인생인 것을....최고의 권력까지 누린 사람의 종말, 인생의 허무함을 느꼈다. 결국 지나친 과욕이 한 사람의 명예를 무참하게 만드는 것 같다. 이를 계기로 우리 정치문화가 건전한 문화로 바뀌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데 안타깝게도 떠나간 그 분을 빌미로 사회를 혼란스럽게 만들려는 정치꾼들이 있어 고인을 욕되게 하고 있다. 북한에서 보낸 조전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없으면서도 한 나라의 현직 대통령 조화를 그렇게 훼손시키는 것은 망자와 국가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된다. 다 같이 애도하는 마음으로 신중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비가 내릴 때는 바람도 불고 흐리지만 밝은 해가 떠오르면 비도 개인다.
☞ 세상살이 수도
시인은 생활 속 목회자로써 현실을 생생하게 체험한다. 폼 나는 일 말고 아르바이트를 닥치는 대로 한다. 교수, 상담원, 목회자, 예술인 등의 품위 있고 단아한 이름이 있는데도 시인은 이른바 투잡으로 틈만 나면 모텔 청소원, 주차장 관리원, 가게 도우미 등을 해낸다. 그래서 피정(避靜)을 하려면 굳이 기도원이나 수도원에 파묻혀만 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 의아해지게 만든다.
▲ 시와 시평 ⓒ스카이데일리
가슴으로 사랑하고 몸으로 구원하려면 그 원죄의 값을 모르고 사는 세속에서 그들과 함께 울고 웃고 부대껴야 하지 않을까. 다른 사람의 피정을 노래하면서 시인은 한(恨)을 부른다. "마음의 한(恨)들이 숱한 가시를 숨기고" 있는 것이 붉은 장미가 더러움 넘어 오월(汚越)을 떠나보내는 듯하다.
자연의 유산(流算)은 자연의 지혜이지 않을까. 세찬 장맛비도 땅위에 굴복하고 아침 해는 늘 세상을 바꾸듯 시인은 그렇게 우주의 ‘완벽한 질서’(자연의 流算)를 노래한다. 언뜻 ‘목사가 왜 저래’ 하는 타인의 피정 그런 목소리들이 들림에도 그 길을 간다.
*避靜이란 : 일상생활에서 벗어나 성당이나 수도원 같은 곳에서 묵상이나 기도를 통하여 자신을 살피는 일
<스카이데일리 문화팀=안호원 시와 시평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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