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춤의 향연이 펼쳐졌다. 사단법인 우리춤협회가 마련한 ‘제14회 우리춤 대축제’.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펼쳐진 이번 무대는 4월을 여는 무대이자 우리춤의 미래를 여는 자리였다.
협회는 2007년 창립총회를 가진 이후, 여러 사업 중 ‘우리춤 대축제’를 통해 과거와 현재를 춤으로 잇는 역할을 톡톡히 해오고 있다. 전통예술의 산실인 국립국악원에서 진행된 올해 춤축제는 4월 2~3일 양일간 개최됐다. 신진, 중견, 원로 무용가들이 함께한 스펙트럼이 넓은 무대다.
이는 협회가 지닌 다양한 인적, 예술적 구성을 방증한다. 각각 10작품 씩 보여준 이번 프로그램 중 필자가 관람한 4월3일 공연을 중심하고자 한다. 특히 ‘새가락별무’와 ‘강선영류 무당춤’이 그 중심에 위치하고 있다.
3일 공연을 언급하기 전, 4월2일 공연을 수놓은 레퍼토리는 다음과 같다. ‘김수악류 교방굿거리춤’(나인선), ‘사랑가’(황윤지), ‘명가살풀이춤’(윤종현), ‘강선영류 태평무’(김효진), ‘김진걸류 산조춤’(정민근), ‘허튼 법고춤’(김미복), ‘장고춤’(윤종옥), ‘대신무’(이현희), ‘동초수건춤’(장인숙), ‘버꾸춤’(서한우) 등이다.
3일 공연의 시작은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인 조흥동 선생이 사회의 문을 열며 시작됐다. 그는 프로그램북 인사말에서 우리춤협회의 소명이자 지향점은 ‘한국춤 복원의 지평’을 여는 것이라 했다. 미학적으로 보더라도 예술은 재연(再演)과 재현(再現)의 반복이자 창조적 수용이다. 이는 무용사적, 무용현상학적 관점에서 우리춤의 뿌리와 다채로운 열매를 마주하게 함으로써 미래춤을 여는 시금석(試金石)이 된다.
이날 첫 무대는 협회 국제분과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순림 선생이 ‘강선영류 태평무’로 열었다. 다섯 명의 여자 군무가 무대에서 포즈 상태일 때 무대 좌우에서 왕과 왕비로 분해 등장한다. 서울시무용단 수석인 최태선과의 듀엣 등 구성미가 적절했다. 한영숙류, 강선영류, 이동안류로 대별될 수 있는 태평무 중 강선영류의 특색을 보여준 무대다.
대금 선율이 앞장 서 무대를 이끈 이용덕의 ‘교방굿거리춤’은 김수악류의 춤 질감을 김혜란, 정연희, 김은희, 김희진 등의 군무와 조화를 이뤄 활달한 소고춤으로 무대 분위기를 상승시킨다. 이어진 작품은 ‘옥적의 곡’이다. 계원예고 전임인 김호은과 군무가 조화를 이룬 이 작품은 천상과 천상을 잇는 옥적의 신비로움이 무대를 채웠다. 우리춤의 대명사 격인 김백봉 선생에 의해 1993년 국립국악원에서 재현된 솔로 작품을 군무 형식으로 재구성해 펼쳐보였다.
김묘선 승무 전승교육사는 우리춤의 백미라 할 수 있는 ‘승무’를 승무 특유의 고유한 질감을 오랜 춤 공력에 담아 발산했다. 우리춤 역사에서 빼놓은 수 없는 국립무용단 초대단장인 송범 선생의 ‘황혼’을 최영숙은 ‘人生(인생)’이란 연제로 당시 초연한 느낌을 시공간을 넘어 노년 예술가의 심성을 내재미로 발현시켰다.
초연 당시 공간 이름도 한자는 다르지만 시공간이다. 흥과 멋이 가득한 유지영의 ‘장고춤’, 화려한 복식과 음악의 변화 속 진쇠 가락이 농밀했던 조성란의 ‘진쇠춤’, 호방함에 섬세함이 스며든 임관규의 ‘한량무’도 각각의 무대를 개성 있게 만들었다.
이번 공연의 다섯 번째 무대를 장식한 작품은 충남대 무용학과 정은혜 교수의 ‘새가락별무’다. 대전시립무용단 예술감독을 역임한 정은혜는 정은혜민족무용단 예술감독으로 우리춤의 발전에 많은 기여를 해오고 있다. 안무작 중 ‘대전십무(大田十舞)’는 춤의 문화콘텐츠 가능성과 확장성, 미래성을 동시에 보여준 작품이라 필자는 평한 바 있다.
지역을 담되 지역을 넘는 레퍼토리이기 때문이다. 작품 ‘날개, 학’을 통해 ‘학의 무용가’라는 이미지를 견고히 하기도 했다. 이번 무대에서 보여준 ‘새가락별무’는 산조춤이다. 성금연 선생의 새로운 조짜임의 특별한 곡인 새가락별곡에 맞추어 춤은 구성된다. 2002년에 초연됐으니 20년만에 푸른 별처럼 등장한 작품이다.
이날 공연에서는 현의 울림을 몸의 울림으로 더했다. 장단 변화에 따른 움직임이 활달했고, 무대 공간 운용이 부드러웠다. 춤의 산조성과 공간성을 살리며, 솔로춤과 군무가 조화를 이뤄냈다. 한마디로 농현(弄絃)과 농무(弄舞)의 만남이라 할 수 있다. 정은혜 교수의 솔로춤 포즈로 세련되게 마무리 된다.
이날 공연의 피날레는 우리춤협회 현 이사장인 이화숙 선생이 ‘강선영류 무당춤’으로 대미를 장식했다. 이 춤은 1962년 국립무용단에서 ‘열두무녀도’라는 제목으로 초연됐다. 춤의 원전에 기반하되 이화숙 선생의 재구성에 의해 동시대적 감각으로 다시 한번 무대에서 꽃 피웠다. 대작 속 군무의 위용, 서사성의 담보는 춤 밀도를 높이는 기제로 작용했다. 우리춤의 과거, 현재, 미래를 동시에 관통한 ‘우리춤대축제’. 오늘에서 내일을 바라본 무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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