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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문형의 아침 동화
꽃이 되고 싶은 미미 <68> 파샤숲의 평화
최문형 필진페이지 + 입력 2022-06-09 09:30:00
 
  
레드는 불을 만드느라 털을 다 뽑아서 피부가 우스꽝스럽게 되었다. 레드가 집으로 돌아왔을 때 래빗과 미미는 웃어야할지 울어야할지 난감했다. 레드의 매력은 붉은 털에 있었는데 털이 빠진 레드는 털 빠진 닭 같기도 해서 품위가 없었다. 하지만 그렇게 되기까지 고생한 레드를 생각하면 불쌍하기도 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파샤에는 평화가 돌아왔다. 산불이 났던 숲 가장자리에는 크고 작은 관목과 교목이 수줍은 듯 싹을 내었다. 그들은 평평한 대지에 쏟아지는 햇빛을 마음껏 먹으며 쑥쑥 자랐다. 얼마 지나면 이 식물들은 파샤를 지키는 든든한 나무들이 될 것이다.
 
딱따구리 마이갓은 그 사이 결혼을 하고 아이들이 생겼다. 마이갓 부부는 아이들을 먹일 식량을 찾느라 항상 바삐 돌아다녔다. 래빗은 다시 물푸레나무 모습으로 돌아갔고 아버지를 이어 족장이 되어 평화를 즐기고 있었다. 그러고는 가끔 놀러오는 레드와 마이갓한테 숲의 새 소식을 들었다.
 
이제 열심히 열매를 만드는 것이 래빗의 할 일이었다. 래빗이 부지런히 노력하면 많은 아이(씨앗)들을 키워서 파샤숲을 다시 세울 수 있을 것이다. 우탄과 부하들은 그간의 잘못을 씻으려는 듯 레드를 도와 숲의 구석구석을 돌보았다. 그들은 특히 래빗이 안전하게 열매를 만들 수 있도록 힘을 다했다.
 
미미는 빅과 함께 타이탄에게 가보았다. 타이탄은 짧은 생을 마치고 바닥에 누워 있었다. 타이탄의 친구인 프레도 모두 떠나고 없었다. ‘타이탄, 너의 아름다움과 너의 노래를 기억해! 너의 정열도 잊지 못할 거야!’ 미미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미미, 타이탄은 곧 다음 생을 시작할 거야. 식물은 죽어도 죽는 게 아니잖아?” 빅이 미미를 위로했다.
 
파샤숲이 안전해지고 아름다워지자 미미는 집 생각이 났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집으로 갈 수 있을지 알 수가 없었다. 알프 요정에게 물어도 뾰족한 수가 없었다. 딱따구리 마이갓에게 부탁해 볼까 생각했지만 아이들을 키우고 지키고 하느라 바쁜 마이갓이 그 일을 할 수는 없었다. 게다가 마이갓은 상수리숲이 어디인지, 아몬드숲이 어디인지 알지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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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와 빅, 알프 요정은 다시 나무가 된 래빗을 만나러 발걸음을 돌렸다. “미미, 나, 다시 나무가 되어서 정말 기뻐!” 래빗이 생글생글 웃었다. “그 사이 키가 많이 컸구나, 래빗!” 미미가 활짝 웃었다. “파샤가 회복되지 않으면 나는 영영 치욕스러운 인간의 모습으로 살 뻔했지 뭐야? 빅, 그리고 요정님, 도와주어서 참 고마워요.”
 
“역시 나무는 나무인 게 멋지다! 게다가 래빗 아가씨는 족장님이시죠?” 빅이 ‘엄지 척!’ 하면서 말했다. “아몬드숲이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한데 돌아갈 길을 모르겠어, 래빗.” 알프 요정이 말했다. “여기서 우리랑 함께 지내면 안 될까요, 요정님?” 래빗이 물었다. “래빗, 아름다운 너와 또 숲의 식물·동물들과 영원히 지내면 좋겠지만 아몬드숲 식구들이 기다리고 있고, 또 미미도….”
 
“그냥 해 본 소리예요, 요정님. 미미, 회오리바람과 노랫소리가 너를 이곳으로 불렀다고 했지?” “응. 나는 정신없이 이곳으로 왔어. 그때 만난 너와 은잔이 잊혀지지 않네.” “회오리바람과 노래라….” 가지를 두 손처럼 모으고 있던 래빗이 잠시 후 노래하기 시작했다.
 
“숲은 누구 것일까? 나무는 누구 것일까? 나무에 둥지를 튼 새는 누구 것일까? 나뭇가지에 매달린 곤충의 고치는 누구 것일까? 바닥에 흐드러진 클로버는 누가 주인일까? 클로버 사이를 달리는 토끼는 누구 것일까? 누구 것도 아니라네. 누구 것도 아니라네. 숲은 나무는 생명은 누구 것도 아니라네.”
 
[글: 최문형 / 그림: 정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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