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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얼굴-겸허함
가난한 목사의 시(詩)와 인생
스카이 필진페이지 + 입력 2014-03-10 11:59:37
 ▲ 세상을 비판적으로 풍자한 전통역할극 별신굿놀이에서 많이 사용된 하회탈들의 모습.  ⓒ스카이데일리 

두 얼굴
 
본 마음으로는
도저히 못메울 쓰라린 공백
한 방울 피 통하지 못할
욕심으로 피었다간 허망히 찢기면서도
여전한 몸 부림.
 
드러날 본색은
안에서 질식해 통곡하고
상한 뿌리로 피는 꽃이 하룬들 견디며
얇은 눈 당겨 곁 가슴 덮은들
여전한 거짓
가릴수는 없지 아니한가?
 
문명, 문명같은 가면쓰고
속 뵈이는 얕은 꾀
더 얼마를 앗으려
지금도 너는
아프게 측은한 기승인가?
 
                                                                                         <深頌(심송) 안호원>
 
 
☞ 겸허함
 
현실은 여러 얼굴의 사람들이 살 수 밖에 없는 다중인격들의 복합체다. 즉, 보이는 얼굴과 안 보이는 얼굴이 하나로 보여 60억 명이 사는 지구지만 실제로는 2~3배 더 많은 실체적 얼굴들이 산다. 시인이 그 중 하나의 안 보이는 얼굴을 공개하고 나섰다. 그 얼굴은 “욕심으로 피었다간 허망히 찢기면서도 여전한 몸부림” 그것이다. 안 보이는 얼굴은 욕심으로 안 보이는 듯 하지만 허망하게 벗겨지고 그것을 알면서도 또 반복하니 미친 몸부림이라고 시인은 소리치고 있다. 그것을 시인은 “본 마음으로는 도저히 못 메울 쓰라린 공백”이라며 더불어 애달퍼 한다.
 
 ▲ 시와 시평 ⓒ스카이데일리
곧 바로 드러날 본색 그 숨은 얼굴은 “안에서 질식해 통곡”하는 마음의 깊은 상처가 될 뿐이며, 또한 “상한 뿌리로 피는 꽃이 하룬들 견디겠냐”고 만고의 이치를 새삼 다시 보다듬는다. 가슴이 없는 숨은 얼굴을 “얇은 눈 당겨 곁 가슴 덮어” 가식의 표정으로 가려 보았자 “여전한 거짓 가릴 수는 없지 아니한가”라고 가면의 한계를 이야기한다.
 
<소회(素懷)> 본성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이성은 그래도 본성이 아니라고 거부하거나 최소한 구분하려고 절치부심 애쓴다. 그것이 ‘두 얼굴’의 발단이자 실체다. 사람들은 그래서 본성에 의해 통제당하는 이성을 보지 못해 더욱 악랄해질 환경을 만들고 증오와 적의감을 만들어 낸다.
 
문명 그 자체가 두 얼굴, 세 얼굴로 만들어진 욕망의 탑이다. 아무리 깊게 가려 보이지 않게 해도 두 얼굴은 반드시 보인다. 그런 얼굴로 만들어진 문명의 세계는 사랑의 세계가 아니다. 시인은 삐뚤어진 문명의 두 얼굴이 언젠가 무너질 것이며, 그 파괴를 미연에 막기 위해서는 금방 드러날 두 얼굴에서 해방돼야 하고, 그 길은 머리와 가슴을 일체화 한 하나의 얼굴이 돼야 한다고 전하고 있다. 그것은 겸허함이다. “아프게 측은한 기승인가?”는 측은지심(惻隱之心)을 바탕에 둔 겸허함이다. 겸허함이란 나의 얼굴이 두 얼굴로 드러나는 얼굴임을 명백히 알고 그것에 두려워하는 마음이다.
                                                                    
                                                                      <스카이데일리 문화팀=안호원 시와 시평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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