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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이의 군사 이슈
12주기 맞는 천안함 피격 사건
희생 장병의 명복 빌며 피격 사건 실체 명확히 인식해야
박정이 필진페이지 + 입력 2022-03-17 11:10:27
 
▲ 박정이 한국군사문제연구원 객원연구위원·(예)육군대장.
2010년 3월 26일 천안함 침몰 직후 합참본부 전비태세검열실과 국방부 조사본부가 사건에 대한 초동 조사를 즉각 실시했다. 국방부는 사건의 중요성과 국민적 관심, 초기 언론 보도 등으로 발생할 수 있는 혼란 등을 감안해 그해 4월 12일 민군합동조사단을 편성해 침몰 원인 규명을 위한 본격적인 조사 활동에 착수했다. 이후 4월 25일까지 4개국 외국 전문 조사단이 참가해 명실공히 다국적 민군합동조사단을 출범시켰다.
 
민군합동조사단의 가장 큰 과제는 조사 과정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높이는 것은 물론, 국제적 공신력을 확보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조사단 편성도 국내외 전문가는 물론 국회 추천 전문위원과 미국, 영국, 호주, 스웨덴 등 4개국의 전문가까지 포함시켰다.
 
민군합동조사단은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조사 과정을 거쳐 “천안함은 어뢰에 의한 수중 폭발로 인해 발생한 충격파 및 버블 효과에 의해 절단돼 침몰했고, 폭발 위치는 가스터빈실 중앙으로부터 좌현 3m, 수심 6~9m 정도 이격됐으며, 무기 체계는 고성능 폭약 250kg 규모의 북한에서 제조해 사용 중인 어뢰로 확인됐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15개국 대표에게도 설명됐으며, 그들은 이를 매우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평가했다.
 
발표 직후 언론 보도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약 72% 정도가 조사 결과에 신뢰를 보냈다. 2010년 9월 여론조사에서는 72.6%, 2011년 3월 문화관광부·한국리서치 여론조사에서는 80%, 2012년 3월 조선일보·미디어리서치 여론조사에서는 71.3%의 국민이 ‘조사 결과를 신뢰한다’, 즉 ‘천안함 피격 사건의 범인이 북한이라는 것을 믿는다’라고 답했다.
 
당시 천안함 침몰 원인에 대해 국내외 전문가들에 의한 ‘과학적 논쟁’이 여러 차례 있었다. 합동조사단이 제시한 천안함 침몰 원인 중 ‘좌초설’, 어뢰의 ‘1번’ 글씨, 어뢰의 ‘하얀색 흡착물’, 천안함 ‘함미 우측 스크루’ 등을 둘러싼 논란은 명쾌하게 정리되지 않은 채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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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2월 청와대에 ‘천안함 침몰 사고 재조사 청원’이 제기됐다. 당시 청원은 “과연 천안함 침몰이 북한의 소행에 의한 것이냐”고 반문하면서, “단 하나라도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증거는 적어도 지금까지는 없다”고 주장했다. 2018년 3월 출범한 ‘천안함 사건 진실규명 범시민사회공동대책협의회’는 천안함 사건의 진실이 조작됐을 가능성을 제기하며, 국정조사와 관련자 처벌을 주장했다. 또한 ‘의혹을 규명할 특별조사위원회 설치’를 요구했다.
 
천안함 피격 희생자인 고 민평기 상사의 어머니 윤청자 씨는 2018년 3월 27일 ‘서해 수호의 날’(매년 3월 넷째 금요일) 기념식에서 헌화하던 문재인 대통령에게 “이게 북한 소행인가, 누구 소행인가 말씀 좀 해주세요”라고 물었다. 이듬해 3월 18일 고 민평기 상사의 형 민광기 씨는 “5·18 민주화 운동을 폄훼하면 처벌할 수 있는 법도 만들어졌는데, 문 대통령이 북에 사과를 요구하고, 아직도 죄 없이 희생된 죽음을 왜곡하는 음모론에 대해 정부가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3월 26일 ‘서해 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문 대통령이 신형 호위함의 이름을 ‘천안함’으로 결정했다고 밝히자 ‘천안함 음모론’이 다시 주목받게 됐다. 2020년 12월 천안함 음모론을 제기한 신상철 씨의 진정을 받아들여 대통령 직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이하 규명위)’가 천안함 사건 재조사를 결정했다. 그러나 천안함 유족 등이 규명위 재조사 결정에 강력히 항의하자 이를 각하했다.
 
천안함 폭침은 6·25 전쟁 이후 대한민국 영해에서 정상적 경비 활동 중이던 우리 해군 초계함을 북한 연어급 잠수정이 어뢰로 침몰시킨 중대한 군사적 도발이었으며, 정전 협정 체결 이후 우리 영해에서 벌어진 안보 차원의 중대한 침략 행위였다. 국내외 전문가들로 구성된 민군합동조사단이 결정적 증거물(Smoking Gun)을 찾아내 북한의 소행임을 밝혀냈으나 유엔 안보리 논의 과정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북한에 대한 제재를 가하지는 못했다.
 
천안함 폭침은 북한의 군사 위협을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됐다. 2009년 제2차 핵실험 이후 천안함 피격 사건을 기점으로 연평도 포격 도발, GPS 교란, 무인기 도발, 디도스(DDos) 공격 등 도발 양상이 변했고, 계속되는 핵 및 미사일 발사 시험과 더불어 도발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천안함 피격 사건은 국민 안보 의식을 고양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전후 세대에게 북한의 호전성을 증명시켜 줬고,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종북 세력의 실체를 확연하게 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또한, 우리 군이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를 객관적으로 되돌아 볼 수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더 강해져서 적과 싸워 이길 수 있는 군으로 거듭나기 위한 국방개혁의 단초가 됐다는 점에서 우리 군에 더없이 큰 기회를 주었다.
 
동시에 천안함 피격 사건은 국제 사회의 냉엄한 현실을 뼈저리게 느끼게 했다. 한미 동맹이 더욱 강화되는 계기가 됐지만, G2로 부상한 중국이 북한의 보호자 역할을 자인함으로써 한반도에서 분쟁이 발생할 경우 중국의 개입이 주된 변수가 될 것이라는 점을 여실히 보여줬다.
 
북한은 탈냉전과 함께 외교적 고립과 경제난에 직면하자 제한전 개념을 도입했다. 핵·미사일 및 대량살상무기 개발, 경보병여단 증편, 특수전 부대 강화 등 비대칭 전력을 중점 증강하면서 비정규전적 도발과 전자전, 사이버전, 정치심리전 등을 활용한 융합적인 방식으로 대남 공격을 자행하고 있다.
 
더욱 다양해지고 있는 북한의 도발은 일종의 ‘하이브리드전’ 개념을 활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정규전, 비정규전, 테러, 범죄행위 등 모든 전투방식이 포함될 수 있다. 이는 효과 극대화를 위해 다른 영역의 수단을 동시간대에 복합적으로 활용하는 방식 등을 통해 전장과 비전장의 구분 없이 가능한 모든 자원과 영역을 동원해 우리의 정치, 경제, 사회, 도덕 그리고 심리적 영역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천안함 피격 사건은 현재에도 그리고 미래에도 우리 대한민국 국민의 마음속에 살아있는 안보 교과서다. 이는 천안함 46용사와 실종자 수색 과정에서 순직한 고 한주호 준위의 희생으로 얻은 매우 소중한 역사적 교훈이므로 절대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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