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위즈데이타
폭풍전야
여의도 하늘에 황사바람이 분다.
한강 물을 붉게 물들이며
하늘을 찢을 듯 울부짖는다.
거리에 핀 봉숭아 꽃잎 따다
철모르는 아이들 불러 모아
손톱 발톱 붉게 물들게 하고
한 철 푸르게 가꾼 산하(山河)
두더지가 기름진 이 땅 헤집으며
산사태를 일으키려 한다.
몰려오는 먹구름에 놀란
사람들 옷깃여미며
말없이 우산을 준비한다.
<深頌(심송) 안호원>
☞ 전쟁의 시그널
시인이 ‘폭풍전야’를 노래했다. 폭풍전야는 두 가지 시그널이 있는데, 하나는 침묵이고 또 하나는 침묵 속에서 보이는 음침한 움직임이다. 가을 하늘에 황사바람이 부는 것은 연중 황사현상이 있다고 하지만 그래도 이례적이고 심상치 않기에 “하늘을 찢을 듯 울부짖는다”고 했다. 한강 물을 붉게 물들일 정도로 강한 황사이면 심상치 않은 폭풍전야의 전조는 확실하다. 폭풍은 저마다의 모든 가슴 속에 있는 전쟁이란 패다. 다툼과 갈등 그리고 시기와 증오 등도 모두 폭풍과 함께 오는 것들이다. 삶의 한 복판에서 늘 전쟁 또는 전쟁 같은 사건들에 휘말리는 인간이 만든 폭풍은 인간의 올가미가 됐다. 인간의 보편적 자아가 원하는 평화란 다른 자아 보다 우위에 있을 때 내지는 최소한 동등하다고 느낄 때에 존재하는 위선적인 경향을 띤다.
▲ 시와 시평 ⓒ스카이데일리
시인에게 가장 무서운 것은 전쟁에 나선 자들의 위선과 거짓된 선동이다. 자기네 정원도 아닌 “거리에 핀 봉숭아 꽃잎 따다”가 보기 그럴싸한 허상(위선)의 깃발을 내어 걸고 “철모르는 아이들 불러 모아” 선동하는 것이 두려운 세상이다. 서로들 그렇게 싸운다. 개인의 싸움이 집단의 싸움으로 변질돼 그렇게 싸울 이유가 없는 개인들은 용서와 자비 그리고 사랑이 없는 비인간의 나락으로 떨어진다.
그 선동자들이 누구인가. “한 철 푸르게 가꾼 산하(山河)”가 말없이 무너질 수 있는 것은 “두더지가 기름진 이 땅 헤집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런 못된 두더지들이 “산사태를 일으키려 한다”고 하니 시인은 항상 폭풍전야다. 언제 거대한 산사태가 날지 모르지만 음침한 두더지를 따르는 행렬들이 늘어난다. 먹구름이 몰려옴을 뒤늦게 알라차인 사람들만이 옷깃을 여미며 말없이 우산을 준비하는 것은 공포의 한 가운데서 본능적으로 방어하는 또 다른 무리들의 조용한 대응 전쟁이다. 우리 모두가 서로서로 전쟁이란 패를 꺼내들지 않기 위해서는 폭풍전야의 침묵과 시그널을 알아채 ‘옷깃을 여미는’ 경건함으로 미연에 우산을 준비하는 일이다. 폭풍의 참혹함을 안다면 경건하다. 전쟁을 막기 위한 조용한 전쟁(우산)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스카이데일리 문화팀=안호원 시와 시평집>
후원하기



























